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 임금체불 셀프인증…"단 한시간 체불도 불법"

이랜드파크 "두세 달 늦춘 것도 아닌데" 적반하장…노동부 "명백한 불법 임금체불"

대부분의 '월급쟁이' 직장인들의 유일한 희망인 월급날, 당신의 통장에 입금된 이번 달 월급이 반토막이 났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아르바이트 노동자는 물론 계약직, 정규직에게도 최대 수 백억 원 규모의 수당을 지급하지 않고 가로채 사회적 지탄을 받았던 이랜드 계열사가 이번에는 불법 임금 체불을 공지사항으로 내걸어 또 다시 논란을 빚고 있다.

이랜드파크는 지난 23일 대표이사 명의로 외식사업부 직원들에게 '2월 급여 지연 지급 안내문'을 보냈다.

사측의 경영상 어려움으로 고통분담 차원에서 직원들의 급여 지연을 결정했다는 내용이다. 이에 따라 이랜드파크는 아르바이트(메이트)와 계약직 직원의 2월 급여는 100% 정상지급한다.


하지만 점장 이하 직급의 현장 직원은 2월 급여일에 50%, 나머지 50%는 다음달 10일 지급하고, 본부 전직원 및 현장 매니저 이상 직급 직원은 다음달 10일 100% 지급할 예정이다.

지난해 12월 이랜드파크는 고용노동부 조사 결과 아르바이트 노동자의 근무시간을 쪼개 기록하거나 강제로 조퇴처리하는 등 '임금 꺾기'를 벌여 4만여 명의 노동자에게서 83억여 원의 임금을 가로챈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이랜드파크는 노동부에 다음달까지 세 차례에 걸쳐 체불임금을 갚겠다는 계획서를 제출해 이행 중이다.

이랜드 관계자는 "최근 임금 체불 사태와 대규모 투자로 인한 영향이 겹쳐 일시적으로 자금 사정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라며 "한정된 재원 안에서 대기업으로서 협력업체에 우선 돈을 주기 위해 직원들과 고통을 분담하겠다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애슐리 매장. (사진=자료사진)
하지만 이랜드는 비단 아르바이트 노동자 뿐만 아니라 계약직과 정규직 사원에게도 최대 900억 원 규모의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문제도 제기된 바 있다.

이로 인해 이랜드는 국회 환노위가 삼성전자, MBC와 함께 청문회 대상으로 꼽을 만큼 '반(反)노동기업'이라는 거센 사회적 비판을 받아왔다.

이런 상황에서도 이랜드는 공지문까지 돌리며 명백한 불법 임금 체불 계획을 '셀프 인증'한 셈이다.

현행 근로기준법 43조에 따르면 고용주는 노동자에게 매월 1회 이상 일정한 날짜를 정해 지급해야 한다고 명시했고, 만약 정한 날짜를 하루라도 어기면 명백한 불법 임금 체불에 해당된다.

이랜드 관계자는 "대표이사 명의로 양해를 구했고, 팀장급 등을 통해 현장 직원들을 설득해 다 양해를 구한 것으로 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민주노총 서울본부 최진수 노무사는 "임금체불은 단 하루, 단 한 시간만 늦게 지급해도 명백한 불법"이라며, "이번 이랜드의 임금 지연 건설현장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임금체불 수법"이라고 강조했다.

또 "만약 노조나 개별 노동자가 동의했더라도 이와 관계없이 무조건 불법이며 처벌 대상"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노동부 관계자 역시 "임금 체불이 반의사불벌죄여서 사측이 노동자들의 동의서를 받아내면 단속하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처벌하기 어려울 뿐, 이랜드의 이번 임금 체불 또한 명백한 불법이며 정확한 사실관계를 확인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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