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성남에 사는 윤모(69) 씨는 지난 23일 휴대전화로 이상한 문자 메시지를 한 통 받았다. 메시지를 보낸 이는 '070'으로 시작하는 인터넷 전화 사용자로 내용은 아래와 같다.
'내일(금) 오후 2시. 성남모란시장 앞. 태극기집회 참여해서 애국 민심의(을) 확인합시다. 통일한국당'
앞서 21일에도 윤 씨는 같은 번호로부터 비슷한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탄핵반대 태극기집회 오는 24일(금) 오후 2시. 성남 모란시장 앞 애국행동에 참여합시다. 통일한국당'
25일 해당 문자 메시지를 보내 온 곳과 여러 차례 통화를 시도했지만 닿지 않았다.
윤 씨는 "누가 어떻게 제 휴대전화 번호를 알아서 문자를 보내 왔는지 모르겠다. '통일한국당'이라는 곳도 처음 들어본다"며 "(박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촉구하는) 광화문 촛불집회에 참여해 온 입장에서 기분이 몹시 좋지 않았다. 그날 장터에도 나가 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번에 모란장에서 열린 탄핵반대 집회 역시 주력으로 꼽히는 노인들이 많이 모이는 24일 장날을 겨냥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친박단체 회원으로 보이는 한 누리꾼의 블로그에는 '태극기집회 지방주권시대 선포식 24일 14시 모란시장' '태극기집회 자방자치시대 선포식 24일 14시 모란시장'과 같은 해당 집회 홍보문구가 올라와 있다.
이날 성남 모란장에서는 실제로 탄핵반대 집회가 열린 것으로 확인됐다.
한 누리꾼은 SNS를 통해 "세상에, 모란역에서도 꼰대들 태극기집회… 진짜 박그네(근혜) 뽑아놨으면 쥐 죽은 듯이 참회나 할 것이지"라고 꼬집었다.
친박단체 회원들 역시 이날 열린 집회 사진을 SNS 등에 올리며 공유하고 있다. 한 친박단체 회원은 "성남시민들 어제 태극기집회 수고 많았다. 3월 1일 역사의 그날이 오기까지 계속 더 많은 태극기가 전국 곳곳에서 휘날린다. 성남 한복판에서 태극기 휘날리다니 감개무량"이라고 적었다.
탄핵반대 집회 문자 메시지를 받은 윤 씨는 "모란장에 모인 노인들은 장터에서 삼삼오오 모여 술잔을 기울이기 마련인데, 집회에 참여하라는 문자를 받은 노인들이 '장에 가서 집회 참여하고 술 한잔 얻어 마실까'라고 생각하기 십상"며 "헌재의 탄핵심판이 임박하니 성남에서도 지역 주민 등을 대상으로 탄핵 반대를 선동하는 움직임이 조직적으로 이는 것 같다"고 질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