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고양 오리온은 3점슛을 많이 던지고 또 많이 성공하는 팀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지난달 25일 안양 KGC인삼공사와의 경기에서는 3점슛 10개를 던져 2개 성공에 그쳤다. 공격력에 문제가 있었던 것일까? 아니다. 오리온은 89점을 몰아넣었고 무려 57.1%의 야투성공률(2점+3점)을 기록해 승리를 챙겼다.
추일승 오리온 감독은 2일 창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6-2017 KCC 프로농구 창원 LG와의 경기를 앞두고 "최근 90점대 내외의 득점을 올리는 경기가 나오고 있는데 3점슛이 그리 많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이같은 변화에는 이유가 있다. 요즘 오리온 선수들은 3점슛 라인에서 패스가 오기를 기다리며 서있기만 하지 않는다. 움직이고 또 움직여 빈 공간을 공략하고 끊임없이 공격 기회를 만든다.
변화의 중심에는 애런 헤인즈가 있다.
추일승 감독은 "헤인즈가 부상 이후 득점 마무리 능력이 예전만 못한 것 같다. 그런데 헤인즈는 머리가 참 좋다"며 웃었다. 이어 "요즘 어시스트가 늘었다. 패스를 자꾸 주니까 동료들이 많이 움직인다. 오데리언 바셋도 요즘 득점에 연연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헤인즈는 최근 5경기에서 평균 18.0점을 올렸다. 20점 이상 점수를 밥먹듯이 기록하던 헤인즈를 떠올려보면 득점력이 다소 떨어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 기간 야투성공률은 54.4%로 나쁘지 않았다. 슛 시도가 줄어든 것이다.
헤인즈는 이 기간 평균 5.2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했다. 매경기 최소 4개 이상의 어시스트를 기록했다. 팀 전반적으로 패스를 통한 공격 전개가 빛을 발했다. 최근 5경기 팀 어시스트는 평균 21.8개, 오리온의 시즌 평균 기록은 18.4개다.
오리온은 최근 패턴 중심의 공격보다는 선수들의 자율에 맡기는 프리랜스(freelance) 오펜스를 주로 사용한다. 공격에 자유가 주어지면 선수들은 더 많은 재미를 느낀다. 요즘 오리온 선수들이 그렇다. 농구 이해도가 높은 오리온 선수들은 어시스트가 동반된 아기자기한 장면들을 자주 연출하고 있다.
이승현은 "바셋 선수가 5라운드 들어 경기 운영을 잘해주고 있다. 헤인즈도 동료를 살려주는 플레이를 하니까 국내 선수들의 득점력이 올라왔다. 그래서 승수를 더 쌓아갈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오리온은 5라운드 8경기에서 7승1패를 기록했다. 시즌 전적 30승15패로 안양 KGC인삼공사, 서울 삼성과 공동 1위가 됐다.
그래도 추일승 감독은 헤인즈가 헤인즈다운 면모를 잃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추일승 감독은 "LG와의 경기에서도 헤인즈가 패스에 집착하다 보니까 직접 마무리해야하는 상황에서 패스를 하다 실수가 나오기도 했다. 계속 움직이는 공격은 더 독려하겠지만 일단 공격을 1옵션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