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뛰어든다…'동물가족' 반려동물 전성시대

◇ 김 과장과 로리

대기업 과장인 김태연(34) 씨는 업무가 끝나면 곧장 구로동 자신의 아파트로 달려간다. 눈에 넣어도 안 아플 18개월 난 '로리'를 보기 위해서다.

로리는 고양이다. 그러나 결혼 8년 차로 부인(33)과 맞벌이 중으로 아직 자녀가 없는 김 씨에게는 가족과 다름없다.

골프선수 로리 맥길로이의 이름을 딴 로리는 2015년 8월 12일이 생일이다. 휴가를 간 처남 고양이를 잠시 맡았다가 고양이의 치명적인 매력에 빠져 분양 받았다. TV프로그램 ‘삼시세끼’에 나온 먼치킨 종으로 몸값으로 350만원이나 줬다.

김 씨는 “키운 지 1년 4개월 됐는데 다리가 짧아 앙증맞으면서도 도도한 게 항상 머릿 속에서 아른거린다”며 “로리에게 위로받고 행복을 느끼고 로리가 아프면 울고, 우리 부부의 삶의 일부가 됐다”고 말했다.

김 씨 부부는 인스타그램을 로리 사진으로 도배를 하며 로리 자랑에 침이 마르는 팔불출(?)이 됐다. 로리에게 반한 팔로워가 5000명을 넘으면서 로리는 한 프리미엄 사료업체의 홍보대사가 돼 1년치 사료를 공짜로 먹고 있다.

고양이를 키우는 데는 병원비, 식탁, 운동 및 휴식용 캣타워, 해먹 등 돈이 적지 않게 들어간다. 하지만 아깝다는 사람은 별로 없다.


김 과장은 “로리를 키우기 전에는 무슨 돈이 그렇게 많이 들까 하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아깝지 않다”면서 “조금이라도 더 좋은 걸 사주고 싶다”며 웃었다.

◇ 다 뛰어든다…불황 비웃는 반려동물 시장

'반려동물(companion animal)'이란 용어는 1983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인간과 애완동물의 관계'에 대한 국제 심포지엄에서 처음 제안됐다. 인간에 부속된 애완동물(Pet)이 동반자의 지위로 격상된 순간이다.

우리나라에선 2002년 한일 월드컵이 기폭제가 됐다. 정부는 보신탕을 즐긴다는 오명을 벗기 위해 개막전 전날인 5월31일을 ‘애견의 날’로 지정했고 이를 계기로 반려동물은 급증세를 타게 됐다.

국내에서 반려동물을 기르는 인구는 이미 1000만 명을 넘어섰다. 5명 중 1명 꼴이다.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키운다는 '펫팸(Pet+Family)족'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하면서 반려동물 관련 시장도 급성장하고 있다. 2012년 9000억 원대에서 지난해 2조3000억 원으로 커졌고 2020년에는 6조 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됐다.

관련 업체들은 불황을 비웃는 새로운 블루오션에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식품‧유업계는 유기농 원료 등을 앞세운 프리미엄 펫푸드 출시 붐이다,

유업계 1위 서울우유협동조합은 국내 최초로 반려동물 전용 우유 '아이펫밀크'를 내놓으며 수입제품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뼈와 눈, 피부에 좋은 영양소를 담고 특별제조 공법으로 유당을 분해해 구토나 설사 등의 장애 없이 소화 흡수가 용이하도록 했다.

KGC인삼공사가 출시한 정관장 6년근 홍삼 성분을 넣어 만든 ‘지니펫’ 제품은 매달 1만세트 이상 판매되고 있다. LG생활건강도 농약과 인공 향색료는 빼고 한우, 홍삼 등 유기농 원료로 만든 ‘시리우스 윌’을 내놓았고 CJ제일제당은 필수지방산이 있는 연어, 섬유질이 풍부 호박 등을 넣은 '오네이처 센서티브 케어‘ 제품을 선보였다.

온라인‧홈쇼핑 업계도 반려동물 제품 판매에 공을 들이고 있다. CJ오쇼핑은 반려동물 이동용품 전용 브랜드인 '카츠앤훈트' 출시와 함께 전문샵을 운영하고 있다. 인터파크는 반려동물 전문 쇼핑앱 '인터파크 펫'을 오픈해 석달 만에 다운로드 10만 건을 돌파했다.

대형마트도 반려동물 전용매장을 확대하고 있다. 2010년 선보인 이마트의 '몰리스펫샵'은 전국에서 33개 매장을 운영 중이고 2012년 문을 연 롯데마트 '펫가든'은 23개 매장을 열었다.

반려동물 포털 노트펫의 김세형 편집장은 "반려동물이라는 용어대로 사람들이 개와 고양이를 가족으로 받아들이는 시대가 됐다"면서 "반려동물을 위해 돈을 쓰는 데 더 이상 주저하지 않으면서 관련 산업 성장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동물병원, 단군이래 최대 증가세…하루 1곳 이상 오픈

반려동물 서비스업도 호황이다. 탄산수 스파, 머드팩까지 장착한 미용실과 반려견을 대신 산책시켜주는 '도그워킹' 서비스도 등장했다.

동물병원도 우후죽순처럼 늘고 있다. 전국의 동물병원은 지난해 400개 이상 늘어 현재 3000개를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단군이래 가장 빠른 증가세란 농담도 나온다.

양적 증가와 함께 질적 성장도 두드러진다. 전문화되고 특화된 동물병원이 들어서면서 시설도 갈수록 첨단화되고 있다.

VIP동물병원 최이돈 원장은 "반려동물 인구가 급증하면서 2년 전부터 치과, 안과, 피부과, 심혈관센터, 재활병원 등 전문 클리닉이 설립되기 시작했다"면서 "고객의 요구에 맞춰 시설 및 장비 투자가 이뤄지면서 예전에는 상상도 못했던 MRI나 CT 촬영도 일상적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 원장은 2004년 개원한 장안동 본점과 함께 성신여대점·서초동작점 등 3개 지점을 운영 중인데 병원 안에 수술센터, 심혈관쎈터를 추가로 확장 설치했다.

동물병원은 수의사는 물론, 간호사, 미용사 등 인력이 많이 필요한 업종이란 점에서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한다. 최 원장은 "3개 지점에 수의사 30명 등 80여 명이 일하고 있다. 매출 대비 고용 인력이 많이 필요하다"며 "동물명원 업계는 앞으로도 투자와 고용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정부도 오는 6월부터 반려동물 사료 유기농 인증제를 시행하는 등 관련 제도를 정비하고 수출과 연구개발 지원 등 관련 산업 육성을 위한 대책 마련에 적극 나설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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