[박근혜 파면] 친박 폐족 위기…저무는 패권보수 시대

탄핵 불복 외치며 지지층 결집해 재기 노릴 가능성도

(사진=자료사진)
박근혜 대통령이 파면됨에 따라 그동안 탄핵 반대를 외치며 박 대통령 비호세력을 자처했던 자유한국당 친박계는 책임론을 피하기 어려워졌다.

보수진영의 주류로서 박 대통령의 후광을 누리며 당권을 휘둘러온 친박들의 '패권주의 시대'도 탄핵과 함께 저물고 있다는 평가다.

◇ 朴 위기 때마다 '비호'…"대통령 눈물 닦아 드려야"

박 대통령 취임 이후 친박계가 당권에서 멀어진 적은 거의 없다. 현재 '인명진 비상체제' 직전까지 당 지도자 자리를 거쳐갔던 인물 8명 가운데 김무성(2014년 7월~2016년 4월) 의원만이 비박계로 분류된다.

그나마 유일했던 비박 지도부도 박 대통령과 친박계의 입김으로 끊임없이 흔들렸다. 당시 김무성 대표와 호흡을 맞췄던 유승민 원내대표는 '헌법 수호'를 외치며 박 대통령과 각을 세우다가 '배신자'로 낙인찍혀 취임 5개월 만에 물러나야 했다. 친박계의 영향력을 가늠케 하는 '사건'이다.

이처럼 당권을 틀어쥔 친박계는 박 대통령과 호흡을 맞추며 때로는 수비수로서, 때로는 공격수로서 전방위로 활약했다.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세월호 침몰 사건 등 박 대통령이 마주한 '위기 국면' 때 마다 이들의 역할은 두드러졌다.

특히 세월호 참사 때에는 유병언 책임론을 주도적으로 띄우며 국면을 전환시켰고, 특조위 구성 등 진상조사를 위한 협상과정에서도 박 대통령 측에 힘을 실으며 피해자들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2014년 4월16일 참사 직후 여권에 형성됐던 '침묵 기류'를 1달 여 만에 깬 친박계 좌장 최경환 의원의 한 마디는 최근 태극기집회에서까지 등장할 정도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이제는 박근혜 대통령의 눈물을 닦아 드려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

이 한 마디로 시작된 여론전의 힘은 같은 해 6.4 지방선거에서 빛을 발휘했다. 당시 새누리당은 8곳에서 광역단체장을 배출하며 9곳에서 승리한 새정치민주연합을 턱밑까지 추격, 기사회생했다.

친박계는 박 대통령에 대한 내부 견제 세력에 대해서도 강경 대응으로 일관했다. 유승민 의원 측근들을 비롯한 비박계가 20대 총선 공천에서 대거 탈락하면서 불거진 '친박의 비박에 대한 공천학살' 논란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같은 친박 패권시대의 동력은 이들의 탄탄한 지역기반(대구·경북)과 박 대통령의 존재감에 힘입은 '콘크리트 지지율'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서석구 변호사, 자유한국당 김진태, 조원진, 윤상현 의원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 朴 잃은 친박…폐족 위기 속 재기 노릴 듯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계기로 시작된 탄핵 국면에서도 친박계는 박 대통령과 호흡을 맞추며 콘크리트 지지층에 호소했다. 결국 비박계는 결별 선언을 하고, 이들을 청산해야 할 '적폐 세력'으로 규정했다.

비박 의원들은 분당 선언문에서 친박계에 대해 "국민의 절박한 외침과 진실은 외면한 채, 대통령의 불통정치에 의해 저질러진 사상 최악의 헌법유린과 최순실 일당의 국정농단을 비호하며 국민 앞에 후안무치의 모습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민과 헌법이 대통령과 국회의원보다 위에 있는 진정한 민주공화국과 법치국가 실현을 위해 최선을 다 할 것"이라고 밝혔다. 보수 진영 내에서 뒤늦게 나온 자성의 목소리였다. 이번 탄핵을 계기로 보수 혁신의 필요성은 더욱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최대 동력이었던 박 대통령을 잃은 친박계는 폐족 위기에 놓이게 됐다. 이들은 당분간 대구 경북(TK)을 중심으로 한 민심 추이를 긴밀히 살피며 향후 행보를 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간 '탄핵 무효' 주장의 명분을 쌓아온 만큼, 적극적으로 불복 운동에 돌입하며 지지층 결집을 시도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곧 있을 대선에서 'TK 지분'을 쥐고 보수 진영 대선주자를 지원해 재기를 노릴 수 있다는 것이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아 보인다.

CBS '김현정의 뉴스쇼'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8일 실시한 긴급 현안 여론조사에 따르면 TK에서 탄핵 찬성 여론은 66.9%로, 반대 33.1% 보다 2배 이상 높았다.(여론조사와 관련된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실제로 일부 핵심 친박계는 최근까지도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과 홍준표 경남도지사를 저울질하며 지원 방식을 고심해왔다.

향후 한국당 지도부가 친박 핵심에 대해 2차 인적청산을 단행할지, 아니면 대선 국면에서 반(反)탄핵 여론을 의식해 전처럼 이들을 관망할지도 친박의 운명을 좌우할 변수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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