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빠진 통합 화두…민주당 후보들 포스트 탄핵 전략은?

文 "사회 갈등구조 고민해야" 安 "대연정 결국 현실화" 李 "친박 분열책동 멈춰야"

(좌측부터)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안희정 충남도지사, 이재명 성남시장 (사진=자료사진)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에서 촉발된 탄핵 심판이 하루 앞으로 다가오면서 정치권도 100일 넘게 숨가빴던 탄핵 찬반 힘겨루기를 끝내고 탄핵 인용 이후 국론 분열 상황을 어떻게 추스를 지로 관심을 옮기고 있다.

특히 본격적인 경선 국면에 돌입한 더불어민주당 소속 대선 주자들은 본선을 앞두고 탄핵 반대를 외쳤던 극렬 보수층과 반대 의사를 숨겼던 '샤이' 보수를 어떻게 아우를 지를 놓고 고심 중이다.

먼저 탄핵 위기론을 내세우며 적폐청산을 강조했던 문재인 전 대표 측은 탄핵 선고가 내려지면 당의 유력한 후보로서 국론 통합을 위한 근원적 진단과 과제를 명확하게 제시한다는 입장이다.

탄핵이 인용되고 본격적인 대선 국면에 들어가면 단순하게 촛불과 태극기 민심을 화해시키는 콘셉트가 아니라, 소득이나 지역 격차 해소, 남북문제 해결, 보혁갈등 조정 등 차기 정부가 담당해야할 근원적인 처방을 내놓겠다는 것.

문 전 대표 캠프 관계자는 "근원적인 대안 없이 국론 분열 치유로만 접근하면 실질적인 국민대통합이 아니라 자칫 봉합 수준에 머무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캠프 내에서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며 "아직 발표할 단계가 아니지만 탄핵이 인용되면 큰 그림을 제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선 주자로서 탄핵 인용 직후 인위적인 봉합 시도보다는 사회 갈등 구조 자체에 대한 고민을 던지고 정치권과 책임있는 세력이 국민 통합을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대통령 탄핵과 사법처리라는 전무후무한 상황 속에 일부 보수층이 크게 동요할 수 있는 만큼, 당장 상처받은 국민들을 아우를 수 있는 정치적 메시지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공감한다.

대변인 역할을 하고 있는 김경수 의원은 "문 전 대표는 적폐청산과 통합 대통령이라는 두 개의 축을 항상 강조해왔다"며 "잘못된 국가운영 시스템을 바로 잡는 과제는 그대로 유효하고 동시에 탄핵 결정으로 상처받은 국민들도 보듬을 수 있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초 민주당 예비후보 등록 때부터 개혁입법에 동의한다면 자유한국당과도 대연정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을 피력한 안희정 충남도지사 측은 탄핵 인용 이후가 오히려 지지율 상승의 견인차가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미 국민 통합과 정치적 대연정을 언급한 만큼 탄핵 이후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통합의 리더십이 주목받을 수 있다는 계산이다.

안 지사 캠프 관계자는 "탄핵 인용 결정 후 대연정 메시지가 당장 현실로 다가올 것"이라며 "기존 발언에 힘이 실리면서 국민들을 추스르는 방향으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누구나 통합을 얘기하지만 정말 통합을 실현할 수 있는 후보가 누구냐에 국민적 관심이 쏠릴 것"이라며 "무엇을 개혁하고 그 개혁을 위해 어떤 연정이 필요한지, 또 연정을 위해 어떤 통합을 할 것인지는 남은 8차례 당 합동토론회에서 분명하게 메시지를 내놓겠다"고 설명했다.

통합과 포용을 강조해왔던 만큼 당장 탄핵이 인용된다고 해서 보수층을 아우를 정치공학적 선거전략은 불필요하다는 얘기다.

다만 안 지사 측은 통합 논의가 박 대통령의 범법 사실과 과오를 덮어주는 쪽으로 흘러서는 안된다는 경계론도 내놨다.

사법절차에 따라 심판받는 것과 통합은 별개인데 이를 뒤섞어 얘기하는 것은 민주당 지지층과의 괴리를 위한 또다른 프레임 옭아매기라는 입장이다.

지난해 말 촛불집회에 가장 빨리 나와 박 대통령 탄핵을 외치며 의제를 선점했던 이재명 성남시장은 탄핵 인용 선고와 상관 없이 적폐청산과 새로운 국가 건설에 대한 강경한 메시지를 계속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탄핵 선고를 앞두고 헌법재판소 앞에서 첨예하게 맞붙었던 촛불집회와 친박집회는 오히려 보수 정치권이 설정한 이미지에 불과하고, 정작 탄핵 반대 세력도 적폐청산에는 동의할 것이라는 판단이 깔렸다.

이재명 시장을 돕고 있는 정성호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탄핵 인용은 피청구인 박근혜를 파면한다는 결정"이라며 "박 대통령이 물러난다고 헌정질서 문란을 초래한 원인들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 의원은 "탄핵은 부패청산의 끝이 아니라 적폐청산의 시작이자 새로운 국가건설의 출발"이라며 "탄핵을 반대하는 분들도 우리 사회에 만연한 부패와 반칙을 없앤다는 것은 반대하지는 않는다. 대통령이 파면되는 것을 반대할 뿐"이라고 진단했다.

오히려 "바람불면 촛불은 꺼진다" 등 막말을 일삼았던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 등 '친박' 정치권이 결과에 승복하고 국민분열 행태를 멈춰야 혼란이 최소화된다는 입장이다.

일명 '사이다' 발언으로 선명성을 강조했던 이 시장은 박 대통령 파면 이후에도 국정농단을 가능하게 했던 청와대 시스템과 정치검찰, 자유 민주주의 경제 시대에 역행하는 정경유착, 그리고 수험생들을 울렸던 입학비리 등 현정권 실정에 대해 단호하게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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