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충 반에 전학생이 새로 왔습니다. 전학생 풀무치가 “잘 부탁해.” 하고 인사를 건네자마자 아이들이 모두 헉 소리를 내며 쓰러집니다. 그렇지 않아도 콩중이와 팥중이가 똑같이 생겨서 곤란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는데, 풀무치까지 똑같이 생긴 탓이었지요. 콩중이와 팥중이는 친구들이 둘을 헷갈려 하는 게 싫어서 서로 소 닭 보듯이 했더랬어요. 그런데 전학생 풀무치가 무슨 수를 썼는지 어느 날부턴가 셋이서 삼총사를 이루고 뭉쳐 다니기 시작한 거예요.
알고 보니 풀무치는 서글서글하고 넉살 좋고 배려심 넘치는 매력덩어리였어요. 친구들이 헷갈릴까 “풀무치의 인사를 받아라, 얍!” 하고 먼저 제 이름을 밝히기도 하고, 콩중이와 팥중이를 설득해 ‘콩’, ‘팥’, ‘풀’이라고 적힌 모자를 각자 나눠 쓰고 다니기도 하지요.
그런데 이렇게 ‘나대는’ 풀무치를 탐탁지 않은 눈길로 바라보는 녀석이 있습니다. 바로 곤충반의 독재자 사마귀입니다. 사마귀는 아이들에게 장난감이나 음식을 빼앗고 시험 답안지를 베끼는 등 온갖 못된 짓을 일삼지만, 워낙 힘도 세고 아버지가 교감인지라 아무도 건드리지 못합니다. 풀무치도 사마귀의 심술을 피해갈 순 없습니다. 사마귀는 선생님이 자리를 비운 틈을 타서 풀무치를 묵사발로 만듭니다.
친구들이 분통 터트리는 걸 가만히 듣고 있던 풀무치는, 힘보다는 꾀를 써서 사마귀를 혼내 주기로 합니다. 풀무치가 짠 계획은 이렇습니다. 먼저 셋이서 모두 ‘콩’ 글자가 적인 모자를 씁니다. 그러면 누가 봐도 셋 다 콩중이거든요. 첫 번째 콩중이가 사마귀를 한 대 쥐어박고 달아나다 무성한 풀숲에 숨어 버립니다. 사마귀가 찾다가 포기할 즈음 두 번째 콩중이가 나타나 사마귀를 또 한 대 쥐어박고 달아납니다. 아무리 힘세고 날랜 사마귀라도, 두 콩중이가 협공을 하는 데는 버텨 낼 도리가 없었지요. 세 번째 콩중이는 뭘 하고 있었느냐고요? 담임 선생님을 도와 교실을 정리하면서 완벽한 알리바이를 만들었지요.
콩팥풀 삼총사에게 완벽하게 당한 사마귀는 다음 날 바로 앙갚음하려 하지만, 고개를 빳빳이 쳐들고 당당히 맞서는 삼총사 앞에서 곧 기가 죽고 맙니다. 드디어 사마귀의 입에서 “내가 잘못했어.”라는 말이 나옵니다. 그렇게 곤충 반에는 평화가 찾아오고 이야기가 마무리되는 듯했는데…….
그 못된 성미가 어디 그렇게 쉽게 사라지나요. 풀 죽은 채 지내던 것도 잠시, 사마귀는 삼총사를 뺀 나머지 아이들을 슬슬 건드리기 시작합니다. 사마귀에게 크게 당한 방아깨비는 삼총사를 찾아와, 다시 사마귀의 코를 납작하게 눌러 달라고 부탁합니다. 하지만 가만히 이야기 듣던 풀무치는 고개를 가로젓습니다. 또다시 좋은 꾀를 내어 혼내 주더라도, 삼총사 없는 데서 다시 나쁜 짓 하는 걸 막을 순 없다면서 말이지요. 결국은 “스스로 이겨 내는 수밖에 없다”는 풀무치의 말에, 방아깨비는 고개를 갸우뚱합니다.
이제 곤충반 친구들은 다시 힘센 사마귀에게 굴복한 채 숨죽이며 지내게 될까요? 아니면 풀무치의 말처럼 스스로 이겨 내기 위해 무슨 노력을 하게 될까요?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칠 수 없는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유승희 지음 | 윤봉선 그림 | 책읽는곰 | 92쪽 | 10,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