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식 감독(70)이 이끄는 대표팀은 2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상무와 평가전에서 1-4 패배를 당했다. 7회까지만 치른 경기라 승패에 큰 의미는 없었다 쳐도 평가전 3연승 뒤에 첫 패다. 앞서 대표팀은 쿠바, 호주와 치른 평가전에서 모두 이겼다.
특히 경기 내용 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3선발 후보로 꼽히던 우완 이대은(경찰 야구단)은 이날 1⅔이닝 6피안타 2사사구 1탈삼진 4실점으로 부진했다. 마지막 테스트에서 불안감을 노출하며 우규민(삼성) 대체론도 나오고 있다.
중심 타선도 불안감을 노출했다. 이날 4번으로 나선 이대호(롯데)만이 1타점 선제 2루타를 뽑아냈을 뿐이었다. 지난해 토종 최고 타자였던 최형우(KIA)는 이날도 3타수 무안타에 그치며 어느덧 17타수째 가움에 시달렸다.
1라운드 첫 경기인 오는 6일 이스라엘전을 코앞에 두고도 좀처럼 선수들의 컨디션이 올라오지 않고 있는 것이다. 앞서 쿠바, 호주와 평가전은 큰 의미를 두긴 어렵다. 지난달 25일 대결한 쿠바는 당일 새벽 도착해 낮 경기를 치러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고, 26일에는 7-6 신승을 거뒀다. 28일 호주전에서는 8-3으로 이겼다.
그렇다면 앞선 대회에서 평가전 성적은 어땠을까. 모의고사 성적이 WBC 본 대회에도 영향을 미쳤을까. 올해 대회 성적을 가늠해볼 참고 자료가 될 만하다.
4강 신화를 이뤘던 2006년 초대 대회에서도 대표팀의 초반 컨디션은 썩 좋지 않았다. 당시 일본 후쿠오카 전지훈련 중 대표팀은 일본 지바 롯데와 평가전에서 1승1패를 거뒀다. 해외파들의 상태가 정상이 아니었고, 투타 모두 불안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다만 이후 대표팀은 컨디션을 서서히 끌어올렸다. 당시 3·1절 일본 야구의 심장 도쿄돔에서 열린 지바 롯데와 평가전에서 7-2 낙승을 거두며 자신감을 찾았다. 2005년 지바 롯데는 이승엽이 뛰면서 일본시리즈 우승을 거뒀다. 그러나 대표팀은 선발 박찬호를 비롯해 10명의 투수들이 상대 타선을 막아냈다. 이 기세를 이어 한국은 일본, 미국, 멕시코 등을 연파, 4강 신화를 달성해냈다.
하지만 일본 최고 명문 요미우리와 평가전에서 0-3 완패를 안았다. 당시 이승엽(현 삼성)에 결승 2타점 2루타를 얻어맞으며 상승세가 꺾이는 듯했다. 이후 대표팀은 일본과 2차전에서 2-14 콜드게임패까지 당했다. 다만 이후 전열을 재정비해 1, 2위 결정전에서 일본에 설욕했고, 이후 결승까지 가며 4강을 넘어 준우승을 이뤄냈다.
2013년 3회 대회 때도 평가전 성적이 썩 좋지 않았다. 물론 주축들이 다수 빠져 역대 최약체 전력이라고 해도 그보다 더 약한 팀과 고전하며 불안감을 키웠다. 대표팀은 대만 훈련에서 6번 평가전을 치르면서 2승1무3패에 그쳤다. 그해 1군 무대 데뷔를 앞둔 NC에 2승2패 호각이었고, 대만 군인선발팀(0-1 패), 대만 실업선발팀(2-2 무)에도 고전했다.
무엇보다 타격감이 좀처럼 살지 못했다. 대만 선발팀과 평가전에서 각각 3안타, 7안타에 그쳤다. 타선 부진은 네덜란드와 1차전 0-5 패배의 빌미가 됐고, 결국 한국은 사상 처음으로 1라운드 탈락의 고배를 마셔야 했다.
1회 때는 성공적이었고, 2, 3회는 그렇지 못했다. 다만 2회 때는 일본전 콜드게임패가 선수단 각성의 계기가 됐고, 패자부활전과 상대 국가 등 1라운드 탈락 가능성은 희박했다.
이번 4회 대회에 나서는 대표팀은 지금까지 6번의 평가전을 치러 3승3패를 거뒀다. 일본 오키나와 전지훈련 중 요코하마에 2-3, 요미우리에 0-4로 졌다. 다만 당시는 결과보다는 훈련에 초점을 맞췄다. 그리고 실전을 염두에 둔 WBC 공식 평가전에서 일단 3승1패다.
이제 남은 것은 4일 경찰 야구단과 평가전뿐이다. 연습경기라 해도 대표팀 사기에 미칠 영향력은 적지 않다. 4일 평가전에서 승리를 거둔다면, 특히 최형우 등 중심 타자들이 침묵을 깬다면 상승세를 본 대회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대표팀의 마지막 모의고사가 중요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