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에 초등학교를 다녔던 이들에게는 아련한 추억으로 남겨진 이야기이다. 돼지저금통의 배를 가른 수가 많은 만큼 오락실 게임의 점수가 오르던 재미. 그 시절을 추억하는 이들은 한결같은 생각을 할 듯하다.
갤럭시안, 갤러그, 엑스리온, 너구리…. 1980년대 50원짜리 동전 하나로 코흘리개 꼬맹이들을 오락실 앞으로 향하게 만들었던 게임들이다.
아마도 그 시절을 기억하는 이들에게 잠깐이나마 유년 시절의 추억을 그리워할 수 있는 촉매제일 듯하다.
블로그 전문사이트 ''''이글루스''''에서 네티하비 블로그(netyhobby.egloos.com)를 운영하는 윤재선씨(31)도 유년 시절에 게임을 즐겼던 사람중의 하나이다
이제는 추억이 되어버린 그 시절의 물건들을 수집하는 것들이 30대 남성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이름하여 키덜트 매니아(Kidult Mania).
어린 시절에 즐겼던 추억의 게임에 관한 블로그를 운영하는 고전게임 매니아 윤씨도 키덜트 매니아로 불리기도 한다.
키덜트와는 달라… 나는야 매니아
''''키덜트가 어린 시절의 추억 때문에 돈을 쓰지요. 제가 간직하고 있는 오락기나 피규어 등의 장난감들은 어린 시절부터 모으면서 남겨진 것들이에요. 엄밀히 따져서 저는 키덜트와는 다른 매니아입니다.''''
윤씨는 요즘 많은 사람들의 입으로 회자 되는 ''''키덜트'''' 매니아와는 달리 유년시절부터 좋아한 것들을 성인이 되어서도 그대로 간직한 채 즐기고 있다고 답했다.
윤씨는 현재 이글루스에서 고전게임 블로그와 직접 수집한 1천여개의 피규어의 정보를 담은 피규어 전문 개인홈페이지로 많은 이들에게 자신과 비슷한 나이대의 사람들과 추억을 공유하고 있다.
1980년대 오락실 시대가 한창일 때, 많은 어린이들로부터 인기있던 가정용 콘솔게임(일명 비디오게임)이었다. 패미콤을 비롯하여 재믹스 등이 그것들이다.
현재 윤씨가 소장하고 있는 게임기는 패미콤, 슈퍼패미콤, 플레이스테이션1~2, PSP, 재믹스 등 8개 정도.
윤씨는 아직까지도 취미생활로 고전 게임을 많이 하다보니 인터넷을 통해 고전게임을 다운받아 변환 프로그램을 통해 게임을 즐기고 있다.
특히 어린시절부터 즐겨왔던 게임들에 대한 지식을 많이 갖고 있어 블로그를 통해 ''''록맨(RockMan) 공략법'''' 등 전문리뷰를 남겨 같은 추억을 가슴 속에 품고 사는 사람들이 윤씨의 블로그를 즐겨 찾고 있었다.
''''블로그에 연재했던 고전 게임 가운데 원조 록맨은 현재까지 여러 가지 시리즈가 있어서 다양한 세대에게 인기를 끌고 있죠. 이 게임을 좋아하다보니 여러 가지 공략들을 세세히 다룰 수 있었어요. 제가 연재한 ''''록맨 공략법''''에 많은 사람들이 리플을 달았더군요.''''
윤씨는 80년대부터 90년대 초반의 게임팩을 수집했다. 당시 일제 수입팩이 5~6만원이니 어린이들이 즐기기엔 다소 무리가 있는 가격이었다.
그래서였을까. 윤씨는 유년시절 악착같이 돈을 모아서 수십여개의 게임팩을 수집했다고 한다. 당시 게임기들이 일본제품이어서 윤씨는 초등학생 때부터 게임을 위해 독학으로 일어를 공부했다. 또 대학에 들어가 본격적으로 학원을 다니며 일어를 배우기도 했다.
윤씨가 수집한 게임팩들을 보면, 슈팅 게임인 ''''그라디우스'''', 액션 슈팅게임 ''''RockMan'''', 일본 코마미사에서 만든 다양한 캐릭터 등이 모인 ''''와이와이월드'''' 등 콘솔게임기 ''''패미콤''''에서 즐겼던 게임들이다.
''''게임매니아는 게임을 만든 사람들의 목적을 드러내는 것이 재미있어요. 그 안에 숨겨진 팁을 찾아내서 끄집어내곤 하죠. 처음에는 그냥 하게 되고 나중에는 자연스럽게 제작자가 의도하지 않은 공략까지 찾게 되는 것. 이게 게임매니아의 매력이 아닐까요?''''
외식을 하듯 추억을 먹고 살다
30대의 남자가 밝히는 이런 발언은 무리가 없어 보였다. 인생에 있어서 가장 바쁠 나이에 윤씨는 취미생활에 큰 투자를 하는 것은 아니었다.
윤씨가 고전게임과 함께 즐기는 특별한 취미는 두 살 연하의 아내와 1주일에 한번 영화 시사회에 가는 일이다. 윤씨는 그런 날에 아내와 패밀리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고 집으로 돌아온다곤 한다.
또래의 다른 남자들처럼 출퇴근길의 지하철 안에서 휴대용 게임기를 즐기는 일도 특별해보이진 않았다. 술, 담배를 하지 않고 아내와 게임을 함께 즐기는 것이 또래의 사람들과 다를 뿐이었다.
''''수집품에 대한 물건은 특별하게 관리하진 않아요. 전문 수집가의 경우, 손상이 가지 않을 정도로 수집품을 관리해요. 하지만 저는 그런 매니아는 아니라 단순히 수집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죠. 추억은 뒤늦게 찾는 게 아니라 계속 간직하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요?''''
0과 1로 구분되는 디지털의 인터넷 세상에서 정보 교환은 가장 큰 가치의 척도이다. 대부분의 게임 매니아들은 각 사이트의 블로거끼리 정보를 교환하거나 관련 동호회를 통해 수집한다.
윤씨는 이런 점 때문에 블로그 외 인터넷 상의 동호회 활동은 하지 않고 개인 블로그를 통해 많은 사람들과 소통을 하고 있었다.
특히 자신이 일상에서 느끼는 것들을 남에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추억이 담긴 일기장을 꺼내보는 듯한 재미를 맛볼 수 있다.
''''힘든 직장 생활 속에서도 삶이 즐거운 것은 추억이 있기 때문''''이라며 ''''자신에겐 이런 취미생활이 원동력이었다''''는 윤씨.
나이가 들어도 추억은 변하지 않는다는 말이었다. 윤씨가 살아가면서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살아가는 힘을 줬던 것은 바로 이런 추억의 산물들이었다.
''''제 삶에서 추억은 어릴 적부터 모아온 것들이지요. 완구, 게임, 영화, 음반 등…. 80년대 가요와 90년대에 좋아했던 서태지와 아이들의 음악 같은 것들이 내가 사랑했던 것들 일거예요.''''
윤씨는 게임과 함께 음악에도 관심을 두기 시작해 음반 1천여장을 수집하는 등 남들보다 발빠르게 외국음악을 즐기게 됐다.윤씨는 음악동호회에서 만난 아내와 7년 동안의 연애 끝에 지난 2006년 결혼을 했다.
''''아내를 만날 때 홍익대 근처에서 인디밴드 등의 공연장을 찾거나 함께 영화를 보다보니 서로에게 익숙해져 취미에 대한 충돌은 없었죠. 게임 등 많은 것을 함께 하다 보니 추억도 공유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렇다면 윤씨에게 추억은 어떤 것일까. ''''저는 즐거우니까 살아요. 사는 게 즐겁다고나 할까요. 회사를 다니면서 잠시 절망에 빠질 때가 있어요. 그럴 때마다 극복하게 해주는 것이 추억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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