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채권 쥐고 있는 금융공공기관, 채무자에 도움 안돼

부실채권 상각비율 낮아, 금융위 속도 내도록 제도 개선

금융위와 금융공공기관의 '부실채권 관리제도 개선방안 간담회' (사진=금융위원회 제공)
A씨는 은행에서 1000만 원, 캐피탈에서 1000만 원, 보증기금에서 3000만 원 등 5000만 원을 대출받아 사업에 투자했다가 실패, 연체가 발생했다.

A씨는 임시직으로 어렵게 생활하며 빚독촉에 시달렸다. 3년 후 A씨는 직장을 구한 뒤 채무조정을 받아 빚을 갚기 위해 신용회복위원회(이하 신복위)의 문을 두드렸다.


신복위는 은행과 캐피탈의 빚 2000만 원은 상각돼 60%까지 감면될 수 있으나 보증기금이 대위변제(보증자가 채무자 대신 돈을 갚아주는 것)한 채무 3000만 원은 "대손상각'이 되지 않아 감면을 받지 못한다고 안내했다.

A씨는 채무조정을 받더라도 8년 동안 매월 약 40만 원을 갚아나가야 하는 부담때문에 결국 상환을 포기했고, 채권자인 은행과 캐피털, 보증기금은 모두 원금 회수에 실패했다.

금융위원회는 앞으로 이런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신용·기술 보증기금과 주택금융공사, 예금보험공사 등 금융공공기관들이 부실채권을 쥐고 있지 말고 적절한 시기에 '털어내도록(대손상각)' 제도를 개선하기로 했다고 6일 밝혔다.

A씨의 경우는 보증기금이 일정기간이 지난 채권을 상각해 A씨의 채무도 상각됐고 신용회복위원회 워크아웃 제도를 통해 다른 금융회사와 같이 최대 60%의 빚을 감면받을 수 있게 됐다.

A씨는 이에 따라 8년간 월 20만 원을 갚는 조건으로 채무조정을 받아 상환에 나서기로 해 결국 은행과 캐피털, 보증기금이 모두 원금의 일부를 회수할 수 있게 됐다고 금융위는 소개했다.

금융위 집계를 보면 금융공공기관이 보유한 가계 및 개인 사업자의 부실채권 규모는 지난해말 현재 25조 원으로 관련 채무자가 약 70만 명에 달한다.

대부분 무담보 채권인 이 부실채권들 중 상각된 채권은 11.2조원으로 전체의 45%에 그쳐 은행권의 77%에 비해 상각채권의 비중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공공기관들은 상각 기준이 모호해 장기 연체로 회수 가능성이 없는 경우도 적기에 상각하지 않고 길게는 10년까지 이런 부실채권을 장기간 보유하는 바람에 채무자가 신용회복을 신청하더라도 채무조정 효과가 반감되고 채권관리 비용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비효율이 야기되고 있다고 금융위는 지적했다.

금융위는 따라서 6일 열린 '금융공공기관 부실채권 선진화 간담회'에서 금융공공기관의 부실채권 관리는 "형식적인 회수와 보유"에서 "적극적인 조정과 정리"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대위변제나 채권매입후 1년 이상 경과' 등으로 상각기준을 정비하고 상각된 채권은 자산관리공사(캠코)에 매각하며, 채권의 회수와 관리에 대한 직원 면책근거를 마련하는 등의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해 올 3분기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용어 설명
*부실채권 : 원금 또는 이자 상환이 연체된 채권으로 여신기관은 통상 3개월 이상 연체된 여신을 부실채권으로 분류하며, 보증기관은 연체된 채권을 대위변제하고 보유한 구상채권을 부실채권으로 분류

*상각채권 : 회수 가능성이 없는 부실채권을 재무상태표에서 제거하는 절차를 대손상각이라고 하며, 대손상각된 부실채권을 상각채권으로 분류 (금융공공기관은 통상 ‘특수채권’으로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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