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계좌에 예금, 적금, 펀드, 채권 등 다양한 금융상품을 넣고 일정기간 운용해서 손익을 따져본 뒤 수익이 나면 세금(이자배당소득세 15.4%)을 물리지 않는 상품이다.
근로소득이나 사업소득이 있는 일반인이면 연 2000만 원 한도에서 납입할 수 있고 의무가입기간이 5년(일반형)이지만, 총급여 5000만 원 또는 종합소득 3500만 원 이하이거나 15세 이상 29세 이하 청년에 대해선 의무가입기간이 3년(서민형)이다.
금융투자협회 공시를 보면 ISA가입자는 지난해말 239만 788명에 투자금액이 모두 3조4116억 원에 달한다.
이런 성적에 따라 금융위원회는 ISA가 "명실상부한 국민통장으로 자리매김해 나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1월17일, 김태현 금융위 자본시장국장 새해업무 브리핑 중)
그러나 ISA가입자는 증권업종에서 지난해 7월 말부터 해지자가 나오기 시작해 지난해 12월엔 은행과 증권, 보험 모두에서 1만5075명이 해지했다.
해지자가 늘어나는 것은 수익률이 신통치 않기 때문이다. ISA의 유형은 투자자가 운용지시를 내린 상품만 취급하는 신탁형과 금융회사의 전문가가 맡아 돈을 굴려주는 일임형이 있다.
신탁형은 사실상 투자자가 자기 책임 아래 돈을 굴리는 것이어서 수익률 공시가 이뤄지지 않지만 일임형은 금융회사가 책임을 지기 때문에 수익률이 공시된다.
금투협의 일임형 ISA 수익율 공시를 보면 은행과 증권사의 ISA상품(MP유형) 202개 중 최근 6개월간 수익률이 마이너스인 상품이 33개, 이를 포함해 1% 이하인 상품이 85개였다.
최근 3개월로 좁혀서 보면 수익률 성적은 더 나빠져 마이너스인 상품이 114개로 전체의 56.4%, 이를 포함해 1%미만인 상품이 176개로 전체의 87%였다.
이처럼 수익은 나지 않고 수수료는 내야 하니 해지자가 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 때문에 ISA가 "결국 재형저축 등 관제 금융상품 실패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 만능 통장이 아닌 무능 통장이다"라는 등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금융위원회는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금융위 관계자들은 "장기 상품을 1년간의 성적으로만 평가하기 어렵고, 수익률도 일임형만이 아니라 신탁형도 함께 살펴서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시장 금리가 오르면서 채권값이 떨어지고 주가도 박스권에서 움직이는 등 시장상황이 좋지 않은 데 따라 수익률이 낮아졌지만 시장 상황이 호전되면 다시 오를 수 있지 않겠느냐"고 반문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융계에선 금융상품으로서 ISA가 갖고 있는 경쟁력이 약해 비관적이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3월 ISA가 시판되기 시작한 직후 은행들은 직원들의 ISA가입자 유치 실적을 성과평가(KPI)에 연계시키거나 할당 판매에 나서는 한편으로 2000만 원짜리 여행권, 자동차, 골드바 등 호화로운 경품을 일제히 내걸며 대대적인 캠페인을 벌였다.
증권사들도 환매조건부채권(RP, 일정기간 후에 이자를 얹어 되사주는 단기 채권)의 금리를 3.5%에서 많게는 5%까지 파격적으로 우대해주는 '미끼' 상품을 내걸고 ISA특판에 나섰다.
하지만 은행의 캠페인과 증권사의 특판이 지나가버린 지금 가입자 입장에선 수익률이 낮은 상태에서 수익 200만 원(서민형 250만 원)에 대한 비과세만을 바라보고 3년이나 5년동안 목돈을 넣어두기엔 ISA가 매력이 없다는 것이 금융계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또 수익률이 공시되지 않는 신탁형 ISA의 경우도 일임형보다 높은 수익이 나오기는 힘들다고 본다.
ISA는 은행을 통한 가입자가 194만1700명으로 대부분이고, 은행의 신탁형 ISA는 지난해 12월말 현재 전체 신탁금액의 78.8%인 1조7228억 원을 예·적금상품에 운용하고 있는 것으로 공시돼 있다.
다시 말해 신탁형 ISA는 주로 은행의 예적금에 운용되기 때문에 다른 여러 상품에 운용해 수익을 내는 일임형보다 수익율이 높게 나오기 힘들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따라서 정부가 세금 혜택을 더 늘리고 가입자의 범위도 확대하는 방향으로 보완책을 내놓지 않으면 ISA는 인기를 회복하기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현재로선 보완 방안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오는 5월쯤 ISA 도입의 성과를 분석한 뒤 필요하면 정부의 세제개편안이 마련되는 9월에 보완 방안을 마련할 수는 있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