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업도 성장' 우리은행 왕조는 무너지지 않는다

여자프로농구 새 왕조를 구축한 우리은행. (사진=WKBL 제공)
승률 94.3%. 우리은행이 2016-2017시즌 거둔 성적표다. 농구는 물론 야구, 축구, 배구를 통틀어 프로스포츠 역대 최고 승률이다.

더 무서운 사실은 우리은행이 더 강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은행은 올 시즌을 앞두고 이승아가 임의탈퇴로 팀을 떠났다. 국가대표 센터 양지희도 부상으로 출전이 늦어졌다. '위기'라는 이야기도 나왔지만, 오히려 백업 선수들이 성장하는 계기가 됐다.

위성우 감독은 "내 의지대로 된 것은 아니다. 선수가 없다보니까 본의 아니게 나머지 선수들에게도 기회가 갔다"면서 "시즌을 치르다보니 예전에도 조금씩 기회를 줬으면 괜찮았겠다는 생각도 든다. 그런데 당시에는 시즌이 박빙으로 흘러서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김단비와 최은실은 주전급 백업으로 자리매김했다. 김단비는 평균 17분 이상을 뛰며 3.5점 2.2리바운드를 기록했다. 최은실은 20분을 소화하며 6.2점 3.5리바운드의 최고 성적표를 냈다. 백업으로 뛰면서 준비가 잘 된 덕분이다.

위성우 감독은 "이승아, 양지희가 없었는데 김단비, 최은실이 준비가 된 상태였다. 김단비는 5년을 같이 있었는데 기량이 안 는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올 시즌 농구에 눈을 뜬 것 같다. 기복은 있지만, 농구를 한다는 느낌이 든다"면서 "우승을 하면서 선수들을 키워서 더 좋다. 사실 리빌딩을 이기면서 하기는 어렵다. 우리은행도 예전에 그랬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이선화와 홍보람의 가세도 다음 시즌을 더 기대하게 만드는 요소다.

이선화는 실업팀에서 뛰다가 다시 우리은행으로 복귀했고, 홍보람은 은퇴 선언 후 복귀해 우리은행으로 트레이드 이적했다. 이선화와 홍보람 모두 2007년부터 프로 생활을 시작한 중견급이다.

즉시 전력감은 아니었다. "몸이 만들어진 선수만 경기에 뛴다"는 위성우 감독의 철칙 때문이기도 했다. 위성우 감독이 "이선화는 실업에서 농구를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홍보람은 일반인이었다"고 말할 정도로 둘 모두 몸 상태가 최악이었다.

하지만 둘은 땀으로 위성우 감독의 생각을 바꿨다. 이미 아픔을 경험한 터라 농구가 절실했다.

위성우 감독은 "이선화는 사실 올 시즌을 안 뛰게 하려고 했다. 그런데 운동을 열심히 했다. 안 뛰게 하면 동기부여가 되지 않는다. 의지가 있어서 몸도 좋아졌다"면서 "홍보람도 쓰려고 데려온 것이 아니다. 사실 이승아가 있었으면 10분도 뛰기 어려웠을 것이다. 몸이 일반인이어서 내가 미쳤구나 생각도 했다. 본인이 열심히 했다. 의지가 있었기에 3, 4라운드면 뛸 수 있겠다 생각했는데 이은혜까지 다치면서 일찍 기회가 돌아갔다"고 강조했다.

기존 선수들은 여전히 건재하다. 임영희는 변함 없이 10점 이상을 올려주고 있고, 박혜진은 커리어 하이인 13.3점 5.2어시스트를 찍었다. 양지희도 부상으로 주춤했지만, 기량은 여전하다. 이은혜도 부상을 털어버렸다.

여기에 최은실, 김단비, 이선화, 홍보람 등 백업 선수들이 한층 성장했다. 또 올 시즌 종료 후부터 외국인 선수 재계약까지 가능하다.

통합 5연패를 노리는 우리은행 왕조가 쉽게 끝날 것 같지 않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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