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사드 배치에 반발한 중국이 경제적 보복을 암시하기 시작한 건 한미 당국의 발표 직후인 지난해 7월. 하지만 우리 정부는 "설마 그러기야 하겠냐"며 안이한 대응으로 반년 이상을 허비했다.
당시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일단 대규모 경제 보복은 있지 않을 것"이라며 "정치와 경제는 분리해서 오지 않을까 그런 예측은 하고 있다"고 가능성을 일축했다.
중국 정부가 한국 기업을 표적 단속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며 선을 긋기도 했다.
황교안 국무총리도 당시 "기본적으로 한중 관계가 고도화돼있어, 쉽게 경제보복을 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라고 강변했다.
하지만 지난 3일 열린 고위당정회의에선 "중국측 조치를 계속 모니터링하면서 소통을 더욱 강화하고 필요한 대책을 적시에 마련해나가겠다"고 당혹감을 내비쳤다.
당장 간만에 반등 조짐을 보이기 시작한 수출 경기에 찬물을 끼얹게 생겼다. 우리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4분의1이 넘는 데다, 지난해 무역흑자만도 374억 달러에 이른다. 교역량과 흑자 모두 최대 규모인 상대국이다.
우리 수출이 지난해 11월부터 4개월 연속 증가세로 돌아선 것도 대중국 수출에 힘입은 덕분이었다. 지난 1월과 2월에 대중국 수출은 각각 13.4%, 28.7% 급증했다.
따라서 양국 교역이 냉각되면 수출의 73.8%를 중국에서 벌어들인 평판디스플레이(DP)는 물론, 석유화학(46.3%), 반도체(38.9%), 컴퓨터(36.0%), 무선통신기기(21.2%), 자동차부품(22.2%) 등 상당 분야에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 나라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 1720만명 가운데 46.8%인 806만명이 중국인이었다. 중국인 한 명이 쓰고 간 돈만도 항공료를 빼고 268만원으로, 이들이 매년 창출하는 내수가 21조 6천억원으로 추산될 정도다.
정부가 지난달 27일 내놓은 '내수 활성화 대책'도 남해안 관광벨트 조성과 입국 절차 간소화 등 상당 부분은 중국인 관광객을 겨냥한 것이었지만, 불과 일주일만에 '빛바랜 개살구' 신세를 면하기 어렵게 됐다.
일사천리로 사드 배치 결정을 내린 우리 정부나, 경제적 보복에 나선 중국 정부 모두 '악수'(惡手)를 뒀다는 비판에서 자유롭긴 힘들다.
하지만 수출과 내수 모두 타격을 입게 된 '양수겸장'(兩手兼將)을 자초한 우리 정부의 '실'(失)이 '실'(實)보다 커보이는 것만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