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친박단체 "야구방망이 들기만 했지 누가 때렸냐!"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선고일을 이틀 앞둔 8일 일부 친박단체들은 헌법재판소 앞에서 4일간의 탄핵반대 집회에 들어갔다. 이들이 활동하는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이미 "죽창에 태극기를 꽂고 모이자"는 글이 호응을 얻고 있다.
'대통령 탄핵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운동본부(탄기국)' 정광용 대변인은 집회에서 "이제 승리를 향한 마지막 전투를 앞두고 있다"면서 "어떤 방법으로 무슨 수를 쓰더라도 (집회에) 나오라"고 호소했다.
집회 참석자들은 최근 얼룩진 집회폭력의 심각성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안산시 초지동에서 온 박봉숙(58) 씨는 "죽창을 들었다고 해서 누굴 죽이거나 해치진 않고 단지 시위현장에 들고 가는 것뿐"이라면서 "경찰이 제지하면 겁먹지 않고 같이 몸 바쳐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서초동에서 온 이모(62) 씨는 "야구방망이 하나 들었다고 우리가 사람을 때리기라도 했느냐"면서 "겁먹은 특검이 경찰이나 부르고 있다"고 비꼬기도 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 탄핵이 인용될 경우 극우 성향의 친박 집회의 폭력 수준이 극대화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지금까지 보여준 경찰 측 대응은 안이하기만 하다.
이철성 경찰청장도 지난 달 27일 특정 개인을 지목하며 위협한 일부 친박단체들의 발언에 대해 "상대방이 그 부분을 고소하면 몰라도 경찰이 수사나 내사에 착수하는 것은 지나치다"면서 "하나의 말싸움을 일일이 수사할 입장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정훈 서울지방경찰청장 역시 지난 6일 기자간담회에서 "말(협박성 발언 등)로 한 것은 실현가능성과 구체성을 토대로 위법여부를 판단할 것"이라고 했다. 집회 현장에 야구 방망이 등을 가져온 행위에 대해서만 내사에 착수했다고 밝혔을 뿐이다.
◇ 경찰, '소요죄' 편파 적용 논란
비판여론에도 불구하고 친박단체들이 거리낌 없이 폭력성을 드러내고 있는 상황이지만 경찰이 정치권의 눈치를 보면서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소요죄 적용 논란이 대표적이다.
지난 2015년 말, 경찰은 집회에서 폭력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민주노총 한상균 위원장에게 소요죄를 적용해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이 29년 만에 처음 소요죄를 적용한 사례였다. 내친김에 경찰은 이듬해 1월 배태선 조직쟁의 실장에게도 소요죄를 적용한다.
극단적인 발언이 쏟아지고 있는데도 경찰은 협박죄 적용에서조차 소극적이다.
지난달 24일 특검 자택 앞에서 장기정 자유청년연합 대표는 "특검이 끝나면 '민간인'이다. 태극기 부대는 어디에나 있다"며 "이 XXX은 내가 꼭 응징한다"고 협박성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법조계에 따르면 구체적인 대상과 행위를 지목하면서 협박성 발언을 할 경우 협박죄에 해당할 수 있다. 권영국 변호사는 "'박영수 특검'을 특정해 찾아가 '야구방망이'로 실제 해악을 끼칠 위협을 가했으면 협박죄 해당한다"면서 "실제로 수행하려고 했는지 여부는 협박죄 구성요건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들의 위협적인 발언이 특검 수사나 헌재 심판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공무집행 방해죄가 성립한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경찰은 여전히 수사 착수에 신중한 입장이다.
정치 원로 박찬종 변호사는 "죽창과 몽둥이 들고 누구를 때리러 가자고 선동하거나, 누구를 위협하고 협박하는 건 소요죄에 해당한다"면서 "특검 집 앞에서 폭력시위를 하는 것 자체가 범죄인데 왜 경찰이 이를 단속하거나 처벌하지 않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