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고교 대다수 석식 제공 중단…학교현장 혼란 '우려'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비교육적인 야간자율학습을 없애고 고등학교 교육활동을 오후 7시 이전에 종료하도록 권장한 경기도교육청이 학교급식 정상화 방침을 밝히며 석식(저녁급식) 제공도 원칙적으로 금지했다.

이에 따라 새학기부터 경기지역 고등학교 10곳 중 7곳이 석식 제공을 중단하기로 하면서 학교현장의 혼란이 우려되고 있다.

26일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2017년 고등학교 급식운영 방향'을 정하고 '수업일의 점심시간에 급식 제공하는 것을 원칙으로 운영한다(기숙사 운영학교 제외)'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개학 이후 학교에 남아 스스로 공부하는 학생이 석식을 희망하는 경우 학교장이 학교운영위원회 심의를 거쳐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고 했다.

경기도교육청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공문을 지난달 말과 이달 중순 일선 학교에 내려 보냈다.

학교의 자율성을 인정하면서도, 사실상 석식에 대한 반대 입장을 나타낸 것이다.

표면적으로는 높은 학교급식 식중독 발생률과 급식실 조리 종사자들의 산업재해 발생 등 석식 제공의 부작용을 줄이겠다는 것이지만, 비교육적인 야간자율학습 금지와 함께 지나치게 학습시간이 많은 학생들의 생활을 정상화 시키겠다는 뜻이 더 크다.


이재정 경기도교육감도 "학생들의 미래를 위해 교육적으로 옳지 않다는 것을 누누이 얘기했다"며 "석식문제는 학교 정상화를 위해 중요한 일이다. 깊이 있게 연구하고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학기부터 석식 제공을 중단하기로 한 경기도내 공립고등학교는 333개 교 중 71%인 238개 교다.

지난해 석식을 실시하지 않은 학교가 53개 교(16%)인 것과 비교하면 4배 이상 늘었다.

이밖에 아직 실시 여부를 정하지 못한 학교가 23개 교(7%), 석식을 제공하겠다고 한 학교는 72개 교(22%)다.

석식을 제공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힌 고등학교들은 '9시 등교'때와 같이 경기도교육청에서 강한 의지를 갖고 추진하는 정책이기 때문에 일단 참여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석식을 중단했을 때 생길 학생‧학부모들의 반발과 영양사 및 급식종사자들의 문제 등 현실적으로 고려해야 할 문제들이 남아 있어 일부 난감해 하고 있다.

용인의 한 고등학교 관계자는 "자율학습을 하는 인원이 많지 않아 석식을 안 하기로 했지만 상황에 따라 한시적인 조치가 될 수도 있다"며 "석식을 중단하는 것이 학교 입장에서는 좋을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고 말했다.

그동안 석식을 먹고 공부했던 학생들은 당장 새학기부터 도시락을 싸오거나 식당이나 편의점 등에서 스스로 식사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불만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화성의 고등학교 관계자는 "학부모 입장에서는 학교가 학생들을 관리해주길 바랄 텐데 그런 부분에서 항의하는 학부모들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립고교에 비해 학교장의 재량이 상대적으로 큰 경기도내 136개 사립고교들의 석식제공 중단 여부는 미지수다.

이와 관련해 지역별, 소득별, 학생 개개인의 사정 등에 대한 고려나 사전 준비 없이 제도의 변화가 생길 경우 혼란은 학교 현장의 몫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관계자는 "석식 제공에 대한 선택권이 없어지거나 약화됨에 따라 그 부담을 고스란히 짊어져야 하는 학생과 학부모들의 반발이 예상된다"며 "정책과 현실의 괴리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학교 현장의 고민이 선행됐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