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회의 법안처리를 위해서는 여야 합의가 필수적이지만 특검연장법안은 자유한국당이 반대하고 있고, 황 대행 탄핵안은 바른정당이 반대하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내부에서도 부정적 기류가 많아 성사되기 쉽지 않다. 권성동 법사위원장이나 정세균 국회의장도 여야 합의에 따른 순리적 일처리를 강조하고 있어 직권상정 가능성도 낮다.
결국 이날 본회의에서 조기대선 때 재외동포도 선거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 등 6개 정도의 법안과 160건 이상의 비쟁점법안이 처리될 전망이다. 앞서 지난달 23일 본회의에서는 청와대 파견 검사가 2년 이내에 검찰에 복귀하는 것을 금하는 검찰청법 개정안 등 3개 쟁점법안을 포함해 31개의 법안을 처리했다.
이는 촛불민심을 반영해 개혁입법을 처리하겠다면서 연 1월 국회에서 17건의 비쟁점법안만 처리한 것에 비하면 조금 나은 수치지만 결코 잘했다고 내세울 수 없는 민망한 성적이다.
여야는 따가운 시선을 의식한 듯 3월 국회를 소집해 놨지만 활발한 정책의 장이 펼쳐질 가능성은 1, 2월 국회보다도 낮다.
3월 10일을 전후해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이 인용되면 곧바로 대선 국면으로 급속히 접어들기 때문에 의정활동을 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각 당은 경선을 통해 대선 후보를 선출하고 이렇게 선출된 후보를 중심으로 조기대선이 치러질 가능성이 높은 5월 10일 전후까지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가 펼쳐지게 된다.
새로운 대통령이 선출된다해도 국회가 곧바로 정책 중심으로 전환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새정부 출범과 이에 따른 주요 직위에 대한 인사, 인사청문회 정국 등이 파노라마처럼 전개되면서 연정과 협치 논의가 정국의 중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헌재가 박 대통령 탄핵을 기각하거나 각하할 경우에도 성난 촛불민심이 정치권을 휩쓸 가능성이 높아 정국은 시계제로 상태를 맞을 것으로 보여 그 어느해보다 정책 활동이 저조할 수 있다.
국회 홈페이지 의안정보시스템을 보면 20대 국회가 시작된 이후 지금까지 5,690건의 법률안이 정부입법 또는 의원입법 형식으로 발의됐고, 이 가운데 830건이 처리됐고 나머지 4,860건은 미처리 상태로 해당 상임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일각에서는 국회의원들이 일은 하지 않고 정쟁으로 날을 새면서도 세비는 꼬박꼬박 챙긴다는 지적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법률처리 실적으로만 의정활동을 평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현직 대통령을 탄핵 소추하고 그 결과를 지켜보면서 차기 대통령 선거에서 민심을 얻기 위해 경쟁을 벌이는 것이야말로 정치권 본연의 생리이자 임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