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킹’ ‘공조’ 엔딩크레딧에 이름 올린 ‘저작권 해결사’

[인터뷰] 음악 저작권 전문가, 리웨이 뮤직앤미디어 이지형 대표

(사진=이지형 대표 제공)
올해 1월 극장가를 휩쓴 영화 ‘더킹’과 ‘공조’. 두 작품의 엔딩 크레딧에는 다소 생소한 직업명이 포함됐다. 바로 ‘뮤직 카피라이트 슈퍼바이저(MCS, Music Copyright Supervisor)’다. 영화에 삽입되는 음악의 저작권을 조사하고 처리하는 역할로, (주)리웨이 뮤직앤미디어 이지형 대표가 직접 만든 명칭이다.

이 대표는 영화를 비롯해 드라마, 광고 등에 쓰이는 음악의 저작권료를 협상하고 라이센스 계약을 추진하는 ‘저작권 해결사’로 맹활약 중이다. 특히 지난 2015년 개봉한 영화 ‘쎄시봉’에 삽입된 번안곡의 복잡한 저작권 문제를 푼 인물로 업계에서 유명하다. 당시 원곡 저작권자에게 개런티를 지급하고, 쎄시봉 멤버들에게도 일정 부분의 저작권을 인정해주는 성공사례를 남겨 주목받았다.

유명 영화·드라마 음악 감독 및 K-팝 작곡가들의 음악 저작권을 매니지먼트하는 일을 겸하고 있는 음악 저작권 전문가 이 대표와 만나 국내 음악 저작권 시장의 현황과 전망에 대해 들어봤다.

--언제부터 음악 저작권 분야에 뛰어들었나.
▲ 회사를 설립한 건 2007년이다. 초반에는 주로 TV 광고에 어울릴만한 음악을 찾는 일을 했다. 음악 저작권 분야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가진 건 2009년쯤이다. 음악저작권업계에선 작곡, 작사하는 창작자분을 ‘작가’라고 표현하는데, 저희와 처음 저작권 계약을 맺은 작가 분이 이동준 음악 감독이었다. 영화 ‘은행나무 침대’, ‘쉬리’, ‘태극기 휘날리며’, ‘7번방의 선물’, ‘인천상륙작전’, 뮤지컬 ‘난타’ 등 굵직한 작품의 음악을 담당하신 분이다.

이동준 감독은 주로 영화음악작업을 한다. 저희와 계약을 하고 나서 오랜만에 드라마 음악을 맡았는데, 그게 바로 배우 이병헌 씨가 출연한 ‘아이리스’였다. ‘아이리스’가 일본으로 건너가서 대히트를 치지 않았나. 일본에서 들어오는 저작권료가 생각보다 훨씬 많더라. 그때 산업적으로 더욱 성장할 수 있는 분야라고 느꼈고, 이후부터 전문적으로 저작권 매니지먼트일을 하면서 국내외 작가들과의 계약을 늘려갔다.

--‘저작권 매니지먼트’는 아직 일반 대중에겐 생소한 분야다.
▲ 엔터테인먼트사들이 연예인을 매니지먼트하는 일과 비슷하다. 계약을 맺은 작가들의 저작물을 프로모션하고, 더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하는 등 적극적으로 창의적인 수익모델을 만드는 일을 한다고 보면 된다. 외국에서는 뮤직 퍼블리싱(Music Publishing), 우리나라에서는 ‘음악출판’, 저작권법에서는 ‘저작권 대리 중개’라고 정의하고 있다.

--작가들이 음악출판사들을 찾는 이유는 뭔가.
▲ 작사가나 작곡가들은 기본적으로 (사)한국음악저작권협회회나 (사)함께하는음악저작인협회와 같은저작권집중관리단체에 가입한다. 작가 개인이 전국의 수많은 사용자를 대상으로 저작권료를 직접 징수하는 일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자신의 저작물의 재산권을 단체에 신탁하여 단체로 하여금 저작권료를 대신 징수하고 분배하게끔 하는 제도다.

그런데, 단체에 가입한 국내 작가만 2만여 명이 넘고, 등록된 저작물은 50만 곡이 넘는다. 이 때문에 작가들은 모든 작가를 관리하는 단체가 아니라 자신의 저작권만을 좀 더 신경 써주고 관리해 줄 수 있는 음악출판사를 찾는다. 음악출판사가 이용촉진을 통해서 새로운 수익모델을 만들게 되면 작가뿐만 아니라 단체의 수익도 증가될 수 있느니 모든 당사자가 협력적인 관계라 할 수 있다. 작가가 단체에 가입할 때 저작권신탁계약을 맺게 되는데, 작가가 다시 별도로 음악출판사와 양도계약을 할 경우 단체에서는 이를 ‘조건부 양도계약’의 형태로 인정해준다.

--관련 시장이 커진 계기가 있나.
▲ 드라마 ‘겨울연가’가 일본에서 크게 히트하면서 저작권료가 크게 발생했다. 당시 일본에서 발생한 저작권료기 수백 억대였으니, 관련 산업이 한 단계 껑충 뛰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면서 작가들이 자신의 저작물을 적극적으로 프로모션 해야겠다고 느끼게 됐다. 초반에는 유니버설, 소니, 워너채플, 후지퍼시픽 등 외국계 회사가 많이 들어왔고, 지금은 한국계 음악 출판사도 많이 생겼다. 한편, SM ,YG, JYP와 같은 기획사는 콘텐츠를 제작하고 소속 연예인을 매니지먼트하는 곳이지만, 자신들이 콘텐츠를 만들면 그에 대한 저작권이 생기니 음악출판 사업도 같이 겸하고 있다.

--경쟁도 치열해졌겠다.
▲ 최근 저작권 업계가 파악하기로는 국내 저작권대리중개업체가 2천여 개가 넘더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2~300개였는데, 숫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이러한 음악출판사들은 조건부 양도계약이라 계약기간이 3년에서 5년으로 짧다. 음악출판사들이 열심히 하지 않으면 작가들은 계약 기간이 만료된 이후 적을 옮길 가능성이 높다. 그러니 음악출판사들은 더 열심히 일을 할 거고, 경쟁은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본다.

--현재 회사에 속한 작가는 몇 명인가.
▲ 30여 명 정도다. 다른 음악 출판사에 비하면 많은 숫자가 아니다. 우리는 작가를 많이 늘려가는 회사는 아니다. 아까도 말씀 드렸지만, 작가들은 자신의 창작물을 집중적으로 관리해주길 원해서 음악출판사와 계약을 맺는 것이기 때문에 소속 작가를 무작정 늘리는 게 좋지만은 않다.

--수익 배분율은 어떻게 되나.
▲ 작가의 인지도나 창작물의 히트 정도에 따라 케이스 바이 케이스다. 신인 때 50대 50으로 계약했다가 재계약 시즌에 여러 출판사에서 경쟁이 붙으면 80대 20으로 갈 수도 있고, 심지어 어떤 작가의 경우 출판사가 0인 경우도 있다. 유명 작가 분의 저작물을 담당한다는 것 자체가 출판사의 이름값을 높일 수 있을 때가 그렇다. 정말 연예인 매니지먼트하는 것처럼 되고 있다.

--‘뮤직 카피라이트 슈퍼바이저’로도 활약 중이라고.
▲ 영화, 드라마, 광고 속의 음악저작물을 안전하고 합리적인 가격으로 쓸 수 있도록 해주는 게 ‘뮤직 카피라이트 슈퍼바이져(MCS, Music Copyright Supervisor)’의 일이다. 사실 이 용어는 제가 처음으로 만들어낸 영화 크레딧 상의 롤이다. 한국 영화산업이 점점 커지고 있지는 만큼, 저작권도 중요해지고 있다. 특히 유독 음악이 다른 예술분야보다 저작권이 복잡한 편이다.

저작권 때문에 소송에 휘말리거나 상영금지 가처분이 되면 영화사 측에선 큰 타격을 입는다. 그래서 영화 쪽에서 음악 저작권을 신경을 써서 미리 저작권 사용승인을 받는 작업을 한다. 좀 쉬운 곡들은 영화사 스태프들이 직접 하는데, 어려울 때가 있다. 국내 관리사가 없는 외국곡이거나 작자 미상이거나 하는 경우인데, 그래서 저 같은 롤이 생긴 거다. 그전까지는 음악감독님들이 영화 작업할 때 간간히 어드바이스만 드리는 차원이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이 일을 전문적으로 누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기억에 남는 작업이 있나.
▲ 영화 ‘쎄시봉’이다. 음악이 빠지면 안 되는 영화였는데, 특히 번안곡 때문에 상황이 복잡했다. 엄밀히 따지면 예전 번안곡은 발표 당시에 저작권 측면에서 문제를 안고 태어났다. 원곡의 가사를 바꿔서 새롭게 부를 경우 원곡자에게 허락을 받아야 하는 게 원칙이기 때문이다.

당시 이 문제는 저작권 침해 문제로 볼 게 아니라, 특수한 상황임을 인정하고 서로 기여한 것으로 보자는 방향으로 조율했다. 우리나라의 저작권법은 1957년에 제정되었지만, 1996년 국제저작권보호조약인 베른협약에 가입하고 나서야 제대로 관리가 시작되었다. 1970년대 국내에 저작권법 개념도 부족했고, 해외 저작권자에게 연락하는 일도 막막했을 것 아닌가. 또, 가수들이 가사를 바꿔서 불렀을 때는 이걸로 돈을 벌겠다는 생각보다도 이 곡을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도 소개하고 싶은 마음이었을 거다. 오히려 번안곡이 히트하면서 덕분에 나중에 원곡도 한국에서 사랑을 받기도 했고.

해외 원곡자들에게 이러한 과정과 이유를 설명하고 당신들의 노래가 한국에서 유명해진 건 아름답고 공감할 수 있는 한국어 가사와 유려한 가창으로 다시 불렀기 때문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리고 번안곡 가수 분들께도 이제는 세상이 바뀌었으니 원곡 저작권자에게 정식으로 저작권 승인을 받자고 설득했고 흔쾌히 동의해주셨다.

--저작권, 참 복잡하다.
▲ 일반 사람들은 저작권은 불편한 것, 피해야 하는 것이라고 보는데, 사실 저작권법은 저작권자들만을 위해서 만든 게 아니라 사용자가 쉽고 공정하게 사용할 수 있게끔, 양쪽 모두를 위해 만든 법이다. 저작권자와 사용자 양쪽 입장의 균형을 맞추면 좋은 예술작품이 많이 창작되어 궁극적으로는 사회의 문화 발전에 이바지하도록 만든 것이다. 그런데, 사실 음악 창작자들도 어려워한다. 학생들에게 한 학기 동안 강의를 해야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영화나 드라마를 만드는 분들은 여러 저작물이 결합된 종합예술작품이니까 또 얼마나 어렵겠나. 그래서 저 같은 신종 직업군이 생기게 된 것 같다.

--‘저작권 해결사’로 불리기까지의 과정이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 실무를 통해 저작권 일을 배우긴 했지만, 그것만으론 부족했다. 점점 새로운 매체가 생기고 국경이 없어지면서 더 그랬다. 실무의 근간을 이루는 전문 지식을 쌓기 위해 대학원에서 지식재산권법에 대해 공부를 해서 석사 과정을 마치고 지금은 박사 과정을 수료하고 논문을 쓰는 중이다. 제 입으로 이야기하기 뭐하지만, 실무와 이론을 둘 다 잘 아는 분이 국내에 많지는 않을 거다. 그게 저한테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본다.

--현재 중점적으로 추진 중인 업무는.
▲ 작년부터 MCS로 작업한 작품이 상반기 중 개봉 예정이다. 음악뿐만 아니라 영상물의 저작물을 푸는 작업 중이다. 올 연말에 개봉예정인 영화는 특이하게 북한 저작물을 풀어야 된다. 북한에서 만든 영화, 노래, 심지어 북한 연예인, 아나운서, 기악단 등의 초상권을 어떻게 풀어야 할지 고민 중이다. 저작권이라는 전문영역을 넘어서 해결해야하기에 저에게는 또 하나의 도전이다. 열심히 발로 뛰고 있다.

--업계 전망은 어떻게 보나.
▲ 영화, 드라마, 광고 모두 음악을 사용할 때 전문적인 저작권 처리가 필요하다. 최근에는 외국 영화, 드라마, 광고에서 한국 음악을 쓰는 경우도 크게 늘고 있는 걸 보면 앞으로 그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 같다. 2000년대 초 등장한 음악출판사는 이제 연예매니지먼트 업계처럼 ‘저작권 매니지먼트사’로 성장하는 변곡점에 있다.

미국, 영국 등의 선진국에서는 이미 큰 산업이 된 지 오래다. 중국이라는 큰 시장의 저작권이 정상화되면 조만간 엄청난 산업의 변화가 예상된다. 미래를 준비하는 젊은 학생들이 저작권 산업에 관심을 가지면 되게 좋은 기회가 생기지 않을까 싶다. 문화체육관광부나 저작권위원회, 예술복지재단에서도 선견지명으로 오래 전부터 미래의 전문적인 저작권인력양성을 위해 관련된 지원 사업을 하고 있는데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때까지 이러한 노력들이 계속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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