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야구의 WBC 금언 "이스라엘은 4년 전 네덜란드다"

1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 나서는 A조의 감독들의 합동 기자회견이 열렸다. (왼쪽부터 이스라엘 제리 웨인스타인 감독, 네덜란드 헨즐리 묄런스 감독, 대만 쿼타이위안 감독, 한국 김인식 감독). (사진=한국야구위원회 제공)
시작이 반이다. 첫 단추를 잘 꿰야 한다.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나설 한국 야구 대표팀이 명심해야 할 말이다.

한국 야구는 4년 전 WBC 대회에서 이 말들을 뼈저리게 느껴야 했다. 2013 대회 첫 경기에서 한국은 복병 네덜란드의 덜미를 잡혀 1라운드 탈락의 고배를 마셔야 했다. 2006년 초대 대회 4강, 2009년 2회 대회 준우승에 빛났던 한국 야구의 그늘이었다.

물론 당시 대표팀은 최상의 전력이 아니었다. 에이스 류현진(LA 다저스)와 김광현(SK), 봉중근(LG) 등 좌완 3인방이 팀 훈련과 부상 등으로 빠졌고, 김진우(KIA)와 홍상삼, 이용찬(이상 두산) 등도 다쳐서 합류가 무산됐다.

그렇다 해도 1차전 패배는 네덜란드에 대해 살짝 방심한 탓이 컸다는 분석이다. 당시 대표팀은 대만 전지 훈련에서 6번 평가전을 치러 2승1무3패에 머물렀다. 특히 대만 군인선발팀, 실업선발팀과 공식 평가전에서 1무1패에 그쳤다. 타선 침묵이 불안 요소로 꼽혔다.

그러나 당시 선수단은 "연습과 실전은 다르다"면서 "본 경기를 하면 그동안 잘 해온 것처럼 고도의 집중력이 생길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1, 2회 대회 성적과 2008년 베이징올림픽 전승 우승,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금메달 등 찬란한 성과에 기댄 막연한 자신감이었다.


하지만 한국은 최약체로 꼽히던 네덜란드에 0-5 완패를 안았다. 고민이었던 타선은 상대 선발 디에고마 마크웰에 4이닝 2안타 무득점에 그치며 패배의 빌미를 줬고, 4개의 실책으로 자멸했다. 이후 대표팀은 호주, 대만을 연파했지만 (득점/공격이닝)-(실점/수비이닝)인 TQB에서 밀려 2라운드가 열리는 일본 도쿄로 향하지 못했다. 한국이 꺾은 대만에 역전패한 네덜란드와의 1차전이 꼬였던 게 결정적이었다.

2013 WBC 네덜란드와 경기 모습.(자료사진=스포츠코리아)
2017 대회 역시 마찬가지다. 첫 단추를 잘못 꿰면 모든 게 어그러질 수 있다. 이스라엘은 한국과 네덜란드, 대만이 속한 A조에서 비교적 약체로 꼽힌다. 한국과 네덜란드의 2라운드 진출이 예상된다.

그러나 한국이 오는 6일 이스라엘과 1차전에서 지면 네덜란드(7일), 대만(9일)을 모두 이겨야 하는 부담이 생긴다. 4년 전처럼 경우의 수를 따지는 규정 대신 플레이오프가 생겼지만 역시 자력 진출이 가장 편하다.

이스라엘은 4년 전 네덜란드처럼 역시 약체로 꼽히지만 복병이다. 메이저리그(MLB)를 거친 고참과 빅리그를 노리는 유망주들로 꾸려진 팀이다. MLB 124승의 제이슨 마르키스(전 신시내티)가 한국전 선발이다. 만만하게 봐서는 안 될 팀이다.

더군다나 이스라엘은 한국 야구 대표팀이 프로 선수들로 꾸려진 1998년 이후 한번도 붙은 적이 없다. 미지의 팀인 만큼 당할 가능성을 배제해서는 안 된다.

다만 한국은 4년 전의 뼈아픈 경험을 잘 알고 있다. 이대호, 손아섭(이상 롯데), 이용규(한화), 오승환(세인트루이스), 장원준(두산), 차우찬(LG), 박희수(SK) 등이 당시 참사를 직접 겪은 선수들이다.

명장 김인식 감독도 "단기전이기 때문에 매 경기가 결승전이나 마찬가지"라면서 "조금이라도 실수를 더 범하는 팀이 떨어지지 않을까 싶다"고 방심을 경계했다. WBC에서 명예회복을 벼르는 한국 야구. 그 첫 단추는 이스라엘과 첫 경기 승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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