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모비스는 2016-2017시즌 프로농구 정규리그에서 인천 전자랜드만 만나면 기가 죽었다. 지난 5차례 맞대결에서 모두 졌기 때문이다.
개막전 맞대결에서 양동근이 다쳤고 계약 연장 과정에서 마커스 블레이클리가 뛰지 못한 1경기가 하필이면 전자랜드전이었다. 이종현이 가세한 5라운드 대결에서는 처음으로 양팀이 진검승부를 펼쳤지만 승리는 전자랜드의 몫이었다.
유재학 모비스 감독은 전자랜드에게 유독 약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정영삼과 정병국이 맞대결을 펼칠 때마다 슛이 잘 들어갔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수비가 붙어도 슛이 들어가니 선수에게 뭐라 할 말이 없었다"며 웃었다.
이어 보다 구체적인 이유를 설명했다. "이종현이 뛰었던 지난 경기에서는 리바운드 싸움에서 크게 졌다. 빅터에게 리바운드를 16개를 내줬는데 우리 선수들의 리바운드 센스가 빅터에게 밀렸다. 또 전자랜드에는 2미터대 신장을 갖춘 선수들이 많은데 매치업상 우리가 어렵다"고 말했다.
모비스와 전자랜드는 3일 오후 울산동천체육관에서 정규리그 마지막 맞대결을 펼쳤다. 전자랜드가 모비스를 상대로 정규리그 '스윕(sweep)'을 거둘 수 있는 기회를 노렸다.
그러나 모비스는 맞대결 전패 위기에서 탈출했다. 모비스는 전자랜드를 65-63으로 따돌리고 맞대결 5연패 사슬을 끊었다.
이로써 모비스는 25승21패를 기록해 4위를 굳게 지켰고 5위 원주 동부(24승22패)와의 승차를 1경기로 벌렸다.
22승24패를 기록한 전자랜드는 6위를 유지했으나 7위 창원 LG(19승26패)와의 승차는 2.5경기로 좁혀졌다. 최근 활약이 좋았던 신인 강상재가 지난 경기에서 다친 허리 통증으로 인해 결장한 것이 전자랜드에게는 악재였다.
모비스가 초반 주도권 싸움에서 우위를 점했다. 1쿼터를 16-9로 마쳤고 2쿼터까지 36-25로 앞서나갔다. 전자랜드는 리바운드 싸움에서 앞섰으나 야투가 문제였다. 전반까지 야투성공률이 30%에 머물렀다. 3점슛 10개를 던져 1개 성공에 그쳤다.
반면, 모비스는 네이트 밀러와 이종현의 적극적인 골밑 공략을 바탕으로 비교적 수월하게 공격을 풀어갔다.
전자랜드는 3쿼터 들어 아이반 아스카와 커스버트 빅터의 활약으로 점수차를 한자릿수로 좁혔다. 전자랜드가 추격할 때마다 모비스는 달아났다. 이종현이 최근 신경을 많이 쓰고있는 중거리슛을 성공했고 김효범은 3점슛을 터트렸다.
3쿼터를 51-45로 마친 모비스는 조금씩 점수차를 벌려나갔지만 전자랜드의 막판 반격도 매서웠다. 정영삼이 어시스트와 3점슛으로 연속 5득점 생산에 기여했고 박찬희와 빅터의 골밑 득점이 이어지면서 종료 2분을 남기고 스코어가 59-57로 좁혀졌다.
함지훈과 빅터가 득점을 주고받아 61-59, 살얼음판 승부가 계속 됐다. 모비스는 종료 24.8초를 남기고 '전자랜드 트라우마'에서 벗어나는 결정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정영삼이 이종현과의 미스매치에서 1대1 공격을 펼쳤고 3점슛 시도를 선택했으나 이종현의 높이를 의식했는지 공은 림에 맞지 않은채 그대로 코트 밖으로 나갔다.
양동근은 상대 반칙으로 얻은 자유투 2개를 모두 넣었다. 전자랜드는 작전타임 이후 3점슛을 노리지 않고 빠르게 2점을 넣은 뒤 반칙 작전을 반복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정영삼이 2점을 넣었지만 양동근이 반칙 작전으로 얻은 자유투 2개를 다시 넣어 승부를 결정지었다.
네이트 밀러는 모비스 선수 중 가장 많은 17점을 올렸고 이종현은 11점 9리바운드 2블록슛을, 김효범은 11점(3점슛 3개)을 보탰다. 함지훈은 9점 7어시스트 7리바운드로 승리에 기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