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스포츠전문매체 'ESPN'은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개막을 앞두고 이스라엘 야구 대표팀을 'WBC의 자메이카 봅슬레이 팀'으로 비유했다. 눈이 내리지 않는 자메이카의 선수들이 동계스포츠에 도전하는 감동적인 이야기는 영화 '쿨러닝'으로 소개돼 인기를 끌었다.
그만큼 이스라엘은 야구와의 연관성이 깊은 나라로 여겨지지는 않는다. WBC 본선 진출 역시 이번이 처음이다. 세계 랭킹 20위 안에 들지 못한 나라의 WBC 출전 역시 이스라엘이 처음이다. 이스라엘의 랭킹은 41위다.
스포츠 베팅사이트 '보바다'는 이스라엘의 WBC 우승 확률이 전체 참가국 중 가장 낮다고 전망했다.
이스라엘 우승에 따른 배당률은 200대1. 미국이 2대1로 가장 높았고 일본은 3대1, 한국은 10대1이다. 1을 베팅했을 때 미국이 우승하면 원금을 포함해 3을 받고 한국 우승시 11을, 이스라엘 우승시 201을 받는 개념이다. 그만큼 이스라엘의 우승 확률이 낮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대회 개막전에서 개최국 한국을 꺾는 이변을 연출했다. 김인식 감독이 이끄는 한국 WBC 야구 대표팀은 지난 6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끝난 본선 A조 첫 경기에서 연장 10회 접전 끝에 1-2로 졌다.
이를 두고 일본 언론은 'WBC 사상 최대 이변'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전세계 WBC 대회 예상 기사를 살펴보면 이스라엘에게는 늘 약체(underdog)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녔다. 이같은 평가는 이스라엘 선수들에게 강력한 동기부여가 됐다.
타이 켈리는 7일 오전 고척 스카이돔에서 진행된 대회 공식 기자회견에서 "나는 약체라는 평가를 좋아한다. 어깨가 더 무거워지고 스스로를 개선하게 만든다. 어려운 확률을 이겨내고 승리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나의 야구 인생"이라고 말했다.
만 37세로 제이슨 마키(38세)에 이어 팀내 두번째로 나이가 많은 투수 슬로모 리페츠는 "약체라는 이미지는 상상 속에서 생각으로 나오는 것이다. 우리는 우리가 약하다고 생각하지 않았고 경쟁할 수 있다고 믿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선수들은 대부분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부모 중 한명이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WBC 대표팀에 모였다. 이스라엘은 야구 불모지에 가깝지만 대표팀 선수들은 유대인의 핏줄을 이어받았다는 사실만으로 하나로 뭉칠 수 있었다.
리페츠는 "우리에게는 우리만의 아이덴티티가 있다. 그것이 우리를 하나로 뭉치게 했다. 하나의 팀으로 뭉쳐 유대인으로서 경기에 나서고 있다. 이스라엘을 대표해 경기를 한다는 것은 정말 최고의 기분이다"라고 말했다.
이스라엘 선수들은 WBC 출전 자체가 놀라운 여정이라고 입을 모은다. 리페츠는 "10살부터 야구를 했다. 오랫동안 야구를 해왔지만 국가를 대표할 기회가 없었다. 그래서 국가를 대표한다는 것이 상당히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리페츠는 한국전 승리에 대해 "흥미로운 환경에서 경기를 했다. 축구팀 바르셀로나의 경기를 생각하면 될 것 같다. 홈 관중의 뜨거운 열기를 무시하기는 어려웠다. 한국에서 처음으로 대회가 열리기 때문에 당연한 일이었다. 그래도 모든 것이 좋았다"고 말했고 켈리는 "열심히 싸웠고 치열하게 주고 받았다. 결국 우리가 이겼다"며 기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