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가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에 따라 한국사회의 미래가 바뀔 수 있다. 하지만 어떤 결정이 내려지더라도 탄핵 찬반 양쪽을 모두 만족시키는 것은 불가능해 혼란은 피할 수 없다.
지난해 12월 9일 국회로부터 박 대통령 소추의결서 정본을 넘겨받은 헌법재판소는 당일날 긴급 재판관 회의를 열고 탄핵재판 심리에 곧바로 들어갔다.
'공정'과 '신속' 원칙을 정한 헌재는 대통령 대리인단의 재판 지연전략에도 불구하고 준비절차기일 3회와 변론 16회에 이어 지난 27일 최종변론으로 이어지는 56일간의 변론절차를 마무리 짓고 역사적인 판결문을 쓰기 위한 평의를 계속 열고 있다.
이러는 사이 광화문 광장에서는 박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촛불이 계속 타올랐다. 탄핵 반대를 촉구하는 보수 진영의 집회도 몇 백미터 떨어진 대한문 앞을 중심으로 펼쳐졌다. 최순실 게이트가 터졌을 당시에는 소규모였지만 점점 세를 확대해 지난 1일과 3일 집회는 참여인원 면에서는 촛불집회와 버금가는 수준으로 커졌다.
현재로서는 탄핵이 인용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지금까지 드러난 최순실의 국정농단, 청와대 문건 유출 등 특검 수사를 통해서 드러난 여러 사실들이 박 대통령을 빼놓고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지난 2일 발표된 갤럽 여론조사도 탄핵 찬성 의견이 77%로 반대 의견 18%를 압도했다.박 대통령의 편파적인 인터뷰와 검찰.특검 조사 거부, 헌법재판소 불출석, 대통령 대리인의 법정 모독성 발언 등 일련의 공세에도 불구하고 탄핵 찬성 의견은 3개월 전에 비해 불과 4%p 오르는데 그쳤다.
그럼에도 탄핵 반대 측에서는 대리인단까지 나서 탄핵 기각이 아닌 각하(재판 요건이 안됨)를 촉구하며 아스팔트를 피로 물들이네 마네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결정이 이번주에 내려지는 것이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심판 당시 헌재는 탄핵 선고 3일 전에 선고 사실을 알렸다. 이 기준을 그대로 적용할 경우 오는 7일이나 10일쯤에는 탄핵 선고일이 발표될 가능성이 높다.
탄핵이 인용될 경우 대통령이 파면이 되는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고 대통령 선거를 60일 이내에 해야 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국정의 혼란과 불안정은 물론 탄핵 반대 세력의 강력한 반발에 따른 극단적 적대감 노출 등으로 국론 분열이 심화될 수 있다.
반대의 경우는 상상 초월이다. 이 때문에 압도적인 탄핵 찬성 여론을 무시하고 헌재가 기각이나 각하 결정을 내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지만 극도의 혼란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정치학회장을 지낸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양승함 명예교수는 CBS와의 통화에서 "탄핵에 찬성하든 반대하든, 대통령 선거를 60일 이내에 하든 12월에 하든 차기 정권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이뤄지기 힘들 것이다. 선거를 하더라도 결과에 불복하는 양상으로 번지면 굉장히 큰 문제다"고 우려했다.
양 교수는 그러면서 "대통령부터 정치인, 국민에 이르기까지 문제의 심각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통합하고 화합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특히 이번 사태를 초래한 장본인이 박 대통령이기 때문에 인용이든 기각이든 승복하겠다는 대국민담화라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 탄핵 인용되면 본격적인 대선국면…'기울어진 운동장'의 변수는?
박 대통령이 탄핵될 경우 국민들의 관심은 차기 대통령을 뽑는 정치권으로 옮겨지게 된다. 탄핵 이후에 펼쳐질 정국도 전인미답, 그야말로 가보지 않은 길이다. 언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주요 대선 후보들을 다수 보유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의 경선이 국민적 관심속에 본격적으로 전개되는 가운데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여당인 자유한국당도 경선 절차가 진행될 것이다.
문재인 전 대표와 안희정 충남지사, 이재명 성남시장 등 민주당 후보들의 지지율을 합했을 때 60% 안팎에 이를 정도로 야권에서 차기 대통령이 나올 가능성이 높은 '기울어진 운동장' 판세이지만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출마 여부와 보수 결집력에 관심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전 대표의 집권을 막기위한 비문연대 성사 가능성, 호남을 주요 기반으로 하는 국민의당이 최종적으로 어떤 결심을 할지,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이 합당 또는 선거 연대를 할 수 있을지 등이 또 다른 관전 포인트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