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은 8일 남배우 A 씨 성폭력 사건 항소심을 앞두고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 동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는 페미니스트 영화·영상인 모임 '찍는 페미', 여성문화예술연합,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한국여성민우회를 비롯한 11개 단체 회원들이 참석했다.
단체 회원들은 "우리는 영화계에서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되고 있는 여성에 대한 폭력을 근절시키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다"면서 남배우 A 씨 성폭력 사건에 대한 1심 재판부의 판결을 비판했다.
검찰은 해당 사건을 영화 도중 미리 고지되거나 합의되지 않는 상황에서 상대 여배우에게 가해진 성추행으로 판단해 기소했으나 1심 재판부는 "피해자가 억울한 마음에 상황을 다소 과장해 표현한 것으로 보이며 이를 그대로 믿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기자회견문에 따르면 재판부는 피고인인 남배우 A 씨는 감독 지시에 따라 배역에 몰입해 연기한 것이고 업무상 행위이므로 성폭력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무죄 판결했다.
이에 단체 회원들은 "사전에 합의한 내용과 전혀 다르게 폭행과 추행이 일어난 상황이 배역에 몰입한 연기라고 주장하면 끝나는 문제가 될 수 없다"면서 "이는 명백히 여성에 대한 폭력을 법원이 묵과하고 나아가 이를 '영화계의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재생산되는 것을 장려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2심 재판부를 향해 "합의되지 않은 연기는 배역에 몰입한 연기가 아니라 연기를 빙자한 폭력임을 명확히 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이번 사건을 포함, 영화계에 관행처럼 굳어진 여성들에 대한 폭력을 멈춰야한다고 강조했다. 배우 고(故) 장자연이 연예계 성상납 강요를 알리고 죽음을 택한지 1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 같은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는 것.
단체 회원들은 "아직도 영화계, 나아가 연예계 내에서 여성에 대한 폭력은 자행되고 있다. 이제 '연기'나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벌어지는 여성에 대한 폭력을 끊어내야 한다. 이는 명백히 연기가 아니라 성폭력"이라고 다시 한 번 강조하면서 이야기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