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여성 작가입니다. 저는 결백하지 않은 입으로 계속 말하겠습니다. 지금껏 목소리 내지 못한 일을 평생 부끄러워하겠습니다. 더 이상 피해자가 나오지 않게 하는 일에 동참하겠습니다. 이곳은 내가 고쳐나가야 하는 나의 세계입니다." -윤이형
#문단_내_성폭력. 지난해 10월 처음 등장해 한동안 SNS를 뜨겁게 다룬 이 해시태그는 한국문학계에서 오랫동안 벌어져왔으나 애써 외면했던 문제를 수면 위로 이끌어냈다. 많은 피해자들의 폭로 후, 가해자로 지목된 누군가는 잘못을 인정했으나 적지 않은 이들은 명예훼손을 이유로 피해자와 소송을 벌이고 있기도 하다.
요구와 불인정 사이에서 지금까지도 계속 싸우고 있는 #문단_내_성폭력 피해자들의 삶을 잊지 않고, 그들에게 생활을 지탱할 수 있는 말과 연대를 보태고자 하는 프로젝트가 공지 하루 만에 후원 목표금액 100%를 달성했다.
유례 없는 뜨거운 '지지'를 받고 있는 프로젝트는 바로 출판사 봄알람의 '참고문헌 없음' 출간 프로젝트다. '참고문헌 없음'이라는 제목은 지금까지 문학계 내에서 여성의 목소리를 삭제해 온 '문헌'들에 맞서, '여성의 입으로 스스로의 이야기를 시작한다'는 의미에서 붙여졌다.
'참고문헌 없음'은 서문에서부터 #문단_내_성폭력에 대한 정의를 내리고 있다.
"우리가 겪은 사건은 법정에서 다투어 이긴 사람이 진실이 되는 그런 사건이 아니다. 우리가 말하고자 하는 #문단_내_성폭력 이야기는 글쓰는 여성들의 온갖 일상에 아주 오랫동안 깃들어 있던 것이다. 우리는 문단 내 성폭력이 가해자 개인의 악행 또는 피해자 개인의 불운이 아닌, 문단이라는 공동체를 둘러싼 모든 관계자들이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야 할 일련의 사회적 사건임을 분명히 해두고 싶다."
봄알람과 여성 문인들은 "지난 가을 모습을 드러낸 뒤로 오래 이어질 이 싸움은, 변하지 않으려는 자들이 여전히 얼마나 많든지 간에 우리의 완전한 쾌거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권력이 없는 자의 말은 휘발되기 쉽다. 그래서 이번에 우리는 그 말들을 받아 적기로 한다. 약한 자들의 말이 또 다른 약한 자들을 지킬 수 있기를 마지막으로 바라며, 시작한다"고 밝혔다.
'참고문헌 없음' 프로젝트에는 봄알람과 나희덕, 은유, 이민경, 전아리 등 여성 문인 146인이 참여했으며, 단행본 두 권을 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첫 책에는 여성 문인 41명이 쓴 #문단_내_성폭력 발화·싸움·연대에 관한 시·소설·에세이 등 글 45편이 수록될 예정이다. '참고문헌 없음' 제작비·유통비를 제외한 모든 인세와 수익은 #문단_내_성폭력 관련 법률 비용과 의료 및 관련 비용으로 사용된다.
봄알람은 지난해 '우리에겐 언어가 필요하다: 입이 트이는 페미니즘', '우리에게도 계보가 있다: 외롭지 않은 페미니즘', '메갈리아의 반란'을 연달아 출간해 주목받은 출판사다.
'참고문헌 없음' 출간 프로젝트 참여 문인 명단, 리워드 안내를 포함한 보다 자세한 사항은 텀블벅 홈페이지(링크)에서 확인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