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미국 연준(연방준비제도)이 올해 2~3차례 정도 금리를 올릴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그러나 미국경제가 견조한 성장세를 보이면서 3차례는 기정사실화 되고 4차례 인상될 수 있다는 전망도 힘을 얻고 있다.
당장 한국은행의 통화정책도 영향을 받게 됐다. 올 들어 해외투자은행을 중심으로 한은이 올해 한 두차례 금리를 더 내릴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골드만삭스, HSBC, JP모건은 1%, 모건스탠리는 0.5%까지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도 한국경제가 부진할 것이란 전망에서다.
그러나 이젠 사정이 달라졌다. 미국의 금리인상이 임박하고 더구나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지는 상황에서 추가 금리인하는 부담이 크다. 올해 기준금리를 0.5%까지 낮출 것이라고 전망한 모건스탠리도 지난 5일 기존 예상을 철회했다.
평소 진중한 이 총재의 화법을 감안하면 '한국은행의 정책에 영향을 줄만한 여건변화'란 표현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동안 일관되게 강조해온 완화적 통화정책의 기조가 장시간 지속되기 어려운 국면으로 진전되고 있다는 의미다.
우리나라가 연내 금리를 동결한다고 가정하면 연준이 3차례 금리를 올릴 경우 미국이 우리보다 금리가 더 높아진다.
물론 금리가 역전된다고 해서 당장 외국자본이 급격히 빠져나갈 것으로 보는 건 무리가 있다.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한 금통위원도 금리가 역전되더라도 다량의 자본유출이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미국이 3월을 시작으로 금리를 인상하더라도 우리나라가 금방 금리를 따라 올릴 가능성은 높지 않다. 미국이 올해 3차례 정도 금리를 올릴 경우 한국은 적어도 연말까지는 금리를 동결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그러나 미국이 4차례 이상 금리를 올린다면 우리나라도 금리를 올리지 않고 버티기는 쉽지 않다.
가계부채가 1천300조원을 돌파한 상황에서 경기 회복이 뒷받침되지 않는 금리인상, 즉 미국의 금리인상 등 외부 요인에 의한 금리인상은 우리 경제에 너무 부담이 크다.
올 들어 극심한 내수부진 속에서 수출 회복세가 근근이 우리 경제를 떠받치고 있다. 문제는 수출이 살아나고 있지만 고용과 소비 증가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경기회복세가 반도체 등 일부 주력 수출업종에 제한돼 있는 반면 내수업종을 중심으로 경기가 오히려 뒷걸음질 치면서 경기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더구나 최근 사드배치 문제로 본격화된 중국의 경제보복과 트럼프 행정부의 신보호무역주의로 수출회복세마저 발목이 잡힐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경기상황과 우리 경제를 둘러싼 불확실성만 놓고 보면 기준금리는 더 내려가야 한다. 하반기에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경기회복을 뒷받침하기 위해 통화정책을 더 완화적으로 운용해야 하는 현실과 미국의 금리인상에 따른 긴축의 모순된 선택 속에 한은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