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은 하지 않고 홀로 자녀를 키우는 아버지, 바로 '미(未)혼부' 수가 1만명을 훌쩍 넘어섰다. 그러나 이들을 바라보는 주위 시선은 여전히 싸늘하다. 제도적 지원도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CBS노컷뉴스는 한부모 가정, 그 가운데서도 철저히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미혼부 가정의 실태를 통해 현 상황을 진단하고 대안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
① "분유 훔칠 순 없어 구걸도 했죠" 극한에 몰린 '미혼부' ② "이 기저귀 몇 살 용이죠?" 육아정보 구걸해야하는 '미혼부' ③ '따가운 시선과 탁상행정' 사각지대로 밀려난 '미혼부' |
◇ 현실과 동떨어진 法…"탁상행정 온상이다" 아우성
그런데 취재진이 어렵게 만난 미혼부들은 하나같이 아이 출생신고에 어려움을 겪었다. 때문에 지난 2015년 '사랑이법'이 시행됐다. 사랑이법에 따르면, 친모의 인적사항을 알 수 없는 경우에도 친부가 DNA 검사확인서를 제출해 가정법원의 허가를 받으면 아이를 호적상에 올릴 수 있다.
하지만 법이 현실과 동떨어져있다는 문제가 제기된다. 법명의 주인공인 '사랑이'의 친부 김 모(40) 씨는 "진술서에 친모 이름을 적었다는 이유로 신청이 기각된 사례가 있다"면서 "친부가 친모 이름만 알아도 직접 친모를 찾아 출생신고해야 한다는 게 여전히 법원의 해석"이라고 말했다.
법 개정 이후 미혼부가 출생신고를 한 건수는 지난 2015년에만 100건이 넘었는데, 이 가운데 16건만 허가됐다.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여성은 임신 10개월간의 진료기록과 출산 시 의사의 첨부서류가 있어 출생신고가 자연스러운 반면, 남성은 친부임을 증명할 길이 DNA 검사확인서뿐이라 법원에 제출할 서류만 준비하는 데도 손이 많이 간다"고 전했다.
미혼부 김형진(33) 씨 역시 실효성 없는 정부정책 때문에 젖먹이 아이를 홀로 두고 군대에 끌려갈 뻔했다. 김 씨는 아이를 업고 병무청을 찾아가 사정을 말했지만 돌아온 건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 친동생에게 아이를 맡기고 입대하라'는 대답뿐이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김 씨의 어머니가 교통사고를 당해 크게 다쳤고, 김 씨는 '생계곤란병역감면제도'에 따라 비로소 병역을 면제 받을 수 있었다.
병무청 관계자는 "가족구성원뿐만 아니라 월 소득과 재산 요건 모두 충족돼야 군 면제를 받을 수 있다"면서 "아이 혼자 남게 돼도 경제 형편이 괜찮으면 미혼부도 입대해야한다"고 전했다.
◇ 미혼부에 대한 사회 지원·배려 '태부족'
미혼부는 중위소득 기준을 충족하면 만 24세 이하는 17만 원, 그 이상은 15만 원의 아동양육비를 매달 정부로부터 지원받는다. 아이를 키우는 가정이 육아비용으로 매달 평균 107만 원(여가부 '2016 육아문화 인식조사')을 쓰는 것과 비교했을 때 턱없이 부족한 액수다.
미혼부 관련 지원시설도 전무한 실정이다. 현재 전국에 59개의 미혼모 관련 시설이 있는 반면, 온전히 미혼부들을 위한 시설은 사실상 없다. 전국 17개 지역에 미혼부들끼리 정보를 주고받는 '자조모임'이 있다고 하지만 참여자가 없어 유명무실한 실정이다.
이외 미혼부에 대한 채용시 우대, 육아휴직, 분유나 기저귀 바우처 제도 등의 지원체계도 전무하다. 여가부 관계자는 "남자는 하다못해 막일만 해도 일정한 급여를 받을 수 있다는 사회인식이 있다"면서 미혼부에 대한 불균형한 지원 실태를 인정했다.
서울대 아동가족학과 진미정 교수는 "미혼부들이 갈 수 있는 시설이 턱없이 부족하고, 설사 이들이 시설을 이용하더라도 일터가 있는 곳을 완전히 벗어나기 어렵다"면서 "결국 시설을 만들더라도 필요한 곳에 맞게 설치해야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미혼부 양육에 대한 지원도 반드시 병행돼야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