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박근혜 없는 3월, 그래야 봄이다'를 기조로 4일 19차 촛불집회에서도 박 대통령의 탄핵과, 특검연장 요구를 거부한 황교안 권한대행의 퇴진을 강력히 요구했다.
◇ "이런 '그지' 같은 나라 물려줘서 미안해"
오후 6시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본집회에는 촛불집회 의료지원단, 대학생, 삼성 백혈병 피해자 유족, 여성단체 회원 등이 자유발언대에 섰다.
촛불집회 의료지원단 이보라 씨는 "탄핵인용은 시작을 뿐, 그동안의 적폐를 청산하고 주인인 우리가 안전하고 편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이 돼야 한다"면서 "아픈 만큼 치료해줄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항상 여러분과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대학생 시국회의 안드레 대표는 "대학생들의 개강은 박 대통령의 퇴진에서부터 시작된다"면서 "정권퇴진을 넘어 정치체제를 바꾸고 새 세상을 만들기 위한 투쟁을 계속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최 측이 '헌재 탄핵 선고가 다가오고 있다. 이제 우리 촛불이 더 비상해야한다'라는 내용의 공동결의문을 낭독하자 곧바로 행진이 시작됐다.
행진은 이전과 마찬가지고 청와대, 총리관저, 그리고 헌재 방면으로 이어졌다.
예전 직장 동료 3명과 광장을 찾은 박 모(63) 씨는 "후손들에게 깨끗한 걸 남겨줘야 하는데 이런 '그지' 같은 일이 발생해서 부끄럽고 미안하다"면서 "오늘은 정말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나왔다"고 말했다.
장거리연애로 일주일에 한번 제대로 보기도 힘들다는 박도현(23) 씨와 이상미(26) 씨 커플은 탄핵이 인용되는 분위기로 기울어서 그런지 광장에 나오는 사람이 줄고 있어 시간을 쪼개 촛불을 들었다고 밝혔다.
부천에서 온 엄지선(35) 씨는 "탄핵돼야 한다고 생각해서 나왔다"면서 "만약 기각된다면 국민들이 실망한 나머지 좌절감에 빠져 정치에 무관심해질까봐 두렵다"고 말했다.
평택에서 아이와 함께 온 김 모(48) 씨는 "아이에게 역사적인 순간을 보여주려고 같이 나왔다"면서 "99% 확률로 탄핵이 될 걸로 보고 조기 대선 체제를 빨리 준비해야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 태극기에 '노란리본'…'빨간공' 굴리기 퍼포먼스
태극기를 들고 촛불광장을 찾은 정 모(57) 씨는 "태극기를 정말 올바른 곳에 써야 하는데 친박단체들이 든 태극기를 보면 마음이 찝찝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양심 있는 헌재 재판관들이 역사 앞에 부끄럽지 않고 후손들 앞에 떳떳하게 설 수 있으려면 탄핵을 인용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들과 남편 손을 잡고 나온 김진아(43) 씨는 "페이스북상에서 '태극기를 되찾자'는 얘기가 나와 지난 주 태극기 100개를 사비로 샀다"면서 "특히 지난 3·1절 태극기와 성조기를 혼용해 사용하는 친박단체의 모습을 보면서 상처를 받았다"고 말했다.
광장 한편에서는 한 상인이 촛불과 태극기를 같이 팔고 있었다. 태극기 위엔 노란리본이 달려있었다.
이색적인 퍼포먼스도 본집회에서 연출됐다.
이날 오후 6시, 광장을 가득 메운 시민들이 '빨간공' 7개를 뒤로 굴리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주최측에 따르면, 빨간색은 '황교안 퇴장'을 의미한다.
'레드카드'의 의미가 담긴 붉은 종이로 촛불을 담은 종이컵을 감싸고 있는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와 문재인 전 대표도 촛불민심을 살피러 이날 광장을 찾았다.
◇ 맞불도 거세게 타올라…큰 충돌은 없어
수원에서 온 차순정(68) 씨는 "최순실 사태를 보고 분명 박 대통령에게 실망한 점은 있다"면서도 "언론을 비롯해 좌파세력들이 뿌리내리지 않은 곳이 없어 이렇게 기도하는 마음으로 태극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충남에서 온 박노빈(60) 씨는 "헌재 재판관은 삼권분립에 따라 균형을 맞춰야하는데 현재 1명이 없는 상황"이라면서 "탄핵 심판이 기각·각하될 것"이라고 말했다.
탄기국은 이날 집회에 500만 명 이상이 참석했다고 주장했다.
일부에선 탄핵 심판 선고를 앞두고 이들 친박집회와 촛불집회 사이 충돌을 우려했지만 다행히 부딪히지 않았다.
경찰은 이날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경찰병력 1만5900명을 도심 곳곳에 배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