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화 양과 다윤 양의 액자에는 사진 대신 아직 세월호에서 나오지 못했음을 알리는 글귀가 자리하고 있었다.
한 남자가 찾아와 조용히 향을 피우고, 희생자들을 위해 잠시 묵념을 드린 뒤 돌아갔다. 유가족들과 간간이 찾아오는 이들로 분향소는 쓸쓸함을 달래고 있는 듯 보였다.
기도회의 여는 예배에서는 지난 3년 간 세월호 참사를 통해 비쳐진 한국교회에 대한 비판과 반성이 이어졌다.
고 유예은 양이 생전에 다녔던 안산 화정교회, 박인환 목사는 “슬픔 당한 이들의 아픔을 무시하고 매도하는 교회 기득권 층의 행태는 예수를 죽이려고 모의하던 대제사장들과 같다”면서 한국교회가 교회의 기본, 본질을 잃었다고 비판했다.
세월호 참사로 아들을 떠나보낸 지성이 엄마 안영미 집사는 교회에 대한 실망감을 드러냈다.
지난 주말 집회에서 안 집사는 헌법재판소나 청와대가 아닌 하늘에 대고 외쳤다. “하나님, 우리 아픕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애굽에서 외친 고통의 소리를 듣고 출애굽을 시켜주신 것처럼, 우리의 아픈 소리 들으시고 세월호 문제 해결해주세요”
아이들을 위한 진실규명의 노력이 안전한 사회를 위한 길임을 알고 노력하고 있다는 안 집사는 “목사님들이 강단에서 바르게 얘기해준다면 우리가 더 힘을 얻을 것”이라면서 교회가 보다 정의로운 일에 앞장서 줄 것을 당부했다.
오는 10일까지 진행되는 사순절 금식기도회에 모두 참여하는 남재영 목사(교회협의회 정의평화위원장)는 유가족들에게 한국교회를 대신해 사과했다.
남 목사는 “한국교회가 그동안 유가족들을 너무 가슴아프게 했다”면서 “한국교회를 대신해, 상처를 준 교회를 대신해 이 자리에서 세월호 가족들에게 용서를 구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기도회는 매일 저녁 6시에 함께 하는 기도모임을 가지며, 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 등 여러 목회자들이 릴레이 금식으로 동참할 예정이다.
한편 교회협의회 정의평화위원회는 4월 16일 세월호 3주기와 정확하게 일치하는 올해 부활절, 한국교회와 세월호 가족들이 함께 부활의 새 아침을 맞길 바란다면서, 사순절기에 세월호의 진실 규명과 미수습자 수습을 위해 기도해줄 것을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