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발매한 첫 솔로 앨범 '돈트 세이 노'에는 고작 7곡만이 담겨있을 뿐이다. 소녀시대와 소녀시대 태티서 곡을 더하는 방법도 있지만, 너무 많이 부를 경우 '서현'의 '첫 단독 콘서트'라는 의미가 바랠 위험이 있다.
이런 우려를 미리 알고 있었다는 듯, 서현은 '할 수 있는 것'과 '하고 싶은 것'을 잘 버무려 알찬 구성의 콘서트를 만들어냈다. 올해로 데뷔 10년차를 맞은 '프로'의 내공으로.
26일 오후 5시 5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아티움 내 SMTOWN 시어터에서 솔로 가수 서현의 첫 단독 콘서트 'Love, Still-Seohyun'(러브, 스틸-서현)의 마지막 공연이 시작됐다.
◇ '매직'부터 '아이 라이크 더 웨이'까지 22곡 열창
피아노 연주로 공연의 막을 연 서현은 이내 댄서들과 함께 등장해 솔로 앨범 중 가장 섹시한 분위기의 곡으로 꼽히는 '매직' 무대를 선보였다. 두 번째 곡은 '배드 러브', 세 번째 곡은 '달빛'이었다.
그간 '소녀시대 서현'에게선 들을 수 없었던 목소리와 창법이 담긴 솔로곡드로 오프닝을 장식한 것이다. 교복 스타일의 무대의상을 입고 발차기 안무를 펼쳤던 소녀시대의 막내는, 벨벳 드레스를 입고 의자 안무를 하거나 스탠딩 마이크를 앞에 두고 고혹적인 눈빛을 보내도 조금도 어색하지 않을 만큼 자라나 있었다.
이후, 서현은 노란 드레스를 입고 나타나 소녀시대의 곡 '베이비 베이비'와 '좋은 일만 생각하기'를 불렀다. 에릭남과의 듀엣곡으로 화제를 모았던 '헬로'는 에릭남 부분은 음원으로 대신하고 본인 파트만 라이브를 했는데, 연인의 영상 통화 컨셉을 보여주는 스크린 한편에는 남장을 한 서현이 남자친구 역할로 나와 팬들로부터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올해 첫 선을 보인 자신의 솔로곡과 소녀시대 곡이 '할 수 있는 것'이었다면, 다음 스텝에서 서현은 '하고 싶었'으나 그동안 기회가 닿지 않아 잘 보여주지 못했던 무대를 선보였다. 바로 뮤지컬 넘버였다.
'해를 품은 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맘마미아' 등의 작품으로 뮤지컬 배우로서 필모그래피를 쌓고 있는 서현은 이날 공연에서 '시카고'의 넘버 '올 댓 재즈'와 '아이다'의 넘버 '마이 스트롱기스트 수트'를 불렀다.
'마이 스트롱기스트 수트'의 클라이막스에서 시원한 고음으로 "또 다른 나"를 외치는 부분에선, 대중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또 다른 나'의 모습을 드디어 드러낸 듯한 후련함마저 느껴졌다.
뮤지컬 스페셜 다음 차례는 '발라드 메들리'였다. 서현은 드라마 '김수로' OST였던 '아파도 괜찮아요', 소녀시대 태티서 곡 '처음이었죠', 솔로 앨범 수록곡 '혼자 하는 사랑'으로 금세 분위기를 차분하게 만들었다.
서현은 마지막 기타 연주곡으로 10cm의 '봄이 좋냐?'를 선곡해 웃음을 자아냈다. 무척 감미롭게 노래하다가 후렴인 "몽땅 망해라" 앞부분에 "커플들 전부 다", "진심으로 전부 다", "한번 더"라는 추임새를 넣어 자연스레 팬들의 떼창을 유도하는 센스를 보였다.
또한 서현은 소녀시대 곡 '굳바이'와 '훗'을 각각 어쿠스틱하게, 긴장감을 높이도록 편곡한 버전으로 소화했고, "가자 평창 알래스카 핀란드로" 등 가사를 겨울 분위기에 맞춰 바꾼 '파티' 겨울 버전과 '돈트 세이 노', '러브 앤 어펙션'을 불렀다.
소녀시대 팬들에게 남다른 기억으로 남아있는 2014년 도쿄돔 무대에서처럼, 데뷔곡 '다시 만난 세계' 발라드 버전을 직접 피아노를 연주하며 불러 다시 한 번 감동을 선사하기도 했다.
1위 공약이었던 '돈트 세이 노' 2배속, 4배속 댄스로 분위기를 고조시킨 서현은 아리아나 그란데의 '프라블럼'과 제시 제이·아리아나 그란데·니키 마나즈가 같이 부른 '뱅뱅' 무대에서 폭발적인 에너지를 발산했다. 마지막 앵콜곡은 태티서 겨울앨범 수록곡 '아이 라이크 더 웨이'였다. 서현은 2시간 여 공연에서 총 22곡의 무대를 펼쳤다.
◇ 한껏 '흥'이 난 서현, 능수능란한 진행으로 팬들 '들었다 놨다'
3일 공연 중 마지막날이어서인지, 부모님과 소녀시대 멤버들 등 지인들이 많이 온 날이어서인지 서현은 매우 기분이 좋아보였다. 스스로 "너무 (기분이) 업(UP)이 돼서 진정시킬 필요가 있다"고 할 만큼 내내 신이 난 채로 팬들과 대화를 해 나갔다.
데뷔 후 적지 않은 시간 동안 '소녀시대 서현'은 주도적으로 마이크를 쥐는 캐릭터가 아니었다. 어쩌다 발언 기회가 와도 간단히 몇 마디하고 언니들에게 뒤를 맡기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10년 동안 서현은 '여유'를 배웠고, 2시간 여 공연을 별도 MC 없이도 혼자서 원활히 이끌어 나갔다.
'서현이에게 사랑고백을 하겠서현!'이라는 주제로 팬들이 정성스레 쓴 포스트잇을 읽어주는 시간에도, 예상보다 더 많은 쪽지를 읽어주며 팬들과 교감하려고 노력했다. 홍콩에서 온 팬, 영어로 메시지를 남긴 팬, 자기 나라에 와 달라고 하는 팬들로 서현의 글로벌 인기를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너무 많은 것이 노출되어 있는 연예인이라는 직업이 힘들지는 않았느냐는 질문에 서현은 "모든 직업은 다 힘든 것 같다. 특별히 이 직업(연예인)을 갖고 있어서 힘들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계속 노래해 달라는 쪽지에는 "평생 노래할게요. 들어주세요"라고 답했다.
팬들 역시 열광적인 반응으로 공연장을 후끈하게 달궜다. 딱딱 맞는 응원법으로 분위기를 고조시키면서도, 가창에 더 집중하게 되는 발라드 무대에서는 조용히 야광봉만을 흔들며 소음을 최소화하는 등 노련한 모습을 보였다.
서현은 "흥으로 시작해서 흥으로 끝난 것 같다. 제가 원래도 에너지가 좋은데 여러분 에너지를 받으니까 초과 상태가 됐다"며 "처음에는 (첫 단독 콘서트라는 부담 때문에) 걱정도 고민도 많이 했다. 제가 영상과 컨셉에도 많이 참여했는데 많이 와 주셔서 너무 뿌듯하고 살 맛 난다"고 소감을 밝혔다.
소녀시대의 데뷔곡이자 어느덧 10년이 된 노래 '다시 만난 세계'를 부르고 나서는 "이 노래를 부를 때마다 첫 무대가 생각나고, 전주만 들어도 그때(데뷔 당시)가 생생하게 생각난다. 매 순간 언니들(소녀시대 멤버들), 소원(소녀시대 팬들)과 함께 해서 너무 행복했다"고 밝혔다.
이어, "제가 다 커가지고 이렇게 솔로 콘서트를 하게 됐다. 10대였는데 20대 후반이 됐다. 하지만 여러분과의 추억이 차곡차곡 쌓인 10년 후의 지금이 더 좋다"고 말했다.
지난 24일부터 26일까지 3일 간 본인의 매력을 100% 보여주는 다채로운 무대를 선물한 서현은, 혼자서 무대를 채워가는 법을 배워가고 있는 듯했다. 첫 솔로 활동으로 '가능성'을 보여준 서현, 앞으로 또 어떤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