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첫 경기가 끝났는데 벌써 경우의 수 계산을 하고 있다. 그만큼 한국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야구 국가대표팀을 둘러싼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대표팀은 7일 오후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2017 WBC 본선 A조에서 가장 껄끄러운 상대로 여겨지는 네덜란드 대표팀과 2차전을 펼친다. 6일 이스라엘과의 대회 개막전에서 연장 접전 끝에 1-2로 졌기에 부담감이 커졌다.
네덜란드에게 패해도 본선 2라운드 진출의 희망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이스라엘이 3승을 거두고 한국과 네덜란드, 대만이 나란히 1승2패를 거두면 된다. 이 경우 10일로 예정된 최종 플레이오프를 치를 가능성이 생긴다.
그러나 잰더 보가츠, 디디 그레고리우스, 안드렐톤 시몬스, 조나단 스쿱 등 현역 메이저리그 스타들과 일본프로야구 홈런왕 출신인 블라디미르 발렌틴 등이 포진한 네덜란드가 3경기에서 1승밖에 올리지 못할 것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그 낮은 가능성을 한국이 직접 만들어내야 한다. 네덜란드를 잡아야 길이 보인다.
네덜란드 선발투수는 릭 밴덴헐크다. 과거 삼성 유니폼을 입고 KBO 리그에서 뛰었던 선수다. 네덜란드의 헨슬리 뮬렌 감독은 밴덴헐크를 WBC 첫 경기 선발투수로 결정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최고의 선수이기 때문"이라고 짧게 답했다. 자신감이 느껴진다.
김인식 대표팀 감독은 밴덴헐크를 높게 평가하면서도 "상대를 알아도 당하는 경우가 있고 상대를 알아서 잘 해낼 수도 있다"며 의연한 자세를 보였다. 뚜껑은 열어봐야 안다.
밴덴헐크가 아무리 잘 던져도 경기를 지배할 수는 없다. WBC 1라운드에서는 65개의 투구수 제한이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걱정거리가 생긴다. 대표팀 타선은 이스라엘전에서 10회까지 7안타 4볼넷을 기록하고도 1득점에 그쳤다. 수차례 득점 기회를 잡았지만 적시타를 때린 선수는 5회말 서건창이 유일했다.
대회 전부터 제기된 타격 감각에 대한 우려가 현실이 됐다. 게다가 한국 타자들은 이스라엘 투수들을 상대로 낯을 가렸다. 이스라엘의 불펜 투수들은 시속 145km 내외 혹은 그 이상의 강속구를 바탕으로 떨어지는 변화구를 적절히 섞어 한국 타자들을 현혹시켰다.
네덜란드 선수 명단을 살펴보면 지난해 각자 뛰는 리그에서 이닝당 탈삼진 비율이 뛰어난 투수들이 적잖다. 단기전에서, 특히 투수 교체가 잦은 WBC 무대에서 탈삼진 능력이 좋은 투수의 보유 여부는 굉장히 중요한 변수가 된다.
대표팀은 이스라엘과의 경기에서 '공격 앞으로' 대신 '수비 먼저'를 선택했다. 최형우 대신 민병헌이 주전 좌익수로, 박석민 대신 허경민이 주전 3루수로 출전했다. 투수들의 제구 난조로 수비에 무게중심을 둔 라인업이 빛을 발하지 못했다. 네덜란드전을 앞두고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한국의 선발투수는 우규민이다. 대표팀 소집 당시 우규민은 불펜을 맡을 가능성이 높아보였으나 선발 요원으로 뽑은 이대은의 컨디션이 올라오지 않아 우규민이 중책을 맡았다.
여기서 또 하나의 고민이 생긴다. 한국은 주축 선발투수로 평가받는 장원준과 양현종을 각각 이스라엘전과 대만전 선발투수로 배치했다. 선택과 집중이라고도 볼 수 있는데 이제는 우규민의 어깨가 더 무거워졌다.
그래도 희망은 있다. WBC 투구수 제한 규정 때문에 네덜란드전에 등판할 수 없는 투수는 이스라엘전 선발투수였던 장원준 한명뿐이다. 나머지 투수들은 반드시 하루 휴식을 해야하는 기준 투구수 30개를 넘기지 않았다.
이스라엘전에서 1⅓이닝 1피안타 탈삼진 3개를 기록한 오승환을 비롯해 핵심 불펜투수들 모두 네덜란드전에 쏟아부을 수 있다. 한국은 8일 휴식을 취하기 때문에 마운드 운용에 따라 핵심 투수들의 9일 대만전 등판 역시 가능하다. 일종의 홈 어드밴티지다.
네덜란드에게 한국전은 대회 1차전이다. 단기전 첫 경기는 변수가 많다. 일부 선수들의 실전 감각이 떨어져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반대로 한국은 연장 승부 다음날 절대로 패해서는 안되는 경기를 치러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