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의 결론 "국정농단 몸통=박근혜 대통령"

삼성뇌물·블랙리스트·비선진료·청와대 대포폰 등 6개 사건에 관여

박영수 특별검사가 6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 기자실에서 최종 수사결과와 성과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90일 간의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수사를 끝낸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사실상 박근혜 대통령을 국정농단 의혹의 '몸통'으로 보고, 주요 사건의 공범으로 적시했다.

박영수 특별검사는 6일 오후 2시 100쪽 분량의 수사결과 자료집를 배포하고 브리핑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배포된 자료집에 따르면 특검팀은 수사한 주요 의혹 사건 7건 중 '정유라 이대 학사 비리 사건'을 제외한 6건에서 박 대통령이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사실을 확인했다.

◇ 삼성뇌물죄…박근혜, 최순실과 공범

(사진=자료사진)
우선 특검팀은 '삼성 뇌물죄 사건'을 최순실 씨(구속 기소)와 박 대통령이 공모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구속 기소) 등으로부터 뇌물을 수수한 사건으로 규정했다.

이 부회장이 자신의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도움을 받을 목적으로 대통령과 최 씨에게 뇌물을 줬다고 본 것이다.

그동안 삼성은 미르·케이스포츠 재단과 최 씨 일가에 대한 자금 지원의 대가성에 대해 부정해 왔지만, 특검은 경영권 승계 완수를 위한 일련의 청탁 과정을 상당히 구체적으로 확인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 후 세 번째 조사를 받기 위해 지난 2월 22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 사무실에 소환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특검은 파악한 이 부회장의 일차적인 목적은 이건희 회장이 보유한 13조원에 달하는 재산을 상속할 수 있는 재원을 마련하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이 부회장은 비핵심 계열사 매각과 자신이 대주주인 비상장 계열사 상장 과정에 청와대의 도움이 필수적이었다고 특검팀은 판단했다.

이 부회장의 이차 목적은 그룹내 지배력 강화였다.

특검은 이 부회장이 자신에게 유리한 합병비율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을 합병하고, 합병으로 인한 순환출자 고리 해소 과정에서 삼성물산의 의결권을 최소한으로 매각할 수 있도록 박 대통령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도 이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삼성생명의 금융지주회사 전환과 중간금융지주회사 법 통과 이후에는 중간금융지주회사 설립,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 투자유치 및 환경규제 관련 지원 등도 청와대의 도움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한 대가로 삼성은 최 씨의 딸 정유라 씨의 승마 훈련 지원에 77억9,735만 원, 최씨 조카 장시호 씨 소유의 동계스포츠영재센터 16억2800만 원, 미르재단 125억 원, K-스포츠재단 79억 원 등 298억2535만 원(지원 약속 포함 433억2800만 원)을 지원한 것으로 특검팀 수사결과 드러났다.

특히 지원 과정에서 삼성 측은 있지도 않는 '삼성 승마단'을 만들고, 정씨의 지원을 삼성이 승마단의 해외 훈련 관련 용역대금을 처리하는 것처럼 위장하기도 했다.

또 이른바 '말 세탁' 과정까지 거치면서 적극적으로 최 씨 일가를 지원한 것은 강요에 의한 행위로 볼 수 없다고 특검은 결론냈다.

이같은 사실들을 바탕으로 특검팀은 삼성으로부터 수백억 원의 지원금을 받아내는 과정 전반에 최씨와 박 대통령이 공모한 것으로 적시했다.

◇ 블랙리스트…우병우 수사 과정서 朴 개입 확인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대치동 특검사무실에서 6일 오후 지난 90일간의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이번 삼성 뇌물죄 사건과 함께 특검 수사의 중대 성과 중 하나로 꼽히는 문화·예술계 지원배제 명단 이른바 '블랙리스트' 사건에도 박 대통령이 공모한 정황을 특검은 확인했다.

특검팀은 최 씨로부터 부탁을 받은 박 대통령이 당시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불구속 기소)과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구속 기소)을 움직여 노태강 전 문체부 체육국장의 사직을 강요한 것으로 보고 직권남용의 여지가 있다고 봤다.

또 특검팀은 박 대통령이 블랙리스트 작성과 활용도 직접 챙긴 것으로 판단했다.

더불어 특검팀은 지난 2014년 9월쯤 블랙리스트 작성에 미온적 태도를 보여 사직처리 된 문체부 1급 공무원 3명에 대한 인사조치도 박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다고 명시했다.

특검팀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수사 과정에서 이같은 사실을 확인하고, 추가 수사를 위해 수사 자료를 검찰로 넘겼다.


◇ 비선진료…박 대통령, 박채윤과 차명폰으로 통화

비선진료 의혹을 받고 있는 김영재 원장.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특검팀은 박 대통령이 최 씨의 단골 성형외과 의원 김영재 원장(불구속 기소)으로부터 2014년 5월부터 2016년 7월까지 5차례에 걸쳐 보톡스, 더모톡신 등 시술을 받은 것으로 확인했다.

김 원장은 속칭 '보안손님'으로 2013년 12월부터 2016년 9월까지 최소 14차례나 청와대 관저를 드나들며 박 대통령에 미용 시술을 했다.

이밖에도 일명 주사 아줌마(2013년 3월~11월, 6~7회), 기 치료 아줌마(2013년 3월~2016년 9월, 월 평균 2회), 운동치료 왕십리원장(2013년 5월~2016년 2월, 수회) 등 무면허 의료인들까지 관저를 출입하며 대통령을 상대로 의료행위를 한 사실이 드러났다.

특검팀은 박 대통령이 2013년 12월쯤부터 최 씨 혹은 이병석 대통령 주치의 등을 통해 김영재 원장에 대해 알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했으며, 지난해에는 박 대통령이 김 원장의 부인인 박채윤 ㈜와이제이콥스메디칼 대표와 이영선 행정관의 차명폰으로 직접 통화한 사실도 확인했다.

특검 수사결과, 2014년 2월쯤 최 씨가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구속 기소)에게 김 원장의 해외진출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정호성은 대통령에게 이를 보고하고 지원하라는 지시를 받아냈다.

이후 김 원장과 박 대표는 중동 등 해외진출과 연구개발비 지원 등 청와대로부터 각종 특혜를 받았다.

아울러 지난해 6월 CJ그룹이 파리에서 개최한 'KCON 2016, 프랑스' 행사장을 찾은 박 대통령이 김 원장의 처남이 설치한 존제이콥스 부스에 들러 기념촬영을 한 것도 사전에 결정된 내용이었다고 특검팀은 밝혀냈다.

존제이콥스는 지난해 청와대 공식 설 선물세트로 지정돼 타사 제품을 포함한 화장품 세트 950개(계약금액 7875만 원)을 납품했으며, 이후 유명 면세점 입점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받았다는 게 특검팀의 판단이다.

◇ 청와대 대포폰 사용 의혹…朴 차명번호 순방기간에 발신기록 '전무'

특검팀은 박 대통령의 차명폰 사용 의혹과 관련해서도 최 씨와의 핫라인을 유지하기 위한 것으로 결론지었다.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최 씨와 박 대통령의 차명폰 존재를 찾아내는 데는 최 씨 조카 장시호(구속 기소) 씨 진술이 결정적이었다.

장 씨는 1월 특검 조사에서 "작년 10월 26일 최 씨 요청으로 어머니 최순득이 윤전추 청와대 행정관의 차명폰으로 박 대통령과 최씨 입국에 대해 협의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이후 특검은 최순득 씨 명의 휴대전화 분석을 통해 윤 행정관 차명폰 번호를 확인했고, 이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박 대통령, 최 씨, '문고리 3인방' 안봉근·이재만·정호성 전 비서관, 윤 행정관, 이영선 행정관만 연락을 주고받는 차명폰 번호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발신 기지국 대부분이 강남구 청담동 최씨 오피스텔 인근이었다. 독일 출국 이후인 작년 9월 5일부터는 유럽 통신사 보다폰(vodafone) 등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등 최씨의 독일, 일본, 미얀마 출국 일자와 해당 지역 로밍서비스 사용 내역이 일치했다.

최 씨가 차명폰 통화한 횟수가 가장 많은 상대는 박 대통령이었다. 박 대통령의 차명폰 발신 기지국은 모두 '청와대 관저'였다.

해외 순방 기간에는 출·입국 당일을 제외하고는 어김없이 국내 발신 내역이 전무했다.

정호성(48·구속기소) 전 부속비서관도 해당 번호가 최 씨와 박 대통령의 차명폰 번호가 맞다고 인정했다.

박 대통령과 최 씨가 차명폰으로 통화한 횟수는 2016년 4월 18일∼10월 26일 국내외에서 총 573회로 조사됐다.

특히 국정농단 의혹이 일파만파 커지며 최 씨가 독일로 출국한 작년 9월 3일부터 검찰 조사를 받으러 귀국한 10월 30일까지는 127회 통화한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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