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비즈니스모델은 '차명회사 빼먹기'

특가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체포영장이 발부된 '비선 실세' 최순실 씨가 1일 오전 서울 강남구 특검 사무실로 강제 소환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더스포츠엠은 실체가 없는 회사입니다. 더스포츠엠 직원은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와 같은 공간에 근무했습니다. 영재센터 업무를 해주고 급여도 영재센터에서 받았습니다"

24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최순실씨 조카 장시호씨에 대한 재판에서 검찰이 밝힌 사실이다.

국정농단 사건에서 미르와 k스포츠재단은 물론 최씨가 실질적으로 소유하고 장씨가 운영한 것으로 알려진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이하 영재센터) 등 최 씨가 관여한 재단과 법인에는 항상 자회사 성격의 수상한 회사들이 등장한다.

미르재단에는 대기업 광고를 싹쓸이하기 위해 '플레이그라운드', K스포츠재단에는 '더블루K'가 있고, 영재센터에는 스포츠 마케팅 명목으로 유령회사나 다름없는 '더스포츠엠'과 '누림기획'이라는 법인을 각각 설립했다.


이들 회사의 공통점은 모두 차명회사라는 점이다. 또 어떤 회사는 직원도 없는 유령회사인 '페이퍼컴퍼니'이다. 재단과 영재센터를 통해 돈을 곶감 빼먹듯 야금야금 빼먹기 위한 목적이며 최 씨는 이들 회사가 각각 차은택씨나 고영태씨, 장시호씨 회사라고 재판에서 무조건 우기고 있는 상황이다.

최순실씨의 조카 장시호 씨가 20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박영수 특검에 소환되고 있다. (사진=이한형기자)
◇ 누림기획 통해 최순실 독일 항공권 구입

장시호씨 재판에서 장 씨 변호인은 "더스포츠엠은 (장 씨가 운영에 관여한 것은 맞지만) 실질적으로 최 씨를 위해 설립 됐고 회삿돈도 최 씨가 독일 항공권을 구입하거나 상당부분 최 씨 개인을 위해 사용됐다"고 밝혔다.

검찰은 "더스포츠엠이 '바지사장'을 두고 명의만 빌린 실체 없는 회사이고 직원도 영재센터와 같은 장소에서 근무하고 급여도 영재센터에서 받았다"고 밝혔다.

누림기획 또한 직원 한명 없었지만 최 씨와 장 씨는 박근혜 대통령과 김 종 전 차관의 압력과 비호 아래 문체부에서 받아낸 보조금을 홍보비 명목으로 유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검찰 조사결과 최 씨 등은 문체부에서 받은 4억 7천여만원의 보조금 가운데 3천여만원을 누림기획 홍보비라고 빼돌렸다.

박 대통령은 문체부의 보조금 지급과정에서 김종 전 차관을 통해 적극 개입했다. 김 전 차관은 "2015년 10월 하순의 휴일날 쉬고 있는데 영재센터 지원 내용을 대통령에게 빨리 보고하라는 요청이 있었고 서류를 작성한 뒤 월요일에 보고 한 적 있다"고 밝혔다. 또 사나흘 뒤에는 김상률 전 청와대 교문수석이 김 전 차관을 통해 영재센터를 직접 챙기기도 했다.

문체부 감사에서도 영재센터는 스스로 부담해야 할 '자부담 비용'을 허위 서류로 보조금에서 빼낸 뒤 또다시 이 돈을 폐업 상태에 있던 누림기획으로 송금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가 보조금을 사적으로 유용하는데 차명 회사와 '페이퍼 컴퍼니'를 활용한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 (사진=윤창원 기자)
◇ 박 대통령 "국가 위해 열심히 일하는 홍보회사 있다"

박 대통령 퇴임 이후를 대비한 미르와 K스포츠 등 두 재단에도 기금과 국가 예산을 빼돌리기 위한 별도의 자회사가 설립된 사실은 이미 알려졌다.

최 씨는 문화융성 명목으로 대기업에서 기금을 모아 미르 재단을 만들고 수익 사업을 한다는 명목으로 '광고 회사'를 세웠다. 박 대통령과 최 씨는 처음에는 포스코 광고 자회사인 '포레카'를 인수한 뒤 미르 재단과 연계해 광고사를 운영할 속셈이었다. 대기업 광고 수주를 위해선 '수주 실적'이 중요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기업 광고 싹쓸이를 위한 속셈은 '포레카' 인수과정에서 뜻밖의 복병을 만난다. 박 대통령은 2015년 3월 아랍에미레이트 순방길과 또 그해 9월 중국 전승절에 참석길에 안 전수석에게 "포레카 인수가 잘 안되고 있다"고 질책을 했다.

결과적으로 포레카 인수가 무위로 돌아가자 최 씨는 미르재단 아래 차은택씨와 함께 '플레이그라운드'를 세운다. 광고업계에서는 전혀 실적이 없는 회사 였지만 플레이그라운드는 현대차와 KT에서 거액의 광고 수주에 잇따라 성공한다.

재판에 나온 증인들은 "광고 업계에선 전혀 실적이 없는 플레이그라운드 같은 회사가 '압력'이 없으면 대기업 광고 수주를 못한다"고 진술했다.

박 대통령은 2016년 2월 허창수 GS그룹 회장과 독대에서 "국가를 위해 홍보활동을 열심히 하는 회사가 있는데 그룹에서 도움을 달라"고 부탁한다. 이어 안 전 수석을 통해 받은 '회사 팜플릿'도 직접 건네준다.

플레이그라운드는 대기업 광고 강탈용이지만 최 씨가 미르재단 기금을 사익으로 챙기기 위한 도구로도 이용된다.

이 회사는 미르재단과 연구 용역계약을 맺고 계약금을 받았지만 아무 일도 하지 않았을 뿐아니라, 계약금을 조기 지급하라고 요구해 미르 재단에서 5천만원을 빼냈다. 심지어 용역보고서를 내지 않고 연기 사유서로 대체한 '갑중의 슈퍼 갑'이었다.

최 씨는 재단과 센터를 설립해 놓고 그 안에 반드시 차명 또는 유령회사를 세웠다. 이들 회사의 1차 비즈니스모델은 모 재단의 기금을 빼먹는 것이다. 허울 좋은 연구용역계약이었다.

하지만 재단기금만 빼돌리는 건 자살 공격이나 다름 없었다. 이 때문에 최 씨는 박 대통령을 내세워 대기업 광고를 싹쓸이 하고 문체부 등 정부 관련 부처의 정보도 빼내는 무리수를 뒀다. 최 씨 비즈니스모델의 말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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