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결정은 시장의 예상 대로다. 한국금융투자협회가 금통위를 앞두고 채권시장 전문가들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99%가 동결을 예상했다.
경기가 여전히 부진한 상황에서 금리인하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은 여전하지만 금통위가 금리를 조정하기에는 부담이 크다.
우선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을 앞두고 자본유출 위험을 고려해야 한다. 이날 공개된 미 연준(연방준비제도)의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의사록에서는 3월 금리인상 가능성을 시사하는 언급들이 있었다.
옐런 연준의장도 최근 "고용과 물가상승이 예상대로 진전되면 기준금리의 추가 조정이 적절하다고 본다"면서 "너무 시간을 끄는 것은 현명하지 못한 일"이라고 밝혔다. 3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여기에 트럼프 신행정부 출범에 따른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에서 금리를 섣불리 움직이는 것은 위험부담이 따르는 것으로 금통위는 판단한 것이다.
특히 가계부채가 1300조원을 훌쩍 넘으며 우리 경제의 뇌관으로 부각된 점도 금리조정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금리조정의 주요한 기준인 물가 측면에서도 지난달 소비자물가상승률이 2%를 기록하며 일시적이긴 하지만 물가안정 목표 2%에 도달했다. 인플레 측면에서도 금리조정의 명분은 떨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경기가 여전히 부진한 만큼 기준금리를 내릴 것이란 시장의 기대감은 여전하다.
우리 경제는 5분기 연속 0%대 성장률을 기록한 가운데 한은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도 2.5%로 하향 조정했다. 특히 소비가 부진한 가운데 모처럼 회복세를 보이는 수출조차 미국의 보호무역 강화에 직면하면서 경기둔화에 대한 우려는 커지고 있다.
따라서 미국의 금리인상 속도와 가계부채 증가 추이를 지켜보면서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할 것이란 전망도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직후 열린 1월 금통위에서 완화적 통화정책이 필요하다는 의원들의 주장이 많았다.
자본유출 우려에 대해서도 일부 의원은 우리나라의 대외신인도와 건전성을 볼 때 미국과 금리가 역전되더라도 금융 불안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해외 투자은행들도 인하를 예상하는 곳이 더 많다. 바클레이와 씨티, UBS는 연내 1.25% 동결을 전망한 반면 골드만삭스와 HSBC, JP모건은 1%, 모건스탠리는 0.5%까지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따라서 1월 크게 꺾인 가계부채 증가세가 안정세를 유지하고, 미국의 금리인상 경로가 보다 분명해지면 기준금리의 추가 인하 압력이 커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