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저자는 그리스의 문화 속에서 신화와 역사를 대하는 그리스 인들의 독특한 태도와 신화와 역사, 그 상호관계를 분석한다. 신화는 신들의 이야기이고, 역사는 인간의 역사입니다. 여기 첫 장부터 우리는 민주주의를 포함하여 그리스를 바라보는 신선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
저자의 중요한 포인트인 그리스의 시간관을 설명한다. 어느 상황 속에든 결정적 순간을 포착하여 영원 속에 고정시키려는 그리스 인들은 시간개념의 새로운 혁명적 발상을 이루었다. 그래서 그들의 예술, 특히 그리스 조각에 숨 막히는 긴장감을 표현할 수 있었다. 일정한 단위로 규칙적으로 흘러가는 상투적인 시간인 흐로노스(chronos)가 아닌, 결정적 순간을 특화해내는 카이로스(kairos)로서의 시간관념은 그리스 문명의 가장 빛나는 성과이다.
저자 김승중 교수가 토론토대학 학생들을 인솔하여 도시국가 테베의 영역을 발굴한다.디오니소스의 고향 테베에서 디오니소스를 위시한 그리스 문화의 숱한 영웅들을 불러내어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또한 저자는 BC 514년 독재자를 암살하는 격동의 현장을 생생하게 묘사한다. 이 거사의 영웅 티라니사이드(폭군 살해자)의 조각상 앞에서 고대 그리스 민주주의의 제도의 탄생과 그 진행과정, 그 민주주의의 허와 실을 설명한다. 그리고 당대 그리스 여성들의 삶과 로망, 그 비전을 은밀히 들여다본다.
밤새 술 퍼마시며 이야기하는 놀이인 심포지온에 대하여, 올림픽 경기에 대하여, 호메로스의 서사시나 여타 그리스 신화구조에 나타나는 전쟁의 양태와 그 패러독스에 대하여, 희극과 비극인 고대 그리스 드라마에 대하여 찬찬히 살펴본다. 이 모두 비주얼한 예술작품들을 눈앞에 보면서 설명한다. 그리고 그리스 문명의 최절정 페리클레스 시대와 그 시대의 금자탑 파르테논신전에 대해 깊이 있는 연구를 소개한다.
서양을 지배하는 문화의 원형과 지금 서양인 정서의 시작을 서양문화사에서 그레코-로망이라 부른다. 여기에 그다음 기독교문화가 결합되어 서양문명이 완성되었다. 로마문명은 헬레니즘의 로마화를 통하여 많은 변용을 이루기도 하였지만, 주된 로마문명의 축은 그리스문명의 카피이거나 모방이었다. 결국 서양의 저변에 흐르는 본바탕은 그리스문명과 기독교문화이다. 그렇기에 우리가 서양을 제대로 알기위해서, 그리고 서양이 주도한 19, 20세기의 현대문명을 제대로 알기위하여 그리스문명에 대한 이해가 반드시 필요하다.
또 그리스문명은 우리와도 떨어질 수 없다. 직접참여 민주주의와 마라톤을 대표로 하는 올림픽경기는 그리스 문명에 직접적 연원을 두고 있다. 그리스는 뮈토스(신화)와 로고스(이성)가 혼융된 문화이다. 신화에 기반한 서사시, 비극 등의 문학과 이성 중심의 학문인 철학, 수학, 물리학 등의 발상지가 그리스이다. 아테네 아고라의 직접민주주의가 지금 대한민국의 한복판에서 촛불의 함성으로 매주 재현되고 있다. 그리스의 정신은 이미 우리 속에 들어와 있습니다. 그리스문명은 일정정도 이미 우리문명의 기저가 되어있다.
이 책의 말미에는 도올 김용옥의 “희랍을 말하고 오늘을 말한다”라는 한 편의 글이 들어있다. 여기에서 그는 그리스 미술사를 시대별로 정리한다. 또 아버지로서 저자 김승중 교수를 독자에게 소개한다.
김승중 지음 | 통나무 | 392쪽 | 2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