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50)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해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청구한 구속영장은 법원에서 소명부족으로 기각됐다.
특검 대변인 이규철 특별검사보는 "우 전 민정수석에 대한 법원 판단은 존중한다. 그러나 우 전 수석이 담당했던 업무와 관련해 직권남용 등에 대한 (법원의) 법리적 판단이 특검과 달랐던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특검의 변명은 구구하다.
결국 특검은 우 전 수석 수사에 대해 "열의를 다했다"고 주장했지만, 내부적으로는 친정인 법무부 검찰국과 검찰 내부 조사를 놓고 상당한 갈등이 존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에 정통한 소식통은 "법무부와 검찰 수사 관련 부서를 제대로 조사하지 못해 우병우 전 수석을 구속하는데 실패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일침했다.
파견 검사들이 친정 내부 수사를 놓고 끝내 미적거리는 바람에 우 전 수석에 대한 범죄혐의 소명이 완벽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특검은 우 씨가 자신을 감찰하던 이석수 특별감찰관을 방해했다고 보고 특별감찰관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우 씨와 민정수석실 관계자가 감찰이 시작되자 특별감찰관실 관계자에게 번갈아 전화를 걸어 "차적조회 등 감찰을 지나치게 하면 형사처벌도 될 수 있다"고 협박한 정황을 확보했다.
특검은 또 우 씨 압력으로 특별감찰관실을 해체하는데 인사혁신처와 법무부 검찰국이 무리하게 관여했다는 진술 정황 등을 확보했지만, 인사혁신처 관계자만 소환조사하고 법무부 검찰국 관련자는 단 한명도 조사를 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 관계자들도 "친정인 검찰 조사에 대한 특검 내부 검사들의 반발이 작용했다고 보는게 맞다"고 인정하고 있다.
법무부 검찰국에 대한 수사 필요성은 특별감찰관 문제뿐만이 아니었다. 최순실 국정농단사건에서는 롯데그룹에 대한 압수수색 직전에 롯데가 K스포츠재단에서 70억원을 되돌려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롯데그룹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 정보가 법무부의 청와대 민정수석실 보고를 통해 최 씨 측에 빠졌나갔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두 사건 모두 법무부 검찰국과 검찰 내부를 조사하지 않고는 우 씨의 비위혐의를 입증하기 어려운 사안들이다. 이 때문에 우 씨에 대한 특검 수사는 방대한 분량에도 불구하고 '반쪽짜리 수사'가 되고 말았다는 지적이다.
◇ 특검도 손 못댄 수사 성역…'청와대와 법무부 검찰국'
박영수 특검팀은 박근혜 대통령의 뇌물죄 혐의와 함께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김기춘 전 비서실장을 구속하는 등 많은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국민들의 전폭적인 지원이 쏟아졌음에도 불구하고 특검은 청와대와 검찰 내부 핵심부서인 법무부 검찰국을 수사 성역지대인 '치외법권 지역'으로 인정하는 수모를 남기게 됐다.
법무부 검찰국은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 등 보수 정권 10년 동안 청와대의 공안통치와 사정 통치를 떠받치는 핵심축이었다.
전국 일선 검사들이 수사하는 주요 정보는 법무부 검찰국과 대검찰청에 동시에 직보된다. 법무부는 이들 정보를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곧바로 보고하고 청와대는 이를 토대로 검찰을 통제하고 조정해왔다.
검찰 관계자는 "일선 검사들은 검찰보고사무규칙에 따라 주요 인물이나 기업에 대한 압수수색은 물론 내사 정보, 수사 진행 사항까지 거의 모든 내용을 광범위하게 보고하도록 돼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검찰 내부정보망을 통해 법무부 검찰국과 대검찰청 부서를 '클릭'하면 일선 검사의 보고 내용은 두 군데로 동시 보고되도록 시스템이 돼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검찰보고사무규칙'은 내부 준칙에 불과하기때문에 상위법인 '검찰청법'을 위반하고 있다는 지적이 높다.
검찰청법은 "일선 검사들에 대한 수사지휘권은 검찰총장에게 있다"라고 명문화 돼있지만 이 사무규칙때문에 검사들은 검찰총장 뿐만 아니라 법무부 검찰국에도 수사내용을 일일이 보고 하고 있는 실정이다.
검찰 고위관계자는 "검찰보고사무규칙과 장관 훈령으로 '중요사건'은 무조건 보고하도록 돼있는데(이를 어기면 징계사유) 근거법령이 매우 애매하다"며 "법무 장관은 검찰총장에 대해서만 지휘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일선 검사들이 법무부에 보고하는 자체가 검찰청법에 위반된다"고 말했다.
즉 법무부 장관은 '검사'가 아니라 '정무적 행정가'에 불과하기때문에 수사를 주재하는 것은 엄밀히 말하면 불법행위에 해당된다.
그러나 일선 검사들이 법무부에 보고함으로써 결과적으로 검사가 아닌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과 함께 수사를 동시에 주재하는 꼴이 되고 만다. 또 검사가 수사한 것을 '전직 검사였던 법무부 장관이 수사 지휘하는 모순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검찰의 수사중립성은 제도로부터 보호받지 못하고 오로지 검찰총장이라는 '인물론'에 맡길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두 정권에서 역대 검찰총장은 대부분 허수아비 역할을 하는데 그쳤다는 것이 다수의 평가다.
다른 검찰 관계자도 "미국은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을 겸임하고 있기 때문에 연방검사들의 사건을 주재할 수 있지만, 우리나라는 미국의 검찰 시스템과는 다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