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노리면 안 됨?"
대학가 단체 채팅방에서 또 성희롱 사건이 발생했다. 다음날엔 몰래 카메라 사건까지 알려졌다. 지성의 상징이어야 할 명문대들이 잇따라 성추문에 휩싸이며 대학가의 그릇된 성(性) 인식을 두고 지탄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 연세대 단톡방 성희롱…○○과 남학생들
6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연세대 ○○과 13학번 단톡방"이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이 글에는 "이하 내용은 ○○과 13학번 '남톡방(남학생 단톡방)' 원문의 일부를 발췌한 것입니다"라는 글이 적힌 대자보가 첨부됐다.
게시글에 첨부된 사진에는 "○○○는 한 번 해보고싶어", "좀 노리면 안 됨, ○○?", "우리가 지켜주면 결국 누가 ○○", "○○○ 소리 안 나게 해라"라는 등 특정 학생에 대한 노골적인 성희롱이 포함됐다.
이들은 또 "자취"를 언급하며 "○○○도 자취일걸", "오빠 우선 방에 들어와", "라면 먹으러 들어와"라는 등 관련 없는 학생을 자취한다는 이유만으로 자신들의 성적 대화 소재로 삼았다.
앞서 한국여성민우회 최원진 활동가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여성 1인가구 거주자들은 성적 농담에 노출되는 게 두려워 '혼자 산다'는 얘기를 밝히지 않는 경향이 뚜렷했다"며 사회의 '자취 여성'에 대한 그릇된 인식을 지적한 바 있다.
◇ "동기 여학생 실명 거론한 성희롱, 2년 이상 지속"
'○○과 13학번 여학생 일동'이라고 소개한 대자보 작성자들은 "입학 직후인 2013년도 3월 2일부터 만들어진 해당 '남톡방'에는 ○○과 13학번의 모든 남학생이 초대되어 있었고, 동기 여학생의 실명을 거론한 성희롱이 2년 이상 지속해서 자행됐다"고 밝혔다.
이들은 "사건 해결과 공론화 과정에서 우리의 피해 사실을 상기하며 정신적 피해가 거듭됐다"며 "지금껏 존재했고 현재도 존재했고 앞으로도 존재할 학내 성폭력 사건을 단절하게 위해 폭로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또 "여성 혐오를 통해 구축되는 남성 사회, 그리고 그것을 친밀함, 연장자의 권력 아래 대물림하는 학내 전체에 문제를 제기한다"고 강조했다.
7일 연세대학교 ○○과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보도가 나간 이후)다들 주의를 하고 있는 중"이라며 "성평등센터에 신고된 사항이라 자세한 조치 등은 과에서 모른다"고 말했다.
◇ "성희롱 대화 부추기는 사회가 문제…남자들의 유대인 척"
7일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 심혜정 활동가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남성들 사이에서 여성을 성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사회생활에 필요한 일이 된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심 활동가는 "개인의 탓으로 모든 걸 돌릴 수 없다"며 "그런 대화에 참여하지 않으면 남자들의 유대를 다질 수 없다는 잘못된 생각, 그런 걸 부추기는 사회의 분위기가 모두 모여 만든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 연대 이어 고대까지…이번엔 '몰래 카메라'
6일 연세대학교 단톡방이 알려진 후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이번엔 고려대에서 문제가 불거졌다.
이날 서울 성북경찰서는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이 학교 재학생 A(23) 씨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A 씨는 지난 2월 19일 저녁 6시께 고대가 위치한 서울 성북구 안암역 출구에서 같은 학교 학생의 신체를 몰래 촬영한 혐의를 받고 있다.
A 씨는 고려대학교 단과대학의 학생회장 출신이다. 지난 2016년 고대에서 '남학생 단톡방 성희롱' 문제가 불거졌을 당시 가해 남학생들에 대한 처벌을 주장했다고 알려졌다.
성폭력상담소 심혜정 활동가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이번 일만 보더라도) 피해자와 가해자를 특정해 강력하게 몰아가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고대 몰카범의 경우 가해자들을 지적하며 자신은 무결한 것처럼 포장했던 학생이 결국 몰카 촬영에 나선 것"이라며 "'그런 행위를 해선 안 된다'고 강하게 가르치는 분위기 조성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