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4대 애니메이션 영화제로 꼽히는 '자그레브 페스티벌'에서 2014년 그랑프리를 받은 애니메이션 <연애놀이>가 같은 제목의 그림책으로 출간됐다. 한국 최초 수상이다. <연애놀이>는 <먼지아이>(2012) <나의 작은 인형 상자>(2015)를 냈던 정유미 작가(36)의 신간이다.
정 작가는 2014년과 2015년 연이어 '그림책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볼라냐 라가치상을 받았다. 당시 시점으로 한국에서는 첫수상이다. 2년 연속 수상한 사례도 전 세계에서 4번째다.
2013년 15분짜리로 먼저 선보인 애니메이션 <연애놀이>는 세계 80여 개 영화제에서 상영됐다. 자그레브 페스티벌 그랑프리를 포함해 10여개 국제영화제에서 상을 받기도 했다.
<연애놀이>는 여성 성장 3부작의 완결이다. 앞서 저자는 방 청소를 하면서 또다른 자신을 발견하는 <먼지아이>, 소녀의 성장 이야기와 가족으로부터의 독립을 그린 <내 작은 인형상자>를 선보인 바 있다.
<연애놀이>는 어린이 된 두 연인의 연애 과정을 놀이에 빗대 풀어냈다. 정 작가는 특유의 세밀한 연필 드로잉으로 사실적으로 남녀의 심리를 불러냈다. 묵직하게 깊은 감정은 고요하지만 리듬감 있게 나타냈다. 연인의 인간관계는 소꿉놀이, 종이접기, 손가락 맞추기, 병원놀이, 시체놀이 등으로 그려냈다.
이야기는 한 쌍의 커플이 돌을 갖고 땅에 네모를 그리면서 시작된다. 남녀는 그 공간에서 놀이를 통해 교감한다. 각각의 에피소드는 놀이의 순서다. 이는 곧 삶의 순서다. 조심스럽게 감정이 연결되는 과정이기도 하다. 정 작가는 작품을 통해 여성 캐릭터의 자립을 섬세하게 풀어냈다.
정 작가는 "살아가면서 계속 의문이나 질문을 품게 된다. 작업을 통해 그 질문들의 답을 나름대로 찾아가려 한다"면서 "작품은 고민의 과정이자 결과이다. 같은 고민을 안고 있는 많은 이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