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식 감독이 다시 지휘봉을 잡은 한국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야구 국가대표팀이 출격한다. 6일 오후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리는 2017 WBC 본선 A조 1라운드 개막전에서 이스라엘과 맞붙는다.
이번 대표팀이 구성될 때 역대 최약체가 아니냐는 의문부호가 뒤따랐다. 메이저리거들은 소속팀의 반대, 부상, 사고 등의 이유로 대거 불참했고 그동안 대표팀을 지켰던 김광현, 정근우 등도 부상 때문에 합류하지 못했다. 김인식 감독은 "우리가 가장 약해보인다"며 기대 반 걱정 반이다.
과거 WBC 대표팀이 구성될 때도 불안요소는 있었다. 그러나 김인식 감독은 제1회 대회 4강 진출, 제2회 대회 준우승을 이끈 명장이다. 투구수 제한이 있는 WBC만의 특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이번 대회에도 마운드 운용이 본선 1라운드 통과의 열쇠라 믿고 있다.
일단 첫 단추를 잘 꿰어야 한다.
한국은 이스라엘과의 첫 경기에 총력전을 펼칠 가능성이 높다. 2차전 상대는 네덜란드. A조 최강으로 평가받는 팀이다. 2차전이 끝나고 하루 휴식일이 있기 때문에 마운드 운용은 한결 부담이 적다. 오승환을 비롯한 주축 투수들을 이스라엘전에 대거 쏟아부을 전망이다.
선봉은 장원준이 맡는다. 대표팀 투수 중 가장 컨디션이 좋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김인식 감독의 믿음도 두텁다. 김인식 감독은 "언뜻 보기에는 공이 빨라보이지 않고 힘있게 던지는 것 같지도 않지만 순간적인 손 동작이 빠르기 때문에 타자들이 타이밍을 맞히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장원준만의 장점은 WBC 무대에서 빛을 볼 가능성이 있다. 국제대회에서는 '낯섬'만큼 강력한 무기도 없다.
이스라엘 타자 중에는 메이저리그에서 한시즌 32개 홈런을 때렸던 아이크 데이비스와 같은 강타자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네덜란드와 비교할 정도는 아니라는 평가다. 지난 4일 이스라엘과 연습경기를 치른 상무의 박치왕 감독은 "타자들이 자기만의 존이 없는 느낌을 받았다. 인상적인 타자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타자들은 떨어지는 변화구에 약하다는 평가다. 허리 통증이 있는 포수 양의지가 선발 출전한다면 장원준과는 소속팀 두산에서 오랫동안 호흡을 맞췄던 사이라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
이스라엘의 선발투수는 메이저리그 통산 124승 경력의 제이슨 마키다. 싱커볼 유형의 투수다. 떨어지는 변화구에 대한 타자들의 대처가 잘 이뤄져야 한다.
1라운드 투구수 제한은 65개다. 장원준이 5회까지 버텨주면 최상의 시나리오. 장원준도 공격적인 투구를 다짐하고 있다. 그러나 투구수 제한 때문에 만만치 않은 과제다.
김인식 감독은 장원준 다음 투수로 차우찬을 롱릴리프처럼 기용할 수 있고 여러 투수를 기용해 짧게 이어갈 수도 있다. 상황에 따라 마운드 운용을 하겠다는 계산이다. 리드 여부에 따라, 투구수에 따라 온갖 변수가 발생할 수 있다.
WBC에서는 50개 이상 던진 투수는 4일을 쉬어야 하고 30개 이상 투구시에는 하루 휴식을 취해야 한다. 이틀 연속 던진 투수 역시 반드시 하루를 쉬어야 한다. 김인식 감독과 선동열 투수코치는 이같은 규정을 늘 염두에 두고 마운드 운용을 할 것이다.
가장 늦게 대표팀에 합류한 오승환은 지난 4일 경찰야구단과의 친선경기에서 최고 시속 149km 강속구를 뿌렸다. 김인식 감독은 아직 100% 컨디션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지만 오승환은 "첫 등판에 이 정도면 만족스럽다"며 본 대회 끝판대장의 등장을 예고했다.
타선에서는 김태균, 이대호, 최형우가 버티는 중심타선의 역할이 중요하다. 김인식 감독은 김태균, 이대호에 대해서는 크게 걱정이 없다. 특히 김태균에 대해서는 "오키나와 캠프 때부터 계속 좋았다"고 굳게 믿었다.
변수는 최형우다. 최형우는 대표팀 합류 후 비공식 실전에서 19타수 무안타 행진을 이어가다 지난 4일 경찰야구단과의 평가전에서 마침내 안타를 때렸다. 김인식 감독은 "타구가 맞아나가는 게 나아졌다"며 고무적인 평가를 내렸다. 대회 개막을 앞두고 경험한 '손 맛'이 본 대회로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대표팀의 실질적인 중심타자는 손아섭일지도 모른다. 당초 주전 우익수 경쟁에서 민병헌이 우세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으나 지금 대표팀에 손아섭보다 타격 감각이 좋은 선수는 없다. 김인식 감독은 "오키나와 때까지는 확실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작년보다 더 좋은 자세를 만들었고 가장 감각이 좋은 선수"라고 평가했다.
대표팀 수비진은 유격수 김재호와 2루수 서건창이 키스톤을 이루고 1루수는 이대호나 김태균이 맡는다. 3루수는 박석민이 유력하나 오른 팔꿈치 부상이 있어 허경민으로 대체될 수도 있다. 외야는 최형우, 이용규, 손아섭이 맡는다. 대표팀이 리드를 잡은채 경기가 후반부로 넘어가면 박건우가 최형우 대신 좌익수로 들어가 수비를 강화할 수 있다.
이번 대회 1라운드는 사상 처음으로 국내에서 열리기 때문에 대표팀 선수들이 홈 어드밴티지를 누릴 것으로 전망된다. 보다 편안하게, 무엇보다 타팀 선수들보다 그라운드 환경에 잘 적응된 채로 경기에 임할 수 있을 전망이다. 홈 팬들의 뜨거운 응원도 대표팀 선수들에게는 큰 힘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