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내수 활성화 간판 걸고 '부자 감세'에 '재탕·맹탕'

정부가 한국 경제 회복의 가장 큰 걸림돌로 지목받는 침체된 내수 시장을 되살리겠다며 관련 대책을 내놨지만, '부자 감세'나 재탕·맹탕 대책이 곳곳에서 눈에 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23일 정부는 내수활성화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내수 활성화 방안을 확정, 발표했다.

이번 방안은 '내수위축 보완을 위한 소비․민생 개선대책'이라는 부제를 달았지만, 일부 대책 중에는 '부자 감세' 논란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우선 정부는 올 한 해 동안 호텔이나 콘도가 객실 요금을 기존 현행 가격보다 10% 이상 인하할 경우 해당 부동산에 대한 재산세(건물분)를 최대 30%까지 줄여주겠다고 밝혔다.

이미 서울시도 오세훈 전 시장 시절인 2006년부터 약 3년 가량 외국인 이용률이나 요금 할인 등 일정 기준을 만족한 관광호텔을 상대로 재산세나 상하수도 요금을 할인한 전례가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하지만 객실 요금이 정가제가 아닌 경우가 많아 상당수 호텔들이 실제로는 가격을 낮추지 않으면서 세금 혜택만 가로챌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세금 감면이라는 직접적 효과만을 노린 것이 아니다"라며 "조금이라도 가격을 낮추면 관광객이 늘어날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행자부 장관 주재 지역경제협의회를 통해 지자체가 적극 나서도록 분위기를 조성하겠다"면서도 "실제 시행은 지자체별로 조례를 제정, 의결할 사항"이라며 발을 뺐다.

또 정부는 해외 소비의 국내 전환을 위해 국내 레저산업 육성한다는 명목으로 골프장이나 호화 크루즈산업 등에 대한 혜택도 강화하기로 했다.

평창올림픽 수요를 명목으로 속초항에 대형 크루즈(10만톤급)용 입항 시설을 보강하고, 이 외에도 크루즈선 접안가능시설을 기존 6곳에서 11곳으로 확대하겠다는 내용이다.

또 오는 4월까지 해외 골프수요를 국내로 전환하고 국내 골프산업을 육성하겠다며 골프장에 대한 세금 부담을 줄이고, 각종 규제를 완화하는 등 '골프장 혜택 패키지'를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앞서 강효상 자유한국당(당시 새누리당) 의원이 회원제 골프장에 대한 개별소비세 폐지 법안을 내놓으면서 해당 사안이 지난해 국회에서도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바 있다.


'귀족 스포츠'라는 꼬리표가 붙은 골프는 회원제 골프장의 경우 1967년부터 카지노·경마장과 함께 개별소비세를 내고 있는데, 이를 폐지해 골프장 업계의 부담을 줄이고 골프 대중화에 힘을 싣겠다는 논리다.

하지만 시민사회는 물론, 회원제 골프장과 경쟁 관계인 대중제 골프장 업계까지 나서 '부자 감세'라며 비난한 끝에 결국 개별소비세 폐지 법안은 통과되지 못했는데, 정부가 이를 다시 추진하려는 모양새다.

뿐만 아니라 이미 실행되고 있는 정책을 새로운 대안인양 포장한 '재탕 대책', 실효성이 의심되는 '맹탕 대책'들도 눈에 띈다.

예를 들어 5대 관광열차 주중 30% 할인 대책의 경우 이미 수년 전부터 코레일이 휴가철마다 내놓았던 '단골 이벤트'를 재탕한 것으로, 당장 지난해 12월 코레일은 수능 수험생을 상대로 할인율까지 똑같이 30% 줄여주는 이벤트를 벌인 바 있다.

또 정부는 통신시장 경쟁을 촉진하고 소비자 후생을 제고하기 위해서라며 이동통신 단말기 시장의 '현상경품' 기준을 다음달부터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현상경품'이란 추첨이나 기타 우연성을 이용하는 방식으로 제공되는 물품을 말한다. 현재 이벤트 1회당 경품가액은 총합 3000만원, 개별 경품의 최고가액은 300만원으로 제한됐는데 이를 높여서 통신사 간의 경쟁을 강화하겠다는 얘기다.

그동안 현상경품은 단통법 논란 속에 통신사들이 단속을 피하기 위한 꼼수인 우회지원금으로 작동하면서 과열 경쟁 논란을 불러왔다.

이 때문에 지난해 1월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가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와 함께 기준을 정했는데, 불과 1년 만에 이를 조정하게 됐다.

관련 업계에서는 경품 기준 완화 조치가 통신사들의 요구대로 보조금 상한제 확대로 이어지는 신호가 될 수 있을지 주목하던 차다.

그동안 정부가 거센 반발을 무릅쓰고 단통법을 도입해 안정시키려던 휴대전화 시장을 단통법의 부작용은 그대로 둔 채 다시 가입자를 뺏기 위해 수조원대의 돈을 허공으로 뿌리며 통신사들끼리 싸우던 상태로 돌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이번 정부의 내수 활성화 방안에 대해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김성진 집행위원장은 "더 이상 부자 세금 깎아주는 정책으로는 내수활성화는 이루기 어렵다"며 "내수 활성화로 경제가 활력을 되찾으려면 재벌·대기업이 독식한 경제구조 자체에 대한 반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재벌의 황제 경영을 막고, 기업 영업 이윤으로 고용을 늘리는 한편 중소기업을 착취하지 않는 기본적인 구조 개선에 집중해야 할 것"이라며 "중소기업, 자영업자, 노동자들의 소득을 늘려주도록 경제 체질을 개선해야 내수 활성화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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