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인종 의인 안치범 父 "아들이 이 방송 들을까봐…"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안광명 (초인종 의인 고 안치범 씨 아버지)

여러분, 초인종 의인 안치범 씨를 기억하십니까? 지난해 9월이었죠. 원룸 건물에 불이 나자 집집마다 돌아다니면서 문을 두드리고 초인종을 누르고 해서 사람들을 깨워 대피시켰던 28살의 청년입니다. 사실 불이 나자마자 가장 먼저 119에 신고한 것도 또 건물 밖으로 가장 먼저 대피한 것도 안치범 씨였는데 이웃 주민들을 대피시키기 위해서 다시 불 속으로 뛰어든 거죠. 모두를 구했는데 유일하게 본인만 숨졌습니다. 고 안치범 씨, 그렇게 참 희생이 얼마나 귀한 것인가 우리에게 알려주었는데요. 이 안치범 씨를 기리면서 소화기 1500대를 기증하는 기증식이 있었습니다. 오늘 화제의 인터뷰, 고 안치범 씨의 아버지 안광명 씨를 만나보죠. 아버님, 나와계세요?



◆ 안광명> 네.

◇ 김현정> 안녕하세요. 고 안치범 씨, 아들을 기리면서 소화기 1500대를 기증하는 기념식이 있었네요? 이게 어떻게 마련된 건가요?

◆ 안광명> 이거는 쉐어앤케어라는 회사하고요. 베스티안 화상후원재단에서 후원을 해서, 일반 국민들의 지원을 받아서 그걸 가지고 어떻게 쓸까 그러다가 소화기를 마련했어요. 소화기가 없어서 위급한 상황에서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으니까요.

◇ 김현정> 그렇죠, 그렇죠.

◆ 안광명> 그런 사람들한테 나눠주는 것이 낫겠다. 그래서 마포구청에서 그런 사람들을 선별을 해서 나눠주도록 하게 됐죠.

◇ 김현정> 이것뿐만이 아니라 불우한 아이들을 위한 장학금 1000만 원도 직접 내놓으셨더라고요?

◆ 안광명> 아유 뭐 별거 아닙니다. 하여튼 제 생각에는 여러 가지로 지원도 받고 혜택도 받고 그랬는데…. 우리 애가 아마 뭐라도 좀 했으면 하는 것 같더라고요.

◇ 김현정> 아들 안치범 씨가? '아들이 하늘에서 뭔가 좀 하세요, 아빠.' 이렇게?

◆ 안광명> 글쎄, 그런 것 같아요.

◇ 김현정> 그런 마음이 느껴지셨군요.

◆ 안광명> 네.

(사진=마포구청 제공)
◇ 김현정> 참 그래요. 지금 말씀을 조곤조곤 하시는데 저는 이런 아버지가 계시니까 그런 아들이 나왔구나, 이런 생각이 좀 듭니다. 겸손하게 지금 하신 일들을 말씀하셨어요. 그런데 지금 들으시는 우리 청취자 중에는 대체 무슨 일이 지난해에 있었기에 이런 말을 하는 거지? 가물가물하신 분들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니까 지난해 9월이었죠. 아들은 자취하고 있었던 거고요, 아버님?

◆ 안광명> 네.

◇ 김현정> 안치범 씨는 건물에서 불이 나자 제일 먼저 뛰쳐나오고 119에 제일 먼저 신고를 했는데 다시 불길 속으로 들어간 거예요. 그때가 새벽 4시였습니다. CCTV를 보니까 안치범 씨가 건물 밖으로 뛰쳐나온 다음에 불타는 건물을 계속 쳐다봐요. 아버님도 CCTV 보셨겠습니다마는… 다들 자고 있는데 어떡하지, 어떡하지 아마 속으로 그런 생각을 한 것 같죠?

◆ 안광명> 그렇죠.

◇ 김현정> 모르겠어요. 이게 부모 마음이란 게…. 119 올 때까지 좀 기다리지. 왜 네가 다시 들어갔니, 좀 묻고 싶지는 않으셨어요?

◆ 안광명> 아휴… 그렇죠. 나와서 수건이나 이런 걸 가지고 좀 준비를 해가지고라도 가지… 그런 생각도 들었고요. 불도 불이지만 하여튼 유독 가스 때문에 죽었으니까요.

◇ 김현정> 그렇죠, 그렇죠. 그렇게 해서 집집마다 문을 두드리면서 잠을 깨워서 결국 모든 주민을 살리고 본인만 가스에 질식돼서 숨진 아들…. 그런데 안치범 씨 28살, 꿈은 뭐였어요?

◆ 안광명> 우리 애는 성우가 꿈이었어요.


◇ 김현정> 성우?

◆ 안광명> 네, 성우하는 게 꿈이었어요.

◇ 김현정> 그럼 목소리가 굉장히 좋았겠는데요?

◆ 안광명> 모르겠어요. 목소리가 제가 나중에 봐도 목소리가 괜찮더라고요.

◇ 김현정> 아유, 아빠가 생각해도 목소리 좋은 아들? 그러면 성우 연습하면서 녹음해 놓은 테이프라든지 이런 게 좀 남아 있겠어요?

초인종 의인 故 안치범 씨. (사진=자료사진)
◆ 안광명> 거기 성우학원에 다닌지 그래도 한 2년 됐을 거예요. 한 2년 됐는데 거기 학생들 한 10명, 그 정도끼리 모여가지고 자체적으로 자기들끼리 짧은 라디오 드라마 같은 걸 만들어서 시나리오도 만들고 해서 녹음을 한 게 있더라고요.

◇ 김현정> 그거 아들이 살아 있을 때는 들을 일도 없었을 텐데, 아들 세상 떠나고 나니까 찾아 들으시면서 그리운 목소리 찾아 들으시면서 많이 우셨겠는데요.

◆ 안광명> 네, 애 엄마가 많이 울었습니다.

◇ 김현정> 얼마나 보고 싶으셨을까 싶습니다. 가족들이 그렇게 예고 없이 갑작스럽게 떠나고 나면 못다한 말이 응어리처럼 한이 돼서 맺힌다 그러던데 우리 아들한테 이 말만은 꼭 하고 싶다, 이렇게 되뇌이는 그런 말씀이 있을지 모르겠어요.

◆ 안광명> 치범아, 치범아. 사랑한다. 잘 있지?…. 다시 잠깐만요.

◇ 김현정> 네.

◆ 안광명> 치범아, 잘 있지? 응? 잘 있을 걸로 생각한다. 잘 있겠지. 그래, 사랑한다.

◇ 김현정> 아버님, 지금 처음에 많이 울먹이시다가 다시 할게요 하고 하신 거는 아들이 우는 모습 들으면 안 될…. 그 목소리 들으면 안 될 것 같아서 다시 하신 거예요?

◆ 안광명> 네.

◇ 김현정> 제가 참…. 아이고…. 마음이 많이 아픕니다. 아마 안치범 씨 아들 하늘나라에서 좋은 일 하고 하늘나라 갔으니까 아마 좋은 곳에서 땅에서보다 더 행복하게 살고 있을 거라고 분명히 믿고요. 그 좋은 뜻이 지금 씨가 되어서 사회가 더 밝아지고 더 따뜻해지는 데 큰일했다는 거 아버지 자랑스럽게 생각해 주시기 바랍니다.

◆ 안광명> 네.

◇ 김현정> 건강하시고요. 고맙습니다.

◆ 안광명>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초인종 의인으로 불리는 청년이죠. 고 안치범 씨의 아버지 안광명 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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