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엘시티 강제수사에 착수한지 8개월만에, 내사에 들어간지 1여년 만에 굵직한 전현직 정관계 인사들을 줄줄이 구속시키는 등 엘시티 인허가와 특혜를 둘러싼 '검은거래'를 밝혀내는 성과를 냈다.
하지만,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과 엘시티 시행사 실소유주 이영복 회장 간의 수상한 수 십억 원에 달하는 현금 거래, 부산은행이 엘시티 측에 특혜성 프로젝트 파이낸싱을 해 준 것과 법무부가 전국에서 유일하게 엘시티 사업에 투자이민제를 적용한 것은 제대로 밝히지 못해 아쉬운 뒷맛을 남겼다.
지난해 7월, 부산동부지청에서 엘시티 시행사 등을 압수수색하며 수사에 신호탄을 알린이후 엘시티 게이트의 키맨인 이영복 회장의 도피로 수사가 지지부진하자 검찰은 그해 10월 부산지검 본청으로 사건을 이송한 뒤 엘시티 수사팀을 확대 편성했다.
이후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과 3선 해운대구청장을 거친 재선의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배덕광(69·부산 해운대구을) 국회의원, 정기룡(60) 전 부산시장 경제특보 등을 줄줄이 소환해 조사하면서 구속영장을 발부받아 재판에 넘겼다.
엘시티 수사팀이 이 회장에 대한 광범위한 계좌추적을 통해 700억 원에 달하는 사기, 횡령액의 흐름을 대부분 추적하고 용처를 확인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검찰은 상품권 한장, 10만원 짜리 수표, 유흥주점에서의 접대 내역 등 작은 것에서부터 큰 줄기까지 퍼즐을 맞춰가며 용처를 밝혀냈다.
실제 이 회장은 검거 직후 계속 '모르쇠'로 일관하며 검찰이 제기하는 대부분의 혐의를 부인하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이었지만 '부인할 수 없는 명백한 증거'앞에 무너져 금품 로비 사실을 시인했다.
그 밖에 검찰은 허 전 시장의 '비선 참모'이자 고교 동창인 측근 이모(67) 씨와 서병수 부산시장의 최측근 김모(65) 씨도 엘시티 비리 혐의로 구속했다.
전·현직 시장에 대한 비리 의혹에 대해서도 3선 부산시장을 지낸 허남식(68) 대통령 직속 지역발전위원회 위원장은 측근 이씨를 통해 엘시티 이 회장에게서 뇌물 3000만 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해 재판에 넘겼다.
특히 허 전 시장은 2006년 부산시장 선거를 앞두고도 측근을 통해 선거자금 2000만 원을 받은 사실을 검찰이 확인했지만 공소시효 만료로 기소하지 못했다.
엘시티 사업이 정관계 인사와 업자간의 비리 복마전이라는 계속되는 의혹에 대해 검찰은 장기간 수사로 구체적인 범죄사실을 밝힌 것이다.
하지만, 검찰의 수사는 8개월이라는 장기간의 수사기간에 비해 핵심 의혹에 대해서는 한계를 보이는 등 미완의 숙제로 남게됐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검찰은 현 전 수석이 갖고 있던 현금 50억 원과 관련해 장기간 5억~10억 원 단위로 수차례 이 회장과 주고 받고, 제 3자에게 거액을 빌려주면서 법정이자를 넘어서는 이익을 챙긴 사실을 확인했지만 이 부분에 대한 기소는 하지 않았다.
검찰은 현 전 수석이 현금의 출처에 대해 '묵비권'을 행사하며 사실상 부인하고 있고, 최초 현금의 출처와 유통 과정을 확인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현 전 수석이 50억 원을 지인들에게 빌려주면서 25%가 넘는 이자를 받고도 세금을 내지 않은 사실에 대해서만 국세청에 탈세 통보를 하는데 그쳤다.
또, 법무부가 단일 사업장으로는 이례적으로 엘시티 사업지를 투자이민제 적용 대상으로 지정한 것과 포스코 건설이 책임준공까지 내세워 시공사로 엘시티 사업에 참여한 배경도 의혹으로 남게 됐다.
검찰은 엘시티 사업이 투자이민제 적용대상에 포함된 것과 관련해 부산시, 법무부 관계자들을 불러 조사한 결과 엘시티 관계자가 법무부에 대한 직접적인 금품로비를 한 단서나 흔적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부산은행이 엘시티 측에 특혜성 프로젝트 파이낸싱을 해 준것에 대해서도 은행측이 사업성을 판단해 대출이 이뤄진 것이기 때문에 범죄 혐의점이 없다고 밝혀 아쉬움으로 남게 됐다.
엘시티로부터 거액의 뒷돈을 받은 현 전 수석과 배 의원, 허 전 시장, 정 전 특보가 구체적으로 엘시티 인허가와 관련해 어떤 특혜를 줬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규명이 없는 것도 앞으로 재판에서 치열한 법리 공방이 예상되는 부분이다.
재판에 넘겨진 이들 대부분은 '엘시티 이 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았지만, 엘시티 인허가와 관련한 특혜를 준 적이나 영향력을 행사한 적이 없다"고 직무 관련성을 부인하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