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대변인인 이규철 특검보는 27일 "협의가 한 차례 무산된 이후, 상호 신뢰가 무너진 상황"이었다며 "조사 과정의 녹음·녹화와 관련된 사정이 대면조사 무산의 결정적 이유"라고 밝혔다.
이달 9일 양측이 합의한 대면조사가 성사 직전 무산된 것은 대통령 측이 중시한 '비공개 원칙'이 깨졌기 때문이었다.
대통령 측은 특검이 비공개 약속을 깨고, 일정을 언론에 유출했다며 협의 무산의 책임을 떠넘겼다. 특검이 "상호 신뢰가 무너졌다"고 말하게 된 계기다.
이후 특검은 대통령 측과 공문 형태의 서신을 주고받으며 일정 협의를 재개했다. 단, 특검은 대통령의 조사 과정을 녹음·녹화해야 한다는 새로운 조건을 제시했다.
이 특검보는 "(첫 협의 무산 이후) 과거 협의가 됐던 부분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던 상황"이었다며 "대면조사 과정에서 어떠한 일이 생길지 모른다는 점을 충분히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신뢰가 무너진 상황에서 조사 내용에 이의를 제기할 수 없도록 객관적 근거 자료를 남기자는 취지였다.
그러나 대통령 측은 녹음·녹화는 절대 불가능하다는 뜻을 고수했다. 협상이 제자리걸음을 하는 가운데 결국 대면조사 없이 특검은 수사기간 종료를 맞게 됐다.
한편 대통령 측이 박 대통령을 '피의자'로 부르는 '피의자 신문조서'를 작성하지 않을 것을 두고 양측이 대립했다는 관측도 있었으나 사실이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박 대통령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할 방침이었다. 특검이 조사 성사를 위해 상대방 입장을 대폭 수용한 셈이다.
이 특검보는 "특검은 박 대통령을 피의자로 판단하고 있었지만 대통령 측에서 (참고인) 진술조서 형식을 원해서 그런 형식을 취하기로 합의가 됐었다"며 "녹음·녹화를 제외한 다른 조건은 (특검이) 대부분 수용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통령측은 "특검이 녹화를 고집하는 등 무리한 요구로 대면조사가 무산됐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