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전 10시 대구 동성로 대구백화점 앞 광장에서 아르바이트 노동조합(이하 알바노조) 대구지부가 기자회견을 통해 여성 아르바이트생에게 '꾸미기 노동'을 강요하는 알바 근로 실태를 고발했다.
세계 여성의 날에 맞춰 열린 이날 기자회견에는 여성 아르바이트생 A(23) 씨가 주방 알바를 하며 겪은 일을 털어놨다.
A 씨는 "뜨거운 불 앞에서 일하다 보면 땀이 나서 끈적거려 답답했다. 가벼운 화장을 하고 출근하면 주방장은 '나는 남자니 괜찮지만 여자라면 기본적으로 화장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고 경험담을 말했다.
대구와 경북지역 여성 아르바이트생 10명 중 7명은 A 씨의 사례처럼 외모 관련 차별과 불이익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알바노조가 지난달 8일부터 3월 1일까지 대구·경북지역 여성 아르바이트 근로자 166명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다.
편의점, 영화관, 음식점 등에서 일하는 여성 알바 근로자 중 응답자 74.6%가 "일터에서 머리색, 화장 등 용모 단정과 관련해 벌점이나 지적을 받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여성 알바 근로자로서 가장 힘들었던 점에는 '화장, 옷차림 등 외모 통제'가 24%로 '진상 고객 응대', '친절 강요'에 이어 3번째로 높았다.
또한 여성 알바 근로자가 렌즈, 스타킹, 머리망, 구두 등을 착용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 데 반해 이러한 물품 구입비는 대다수 일터에서 지급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3월 8일 알바노조가 발표한 실태 조사에 따르면 영화관 알바노동자의 97%가 "회사에서 요구한 물품을 사비로 구입했다"고 답했다
응답 자료에 따르면 여성 아르바이트 근로자가 용모 관련 물품을 구입하는 데 쓰는 비용은 한 달 평균 약 2만 2000원이다.
이밖에 설문 응답자들은 "남자와 달리 여자 알바생은 민낯이거나 안경을 끼면 지적받는다. 립스틱을 진하게 바른 상태를 유지하는 것도 필수다", "'예쁜 직원이 있는 곳에서 믿고 물건을 사지 못생긴 직원에게서 물건을 사겠느냐'며 꾸미기를 강요받았다", "'여자치고 일 잘한다', '다른 여자들과 다르게 성격이 세다'는 성차별적 발언도 듣는다"고 말했다.
또 이들은 성차별이 난무한 아르바이트 노동 환경이 '지겹다'고 입을 모았다.
대구페미니스트그룹 '나쁜 페미니스트'는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해 "왜 여성 노동자는 같은 노동을 하면서 외모 꾸미기를 강요받아야 하나. 여성 노동자는 성적 대상이나 외모 품평 대상이 되기 위해 일을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