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준 부장검사 때처럼…검찰 '또' 경찰사건 가로채기

경찰이 검찰 수사관의 뇌물수수 혐의를 수사하면서 신청한 영장을 검찰이 두 차례나 반려한 뒤, 별개 사건으로 피의자를 직접 구속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와 사건 가로채기가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9일 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수원지검 평택지청 4급 수사관 A(58) 씨가 수도권 매립지 폐쇄회로(CC)TV 공사대금 비리 사건 피의자로부터 뇌물을 받은 정황을 포착하고 지난 1월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다.


그러나 검찰은 A 씨가 피의자로부터 900만 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한 증거 등이 담긴 영장을 반려했다. 경찰은 해당 사건 외에도 A 씨가 여러 건의 뇌물 혐의가 있다는 진술을 확보한 상태였던 만큼, 영장이 나오면 다른 사건들로 수사를 본격 확대할 예정이었다. 수사 계획이 틀어진 경찰은 증거를 마저 보강해 검찰에 지난 달 영장을 재신청 했지만 검찰은 또 한번 반려했다.

문제는 잇따른 검찰의 영장 반려로 경찰의 수사 속도가 지연되는 동안 검찰은 A 씨가 저지른 별개 뇌물 사건을 걸어 그를 직접 구속했다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검찰이 구속 혐의로 내건 사건의 경우도 이미 정황을 파악하고 영장 집행만을 기다리고 있던 상황이었다"며 "검찰이 자기 식구가 경찰에서 수사를 받는 것을 막기 위해 이런 수법을 쓴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런 식으로 제 식구 감싸기를 위해 검찰이 경찰의 사건을 가로챈 사례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지난 해 떠들썩했던 김형준 부장검사 비리 사건의 경우 마포경찰서에서 사건을 인지해 수사를 진행하려던 참이었지만 검찰이 갑자기 사건을 회수한 게 대표적이다.

해당 사건은 심지어 검찰이 직접 접수한 사건으로 경찰에 수사 지휘까지 내린 사안이었지만, 경찰이 그 과정에서 김 부장검사의 비리를 포착하자 갑자기 태도를 바꿔 사건을 가져 갔었다. 엄격하게 개정된 사건회수 규정도 무용지물이었다.

지난 해 11월에는 경찰청이 서울중앙지검 소속 검찰수사관의 뇌물 혐의에 대해 압색 영장을 신청했지만 경찰이 영장을 반려하고, 그 사이 수사관의 사표를 수리한 사례도 있다.

경찰 관계자는 "비슷한 수법의 사건 가로채기가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고, 이 과정에서 제 식구 감싸기가 횡행하고 있지만 현행 제도에서는 경찰이 이를 막을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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