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서울 문호아트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선욱은 자신에게 붙은 신동·거장 등의 수식어가 "낯뜨겁다"고 반응했다. 김선욱은 "매해 수많은 콩쿠르 우승자가 등장하고, 그들에게 '천재', '신동'이라는 표현이 따라다니지만, 30~40대가 되면 사라지는 연주자도 많고, 60~70세까지 활동하는 이는 드물다"고 했다.
그래서일까. 올해로 30대, 연주인생 2막을 맞은 그의 화두는 '잘 이겨내기'이다. 김선욱은 "클래식 연주는 다음 시즌이 정해진 경우가 많고, 2~3년 뒤까지는 논의를 하지만, 4~5년 후를 예측하기는 어렵다"며 "음악가는 불확실성 연속에서 잘 이겨내야만 한다. 지금처럼 연주와 재초청이 반복돼 60~70세까지 활동한다면 거장이라고 불려도 부끄럽지 않을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나는 신동도 거장도 아닌 애매한 위치이다. 회사원으로 치면 중간에서 고충과 혼란을 맞는 시기이다"라면서 "그래서 매일 꾸준히 할 수밖에 없고, 남이 나에게 기대하는 것보다 내가 전달하는 메시지에 초점을 맞추다 보면, 세월이 흐를 것이다. 그렇게 60세까지 활동한다면 축복일 것이다"고 밝혔다.
베토벤 소나타 전곡 연주를 종료한 지 3년 반도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김선욱이 베토벤 곡 중 가장 통속적인 레퍼토리로 독주회를 결심한 것은 베토벤과 그의 건반 음악에 드리워진 클리셰(고정관념)을 걷어내기 위함이다. 수많은 연주자들이 차별화를 위해 자신만의 해석으로 베토벤을 연주했다. 김선욱 역시 다르지 않았다.
때문에 김선욱은 이번 연주에 대해 "수많은 해석 중 '내 것은 무엇이지',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이지'라고 고민했다"며 "결국 베토벤의 악보와 텍스트에 더 충실히 할 수밖에 없었다"고 고백했다.
'베토벤 스페셜리스트'라는 세간의 평가에 대해서는 "그동안 다양한 레퍼토리를 선보였는데, 많은 분들이 '김선욱 하면 베토벤'이라는 반응이 나온다"며, 이에 대해 "자기 모순적으로 반은 싫고, 반은 좋다"고 답했다. 그럼에도 베토벤 소나타 앨범을 계속 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선욱은 최근 독일 클래식 명가 악첸투스 레이블을 통해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비창, 월광, 열정을 수록한 앨범을 발매했다. "베토벤 소나타가 32개인데, 아직 5개밖에 안 냈어요. 언제까지 완수하겠다는 생각은 없고 천천히 할 생각입니다."