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자원부의 외국인투자 통계 자료를 보면 지난해 한국에 대한 중국의 직접투자(FDI)는 20억4917만 달러를 기록했다. 5년 전인 2011년(6억5000만 달러)에 비하면 5년 만에 3배 넘게 급증했다.
특히 서비스업에 투자한 액수가 절반인 10억2천180만 달러에 달한다.
서비스업 중에는 금융·보험 2억8126만 달러, 비즈니스 2억3800만 달러, 부동산·임대 1억2000만 달러 순이다.
2015년과 비교해보면 운송용 기계와 기계·장비업 등 제조업에 대한 투자가 2억3000만 달러에서 8억7000만 달러로 4배 가까이 급증했다.
한국의 중국 투자도 이어졌다. 한국수출입은행의 해외투자통계를 보면 우리나라의 대중(對中) 투자 액수는 2013년 47억7000만 달러, 2014년 37억9000만 달러, 2015년 43억9000만 달러, 2016년 40억 달러로 매년 비슷한 규모를 유지했다.
2015년 말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발효에 따라 '산업단지 협력 대상'으로 지정된 산둥(山東)성 웨이하이(威海)시에는 지난해 상반기 한국의 투자액이 1억8000만 달러에 달했다.
더불어 중국의 대(對) 한국 수출액과 한국의 대(對) 중국 수출액은 지난해에만 각각 약 100조 원과 144조 원에 이른다.
양국 간 수출입과 자본 이동이 활발하다는 것은 상호 경제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사드 보복이 한국과 중국 모두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상황에서 우선 사드 보복의 반작용으로 만일 국내에 '반중(反中) 정서'가 높아지면 국내에 진출한 중국 기업의 매출도 함께 감소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중국인 투자가 상당 부분 중국인 관광객들을 타깃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중국인의 한국 관광이 줄어들면 중국인 투자자들에게도 당장 피해가 돌아간다.
인하대학교 국제통상학부 정승연 교수는 8일 "중국의 사드 보복 조치로 우리 국민은 '안보'라는 중요한 가치를 중국으로부터 위협당한다고 느낄 수 있다"며 "국내 진출 중국 기업들이 모두 대규모 유통 체인에 입점해 있는데, 젊은 소비자들 사이에 반중 감정이 고조되면 불매 운동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예측했다.
정 교수는 "만약 중국이 북핵 문제에 대한 해결 노력 없이 경제 보복에 나선다면 오히려 한미일 공조 체제를 경쟁적으로 강화해 자승자박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중 FTA에 따른 경제교류 확대를 노리고 진출한 중국계 은행 등 금융 기관이 이번 보복 조치로 크게 위축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들 은행이 한국에 투자한 규모 자체는 아직 작지만, 기업들의 자본 조달 통로가 막히면서 한국에 진출하려던 중국 기업들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정진 KB 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과거 국내에 진출한 중국계 금융 기관들은 한중 간 경제 교류확대를 보고 진출한 것"이라며 "보복 조치가 길어질수록 실물 부문에서 문화 부문으로, 다시 금융 부문으로 부정적 영향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풀이했다.
그는 또 "금융 통로나 자본 시장에서의 투자가 막히면 한국에 대한 M&A나 공장 설립 등의 아웃바운드 투자가 줄어든다"며 "중국 기업들의 한국 사업 부문이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의 경제 보복이 장기화하지 않도록 하려면 우리 정부가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는 등의 강력한 제재 수단을 꺼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인하대 정 교수는 "WTO는 정치적 이유로 무역을 제한하는 조치를 강하게 금지하고 있다"며 "소비자들의 불매 운동 등이 일어나더라도 우리 정부는 양국 관계가 파국으로 치닫기 전 WTO 제소라는 정공법을 써야 한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