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긴장했나?' WBC 대표팀, 볼만 던지다 끝났다

WBC 한국대표팀 장원준이 6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7 WBC 서울라운드' 개막전 이스라엘과의 경기 2회초 1사 만루에서 밀어내기 볼넷을 허용한 뒤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노컷뉴스 황진환 기자)

한국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야구 국가대표팀의 김인식 감독은 대회 첫 경기의 키워드를 '수비'로 설정했다. 그동안 최형우가 주전 좌익수를 맡고 경기 후반 박건우를 교체 투입해 수비력을 보강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었다.

방향을 틀었다. 민병헌이 좌익수로 선발 출전했다. 박석민 대신 허경민이 3루수를 맡았다.

김인식 감독은 6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7 WBC 본선 A조 1라운드 이스라엘과의 개막전을 앞두고 "아무래도 첫 경기이고 장원준이 좌완투수라 3루와 좌익수 수비를 강화했다. 또 그동안 국제 대회에서 경험도 고려해 그렇게 결정했다"고 말했다.

대표팀이 구상할 수 있는 라인업 가운데 가장 수비가 단단한 구성일 것이다. 투수가 수비를 믿고 자신있게 공만 뿌리면 됐다.

그러나 경기는 뜻대로 풀리지 않았다. 볼이 너무 많았다.

선발 장원준은 4이닝동안 탈삼진 5개를 솎아내며 2피안타 3볼넷 1실점을 기록했다. 기록상 투구 결과는 나쁘지 않아 보이지만 장원준은 마운드에 서있는 내내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제구력이 말을 듣지 않았기 때문이다.

장원준이 상대한 16타수 가운데 10타수에서 초구 볼이 나왔다. 이스라엘 타자들은 그동안 연습경기에서 평가된 바와는 달리 방망이가 쉽게 나오지 않았다. 특히 초구 승부를 신중하게 했다. 장원준은 불리한 볼카운트에서 승부를 해야할 때가 많았다.

장원준은 2회에만 볼넷 3개를 허용했다. 1사 2,3루에서 라이언 라반웨이와 타일러 크리거를 상대로 바깥쪽 떨어지는 변화구로 헛스윙을 유도했으나 결과는 볼넷. 밀어내기 실점을 하고 말았다.

2회 초반 직구 제구가 잘 이뤄지지 않다보니 이스라엘 타자로서는 변화구를 상대하기가 한결 수월했던 것으로 보인다. 떨어지는 변화구를 차분하게 보면서 볼카운트 승부를 유리하게 끌고갔다.

장원준에 이어 등판한 심창민은 1⅓이닝동안 피안타없이 2볼넷 무실점으로 잘 던졌다. 그러나 그가 던진 25개의 공 가운데 14개가 볼이었다. 6명의 타자를 상대해 초구 스트라이크는 한번도 나오지 않았다.

이후 등판한 차우찬, 이현승도 초구 제구에 애를 먹었다. 5회부터 7회까지 초구 타격이 이뤄진 경우를 제외하고 유리한 볼카운트로 시작한 승부는 아예 없었다.

전반적으로 큰 문제는 없었다. 대표팀은 정규이닝동안 적시타를 한방도 맞지 않았다. 이스라엘 타자들에게 총 6개의 안타를 맞았으나 대부분 산발 처리했다. 장원준도 3회부터 직구 제구력을 되찾으면서 비교적 순항했다. 65개 투구수로 4이닝을 막았으니 제 몫을 해낸 셈이다.

그러나 9회까지 허용한 볼넷 개수가 무려 8개였다. 자신의 총 투구수 가운데 스트라이크가 볼넷보다 많았던 투수는 이날 마운드에 오른 8명 가운데 절반인 장원준(65개 중 37개), 원종현(5개 중 3개), 오승환(20개 중 16개), 임창용(25개 중 15개) 뿐이었다.

한국은 10회초 안타 2개를 얻어맞고 결승점을 허용해 결국 1-2로 졌다. 1사 후 볼넷으로 걸어나간 아이크 데이비스가 홈을 밟았다.

이처럼 대표팀 마운드가 전반적으로 제구 난조를 겪은 이유는 크게 두가지로 해석할 수 있다. 첫번째 자국에서 처음 열리는 WBC 대회, 그것도 개막전이라는 압박감이 부담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 두번째로 긴장감 때문에 공인구 적응에 보다 더 애를 먹었을 수 있다.

김인식 감독은 지난달 26일 쿠바와의 연습경기를 마치고 "투수들이 대체로 초구에 스트라이크를 못 잡아 고전했다"고 말한 바 있다. 이제 대표팀 투수들이 풀어야 할 과제는 보다 더 분명해졌다.

볼이 많으면 투구수가 많아진다. 투구수 제한이 있는 WBC 대회에서는 마운드 운용에 큰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자신감을 되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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