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비콘: 공화정에서 제정으로, 로마 공화국 최후의 날들'

'루비콘: 공화정에서 제정으로, 로마 공화국 최후의 날들'은 로마 공화국이 로마 제국으로 바뀌는 시기의 약 100년 동안 펼쳐진 치열한 권력 쟁탈전을 담아내는 동시에 공화국이 죽어가는 과정을 추적하고 있다. 전설적인 인물들의 삶을 생생하게 전개하는 한편 공화정 자체와 시민에게 주목한다. 즉, 시민이 변화하는 모습을 통해 100년간의 공화정의 역사를 조망하려는 것이다.

기원전 8세기 중엽 조그만 촌락에서 출발한 도시국가 로마가 이탈리아 반도를 통일한 데 이어, 로마인들은 공화정 시대에 이탈리아와 지중해 전역에서 전쟁들을 수행하여 로마의 영토를 대대적으로 확대해나갔다. 로마는 점점 부강해지고, 동시대 최강국으로서의 면모와 위력을 얻게 되었다. 그러나 새로운 속주들에서 곡물이 쏟아져 들어오자 군 병력의 주요 원천이었던 자영농이 몰락하고 이로 인해 정복의 밑거름이 되었던 시민군, 즉 농지를 소유함으로써 군 복무의 자격을 갖게 되는 시민 수 유지가 어려워지게 되고 만다. 달리 말하면 지중해 세계 전체가 로마의 속주가 되는 과정에서 부와 권력이 상상할 수도 없는 규모로 축적되었지만, 정작 그 전쟁을 직접 수행한 로마의 시민들은 명목상 ‘세상의 주인’일 뿐 실상은 빈털터리였던 것이다.

그렇다면 이 새로운 부를 어떻게, 누구에게 사용할 것인가? 이 의견 차이는 너무나 커서 마침내 상류계급을 크게 분열시켰다. 특히 자영농을 부활시켜 양극화로 인한 사회 불안을 해소하고 로마의 군사력을 강화하려 한 그라쿠스 형제의 개혁 시도가 실패로 돌아가자 로마는 결정적인 위기를 맞는다. 공화정 체제를 유지하는 게 가장 중요한 목표였던 원로원파와 바뀐 시대에 맞는 제도 개혁을 추진하려는 민중파의 대립에 장군들의 권력 투쟁이 결합하여 이후 100여 년간 내란이 수반된 혼란이 시작된 것이다. 이런 배경 아래에서 벌어진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루비콘 도하는 로마 공화정의 종말을 가져오는 분수령이 되었다.

이처럼 로마 공화국의 마지막 날들은 안으로는 권력 쟁탈, 밖으로는 이민족의 침입으로 얼룩져 있었다. 무엇보다도 스파르타쿠스가 이끄는 노예 반란은 로마 공화국을 뒤흔드는 심각한 위협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로마 공화국은 새로운 종류의 지도자를 필요로 했고, 날고 기는 정치꾼, 장군, 수많은 유명가 들이 등장했다. 이들이 펼쳐내는 정치적 음모와 치열한 투쟁, 경이로운 군사 정복과 노골적인 욕망들… 그리고 로마의 시민들은 그들에게 휩쓸려 힘을 실어주고, 때로는 외면하여 분위기를 반전시키면서 새로운 역사를 만드는 데 일조하게 된다.

로마 역사를 읽을 때, 다른 관점에서 상황을 볼 필요가 있다. 로마 시민들이야 자기 나라를 좋아했다 치더라도 로마에게 침탈당하는 다른 나라들은 어떤 생각이었을까? 갈리아를 비롯한 로마 속주들은 로마인들에게 어떤 감정을 품었을까? 로마의 번영은 다른 나라의 몰락 위에서 이루어진 것이고, 이 책에서는 이 문제가 비중 있게 다루어진다.


또한 카이사르가 추진했던 체제 변화는 체제를 유지하고자 하는 입장에서는 어떻게 해석될까? 공화정을 유지하고자 하는 세력은 당시 상황을 어떻게 이해했을까? 그리고 로마 공화정 체제 아래 로마인들은 세계를 정복하고 자유를 누렸지만 그들은 왜 자유 대신 평화의 탈을 쓴 독재를 선택하게 되었는가.

이 책은 영웅이나 지배계층만을 조명하지 않고, 패자의 입장과 시민의 시선으로 역사를 풀어나간다. 무엇보다 실질적 주인공을 공화정이자 시민으로 상정한 만큼, 시민의 관점에서 당시 상황을 어떻게 읽을 것인지 끊임없이 상기시킨다. 로마 공화국의 마지막 순간에 로마인들은 스스로를 위해 어떤 일을 했고 어떻게 해냈으며, 그것이 가져온 결과는 무엇이었는가. 새로운 시각으로 읽는 로마 공화국의 최후의 날들, '루비콘'을 만나보자.

책 속으로

‘주사위는 던져졌다.’ 한창 열이 오른 도박사처럼 열정이 불붙은 다음에야 비로소 카이사르는 전진 명령을 내릴 수 있었다. 이성적인 계산을 하기에는 너무 위험이 컸다. 또 헤아릴 수 없는 상황이기도 했다. 이탈리아로 밀고 내려오면서 카이사르가 동료들에게 털어놓았듯, 그는 자기가 세계 전쟁을 감행하고 있음을 알았고, 그 전망을 예견하고 몸을 떨었다. 그러나 카이사르처럼 명철한 사람도 자신이 내린 결정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예측할 수 없었다. ‘디스크리멘’이라는 말에는 ‘중대한 고비’라는 뜻뿐만 아니라 ‘분수령’이라는 뜻도 있다. 루비콘이 바로 그런 의미의 단어가 된다. 그 강을 건넘으로써 카이사르는 세계를 전쟁으로 몰아넣는 한편 로마의 고대적 자유가 무너지고 그 폐허 위에 군주제가 세워지도록 하는 데 기여했다. 군주제의 성립은 서구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의 하나다. (프롤로그 9쪽)

서구 민주주의의 기원을 아테네에서만 찾는 것은 자만심의 소치다. 좋든 싫든 간에 우리는 로마 공화국의 상속자이기도 하니까. 나는 이 책 의 제목을 ‘시민’으로 하고 싶었다. 이 책의 주인공은 시민이며, 공화국이 궤멸했다는 비극도 시민의 비극이기 때문이다. 로마인들 역시 나중에는 고대적인 덕성이 지겨워져서 손쉬운 노예제와 평화가 주는 안락을 선택했다. 끝도 없이 서로 죽고 죽이는 전쟁보다는 빵과 원형경기장의 공연이 더 나았다. 로마인들은 그들의 자유에 스스로를 파멸시킬 씨앗이 들어 있었음을 인정했다. 또한 그것은 이후 몇 백 년 동안 사람들의 마음속에 불안하게 똬리를 틀었다. (프롤로그 12쪽)

민중은 중요한 존재였고, 자기들이 중요시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모든 유권자들이 그렇듯이 이들은 입후보자들이 진땀 흘리며 자기들에게 잘해주도록 만드는 일을 즐겼다. 공화국에서는 “군중만큼 까다로운 것도 없고 무얼 원하는지 파악하기가 힘든 것도 없다. 또 투표라는 시스템만큼 예측하기 힘든 것도 없다.” 그래도 로마 정치에서는 예측 가능한 부분이 더 많았다. 물론 민중은 투표권을 가졌지만 그래도 공직을 따낼 가능성은 부자들에게만 있었고, 입후보자 자신이 이룬 부만으로는 부족한 경우도 있었다. 로마인들은 속물근성이 아주 강했다. 사실 시민들은 잘 알려진 가문의 인물에 표를 던지는 편을 선호했다. (1장 52쪽)

그곳에서 카이사르는 여전히 군단 하나와 함께 기다리고 있었다. 폼페이우스가 비상사태를 발동했다는 소식은 10일에 그에게 도착했다. 즉시 그는 군대를 남쪽으로 보내어 변경을 건너 이탈리아 국내의 가장 가까운 도시를 점령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카이사르 본인은 부하들이 진용을 갖추는 동안, 오후에는 목욕을 하고 잔치에 참가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그는 손님들과 잡담을 나누며, 마치 온 세상에 자기가 신경 쓸 일이 전혀 없다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저녁이 되어서야 그는 긴 의자에 서 일어나서 어둠을 타고 지름길로 서둘러 달려가서 루비콘 강둑에서 마침내 자기 군대를 따라잡았다. 한순간 지독히도 망설였지만, 그런 다음 그는 불어난 물을 건너 로마를 향해 이탈리아로 들어갔다.
460년에 걸친 자유 공화국이 종말을 맞았다는 사실을 안 사람이 그때는 아무도 없었다. (9장 398쪽)

브루투스는 폼페이우스의 지시에 따랐다. 그는 로마를 포기했다. 밤새 쓸데없는 논란을 벌이고 손을 휘저으면서 시간을 보낸 원로원의 대부분 의원들도 그렇게 했다. 극소수만이 남아 있었다. 이 도시에서 행정관들이 이 정도로 사라진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카이사르가 루비콘을 건넌 지 일주일도 지나지 않았는데, 이미 세상은 뒤집혀버렸다. (10장 402쪽)

“가장 달콤한 죽음은 무엇일까?” 누가 그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 카이사르는 이렇게 대답했다. “예고 없이 오는 죽음.” 경고를 받으면 두려워지고 두려워지면 무력해지기 때문이다. 그날 밤 카이사르의 아내가 악몽을 꾸고, 다음 날 원로원에 나가지 말라고 간청하자 그는 웃었다. 그날 아침 가마에 실려 가다가 그는 자기에게 3월의 이데스를 조심하라고 충고했던 점술가를 만났다. “자네가 경고한 날이 오늘이군.” 카이사르는 미소 지으며 말했다. “하지만 나는 아직 살아 있네.” “예.” 신속하고도 피할 길 없는 대답이 돌아왔다. “하지만 오늘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10장 448~449쪽)

톰 홀랜드 지음 | 김병화 옮김 | 책과함께 | 576쪽 | 25,000원

추천기사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