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의장은 면담 직후 자신의 SNS를 통해 "특검 연장에 대한 국민의 목소리가 대단히 높다"면서도 "여야 합의가 없는 한 국회의장의 의지만으로 문제를 풀어가기 어려운 현실"이라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90여명의 자유한국당의 반대에 200석 이상의 야4당이 주장하는 특검연장안 처리가 사실상 물건너간 것이다.
특검연장안이 무산되면서 국회선진화법에 대한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선진화법)소수파 보호법이 아니라 소수파들이 연합을 해도 아무것도 못하게 만들어 국회가 마비되는 법이 됐다. 부분적인 개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국회선진화법은 18대 국회 말 최루탄까지 등장했던 국회폭력사태로 불거진 '동물국회' 오명을 벗기 위해 등장했다. 하지만 국회 선진화법이 대다수의 쟁점 법안 통과를 막으면서 식물국회로 전락시킨 주 요인이다.
국회선진화법에 따르면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쟁점 법안은 과반수보다 엄격한 재적의원 3/5(180명) 이상이 동의를 해야 본회의 상정을 할 수 있다. 국회의장 직권상정도 매우 엄격해 국가 비상사태나 천재지변 등의 경우에만 가능하다.
국회선진화법 개정 목소리는 도입 이듬해인 2013년부터 제기됐다. 19대 다수당이었던 새누리당(자유한국당, 바른정당 전신)은 박근혜 정부가 추진한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가 지연되자 개정을 요구했다.
지난해에는 새누리당이 북한인권법과, 서비스발전기본법안의 본회의 상정이 무산되자 '국회의원의 심의 표결 권한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헌재에 권한쟁의심판을 제기해 각하되기도 했다.
20대 국회에서는 정반대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다수당인 민주당이 처리하고 싶은 법안을 처리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선거연령 인하 관련 공직선거법 개정안과 상법개정안이 자유한국당의 반발에 제자리걸음이다.
이제는 공수가 뒤바뀌어 민주당을 중심으로 국회선진화법 개정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법 개정을 위해서는 자유한국당의 동의가 필수적이지만 의원수 90명 안팎인 소수당이 강력한 무기를 내주려고 하지 않을 게 뻔하다.
이 때문에 대선을 앞둔 현 시점에서 4개의 교섭단체가 있는 20대 국회와 파트너를 이뤄야 하는 정부는 누가 대통령이 됐든 '연정'을 통해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원내 1당인 민주당이 정권교체를 이룬다고 해도 쟁점법안 통과를 위해 필요한 180명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정의당과 국민의당은 물론이고 바른정당까지(197석) 포함한 연정을 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되는 것이다.
문재인 전 대표 역시 자유한국당이나 바른정당과 당대 당 연정은 찬성하기 어렵지만 개별적으로 함께할 수는 있다며 큰 틀에서의 연정에 대해서는 공감했다. 국민의당 손학규 전 지사와 바른정당의 유승민 의원, 남경필 경기지사도 연정을 내세우고 있다.
'협치'를 바탕으로 한 연정이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 수사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연정 대상과 권한의 범위를 명확히 해 국민들로부터 선택을 받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초빙교수는 "대선 전에 어느 정당과 연대할 수 있다고 밝혀서 연정을 할 수 있는 명분과 대상을 명확히 해야 한다"며 "총리에게 위임할 수 있는 권한을 명확히 하고, 실질적으로 연정이 작동하기 위해서는 헌법상의 권력구조를 바꾸는 논의도 해야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