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여성이 전구물질, 두 번째 여성이 촉매제 발랐을 것"

김정남 살해한 VX, 얼굴 위에서 두 성분 만나서 독성 띠게 됐을 가능성

- 독성학 전문가 순천향대 홍세용 교수 "추정만 가능"
- "무기로 사용될 때에도 마지막에 촉매제 첨가해서 완성"
- VX는 호흡독성과 피부독성이 모두 잘 나타나는 특성
- 독성이 너무 빨리 퍼져서 농약으로도 사용 못 하는 물질
- 1단계 : 분비물 증가, 2단계 : 균형과 의식 잃고 호흡 못해 사망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00~20:00)
■ 방송일 : 2017년 2월 24일 (금) 오후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홍세용 교수 (순천향대학교)


◇ 정관용> 김정남 피살사건을 수사 중인 말레이시아 경찰이 김정남 독살에 신경성 독가스인 VX가 쓰였다 이렇게 발표했습니다. VX는 UN이 지정한 공식 화학무기입니다. 워낙 맹독성이어서 생산과 보관이 엄격히 규제되는 물질이라고 하는데 이게 어떤 물질인지 독성학 전문가이신 순천향대학교 홍세용 교수에서서 설명 듣겠습니다. 홍 교수님, 안녕하세요.

◆ 홍세용> 안녕하세요.

◇ 정관용> 이게 얼마나 치명적인 물질입니까, VX?

◆ 홍세용> 독극물의 독성을 분류하는 시스템이 국제적으로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게 WHO에서 지정하는 체계가 있고요. EPL이라고 미국 환경단체에서 분류하는 체계가 있습니다.

2개가 비슷한데 1급 그러면 제일 독성이 강한 그런 약들. 몇 밀리그램만 먹어도 치사량이 되는 그런 독극물이고. 2급은 이제 그거의 한 10배에 해당이 되는, 3급은 또 2급의 10배. 이런 식으로 분류를 합니다.

지금 말씀하신 VX는 당연히 1급 독성이고, 그래서 몇 밀리그램만 섭취가 돼도 치사량이 되는 이런 독극물이 되겠습니다.

◇ 정관용> 여기 노출되면 어떤 증상들이 나타나요?

◆ 홍세용> 지금 VX나 사린가스 이런 것들은 유기인제(有機燐劑) 계열의 독극물이에요. 이 카테고리에 들어가는 물질들은 중독 증세가 다 비슷비슷합니다.

2단계가 있는데 첫 단계에서는 부교감신경 항진에 의해서 분비물이 증가해요. 콧물, 침, 가래, 또 장운동이 항진이 돼서 설사도 하고 이런 식으로.

그다음 단계는 균형을 못 잡는다든지 근육에 힘이 빠진다든지 하는 단계가 있고. 마지막 단계가 의식을 잃고 숨을 못 쉬고 하는 그런 단계로 진행이 됩니다.

◇ 정관용> 그 마지막 단계까지 가는 데 몇 분 정도나 걸리는 겁니까?

◆ 홍세용> 노출된 양이라든지 또 노출된 경로 등에 따라 다르고, 또 유기인제 계열 중에서도 우열이 있습니다. VX라든지 사린가스 이런 것은 너무 빠르고 신속해서 사용을 못하는 거거든요.

원래 그게 유기인제 농약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농약으로 지금도 사용되고 있는데 같은 계열이라도 말하자면 독성이 너무 빨리 너무 심하게 나타나면 사용을 못하는 거죠. 그래서 어디로 노출이 되느냐에 따라서 다른데 VX는 호흡독성도 잘 나타나고 피부독성도 잘 나타나는 그런 특성을 갖고 있습니다.

◇ 정관용> 김정남 사망 당시 그 CCTV 화면을 보면 공격을 당한 후에는 좀 일견 멀쩡해 보이는 상태로 옆에 가서 직원들하고 이야기하고 또 한참을 걸어가지고 계단을 올라가고 의무실 있는 데까지도 멀쩡하게 가더라고요. 거기도 한 2, 3분 이상 걸렸을 것 같은데.

김정남(사진=유튜브 캡쳐)
◆ 홍세용> 아무리 독한 독이라도 중독 증세가 완전히 나타나기 위해서는 그 독극물이 혈액 속으로 들어가야 되고 혈액을 따라서 퍼져야 되죠. 그러니까 그런 시간이 당연히 있어야 됩니다. 그래서 대개 10분 내지 20분 내에 사망을 하면 급사다, 이렇게 말합니다. 아무리 독한 약이라도 시간은 걸리기 마련입니다.

◇ 정관용> 그런데 의무실까지 걸어 들어갔는데 의무실에서 좀 재빨리 응급조치를 할 수가 없었을까요? 어느 독성인지 모르기 때문에 못 하겠군요.

◆ 홍세용> 그게 굉장히 안타까운 상황인데요. 의사가 처음부터 그것을 의심을 했다면 그리고 그 시설이 돼 있었다면, 그렇게 허무하게 가지는 않았을 겁니다. 그런데 처음에 저희들도 마찬가지입니다마는 그런 정보가 없으면 처음 보는 사람이 그렇게 됐을 거라는 것을 상상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죠.

◇ 정관용> 그러니까 이 VX 공격을 받았다는 걸 알고만 있었어도 어떻게든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은 있군요?

◆ 홍세용> 그렇습니다. 알고만 있었고 우리나라 종합병원 같은 곳에 갔다면 그렇게 허무하게 가지는 않았을 겁니다.

◇ 정관용> 그러니까 치료법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이 말씀인 거죠?

◆ 홍세용> 그렇습니다.

◇ 정관용> 오늘 가장 많은 화제가 된 게 말레이시아 경찰의 발표가 두 여성이 맨손에다가 이걸 묻혀 가지고 얼굴에다가 발랐다 이건데. 이게 지금 독성가스라고 했는데 어떻게 액체상태가 될 수 있는지. 또 그 두 여성은 왜 괜찮은지 어떻게 생각하세요?


◆ 홍세용> 저도 참 궁금하고 그렇습니다. 그것은 원래가 오일 같은 그런 액상입니다. 기화가 어느 정도 되니까, 미량의 냄새만 맡아도 중독을 일으킬 수 있을 정도의 독한 약이다 이렇게 보시면 되겠고요. 이 여자들이 왜 괜찮았느냐가 이제 궁금한 부분인데..

◇ 정관용> 그렇습니다.

◆ 홍세용> 제 추측으로는 몇 가지 가능성이 있는데. 첫째, 그 의심스러운 것 중의 하나가 두 여성이 손바닥에 발라서 가서 문질렀다는 그 물질이 동일한 것이냐 하는 게 궁금해요. 그것이 동일하지 않았을 가능성을 갖고 얘기를 하면 여러 가지 가능성이 있습니다.

뭐냐 하면 그런 독극물, 특히 VX는 무기로 사용이 될 때도 원래 완제품을 만들지 않고 마지막 단계에서 어떤 촉매제라든지 이런 것을 첨가를 해서 마지막 단계를 만드는 것으로 돼 있습니다.

그래서 먼저 그런 재료라고 할까요, 전구물질(前驅物質)을 바르고 두 번째 사람이 가서 어떤 촉매제라든지 뭘 넣어서 독극물을 완성시키지 않았을까 하는. . .

◇ 정관용> 알겠습니다. 그러니까 두 여성의 손에 묻어 있던 것은 VX 완제품이 아닌 거고. 두 여성의 손에 묻어 있는 게 서로 합쳐지면 거기서 VX가 나오는 거군요.

◆ 홍세용> 그러리라고 이제 추정을 합니다. 그런 근거는, 화생방전이 벌어져서 공격을 서로 하게 된다고 하면 마지막 포탄이 날아가는 순간에 그 활성이 된다는 그런 문헌들이 있더라고요.

◇ 정관용> 그러니까 화학무기로 VX를 폭탄에 담아서 쏠 때도 VX 완제품으로 쏘는 게 아니라 마지막에 뭔가 촉매가 들어가서 터지도록 그렇게 만든다고요?

◆ 홍세용> 예, 날아가면서 터지도록 한다는 겁니다.

◇ 정관용> 알겠습니다. 이번에도 그런 비슷한 케이스가 될 수 있다?

◆ 홍세용> 하도 그게 앞뒤가 안 맞으니까 그런 가능성까지를 생각해봅니다.

◇ 정관용> 우리나라에서는 이 VX가 노출된 사례가 있었나요?

◆ 홍세용> 없었죠.

◇ 정관용> 전혀 없었나요?

◆ 홍세용> 그런 일이 생기는 것은 그야말로 위법한 바이올레이션이니까 범죄라든지 이런 게 아니면 있을 수 없는 일이죠. 우리나라에는 모르겠습니다, 하여튼 제가 알기로는. . .

◇ 정관용> 현재까지 없었다?

◆ 홍세용> 없어야 되고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정관용> 알겠습니다. 도움 말씀 잘 들었습니다. 순천향대학교 홍세용 교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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