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은 20일 열린 한국디스플레이협회 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르면 하반기 초에는 TV용 패널을 삼성전자에 공급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따라 7월이나 8월에 LG디스플레이가 삼성전자에 TV용 LCD 패널을 공급할 것이라는 전망이 업계를 중심으로 강하게 제기됐다.
그런데 TV완제품사에 패널을 납품하기 위해서는 테스트 등을 거쳐야 하는데 여기에 걸리는 시간이 4개월 정도 걸리기 때문에 7,8월중 납품을 위해서는 3월중에는 납품여부가 결정돼야 한다.
전자업계 한 관계자는 "TV용 디스플레이 납품은 실제 납품이 이뤄지기 넉달쯤 전에 계약이 이뤄지는 것이 보통"이라면서 "삼성이 LG디스플레이의 패널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다음달중에는 계약서에 사인을 해야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는 현재 어떤 크기의 LCD패널을 공급할지, 물량은 어느 정도로 할지, 납품가격은 어떻게 할 지 등에 대해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LG디스플레이의 CEO가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하는 형식이기는 하지만 공개적인 자리에서 '하반기 초 공급'을 언급함으로써 양사의 협상이 거의 완성단계에 와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하이투자증권 정원석 연구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가 아직 확정한 것 같지는 않지만 최근 상황을 보면 하반기쯤 납품이 이뤄질 것으로 안다"면서 "이렇게 되면 전자업계의 맞수인 삼성과 LG가 부품을 서로 공유하는 사상 첫 사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양사의 이번 협상은 지난해 말 일본의 패널업체 샤프를 인수한 대만 폭스콘이 내년부터 삼성전자에 TV용 패널을 공급하지 않을 것이라고 일방적으로 통보하면서 시작됐다.
삼성은 주로 TV용 40인치 패널이 긴요한 상태이지만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 디스플레이의 수급이 매우 빡빡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갑자기 TV용 패널 공급처를 찾지 못하게 된 삼성전자가 LG디스플레이에 납품을 요청했고 LG디스플레이가 공급할 의향이 있다고 밝히면서 협상은 급물살을 탔다.
그러나 삼성과 LG 양사의 사상 첫 협업이 끝까지 성공할지에 대해서는 아직은 단언하기는 쉽지 않다.
전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계약은 최종적으로 계약서에 사인해야 끝나는 것"이라면서 "최종 단계에서 하나라도 어그러지면 계약은 이뤄지지 않는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과거에서 삼성과 LG 사이에 부품을 나눠쓰기로 하고 샘플까지 교환한 일이 있지만 최후의 순간에 협업이 실패한 사례가 있다.
다만 당시에는 정부가 주도해 진행한 측면이 있지만 지금은 업계 스스로의 필요성에 따라 협업이 추진되고 있기 때문에 상황은 좀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